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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리발라드 Jun 20. 2021

파리 발라드 2. 퐁데자르 (예술의 다리)

불안감에 대한 생각

2021년 6월 15일 수요일, 프랑스 학사원


퐁데자르는 나폴레옹 제1 통령 시절 지은 최초의 철제 다리로 두 차례 세계 대전을 치르며 파괴되었던 것을 재건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름에 걸맞게 루브르 박물관과 프랑스 학사원을 연결하는 퐁데자르는 한때 수많은 연인들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며 자물쇠를 걸어둔 장소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해가 길어지는 유럽이라 밤 10시지만 대낮처럼 밝아 다리 근처에는 와인이나 맥주 그리고 간단한 안주를 챙겨 와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노을이 질 때 펼쳐지는 파스텔 하늘과 잘 어우러져 무언가에 홀리듯 을 잃고 바라보게 된다.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낸 파티시에 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고 센 강을 걸었다. 30분쯤 걸었을까. 마치 아무런 걱정이 없는 것처럼 웃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보니 갑자기 한숨이 터져 나왔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순간 엄습한 것이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지금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언니도 이야기를 듣고 자신 역시 불투명한 미래가 답답하다고 했다. 누가 꼭 집어서 이렇게 하면 정답이라고 알려주면 좋으련만 절대 그럴 일은 없다.


사실 불안감은 항상 곁에 있었다.


유년 시절에는 잠이 들면 무엇이든 까맣게 잊어 매일 새로 시작할 수 있었다.

10대에는 집에서 학교에서 부모님, 선생님 말씀을 통하여 불안감의 존재를 재확인했다.

20대에는 취직 준비, 회사 생활을 통해 더욱 뚜렷해지는 불안감을 막연한 패기로 애써 마음속에 눌러두었다.

30대에는 그렇게 아슬아슬 버티던 것이 이내 넘쳐버려 손쓸 겨를도 없이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불안감을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바꾼다면 이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텐데 아직도 머리만 움직인다.

하늘도 걱정을 할까? 내 속도 모르고 밝고 예쁜 하늘이 괜히 미워보이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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