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면접이라는 상황 자체가 어찌 보면 피하고 싶은 상황인 것인데, 이를 준비한다는 것은 피하고 싶은 것과 대면해야 하는 나와의 싸움이 될 터. 그런데 또 준비하는 것과 준비하지 않는 것의 차이가 큰 문제이니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늘은 필자의 노하우(?)를 공개하려고 한다. 감히 단언하자면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어떠한 면접이든지 본질은 하나다. 면접의 주체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재능은 무엇이고, 우리 조직에 잘 적응해서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인지가 알고 싶은 것이다. 결국 면접은 나를 설명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무언가에 대해 잘 설명하려면 잘 알아야 하는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나 자신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면접에 잘 대응하려면 우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질문 나무'이다. 이것은 필자가 KBS 입사시험을 대비해 실제 했던 과정임을 미리 밝혀둔다. 질문 나무는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해 질문의 가지를 쳐 나가는 것이다.
<질문 나무 예시>
위의 도표는 질문 나무의 예시이다. 이것은 아나운서 최종 면접인 사장단 면접에서 실제 받았던 질문을 예시로 만들어 보았다. 당시 정연주 KBS 사장은 필자에게 '자네는 책을 좋아하나?'라고 물었다. 이 질문은 필자가 준비했던 질문 나무에 실제로 있던 질문이었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면접 전에 질문 나무를 준비한다고 가정해 보자.'당신은 책을 좋아합니까?'라는 질문이 첫 번째 질문이라면 보통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럼 첫 번째 질문의 꼬리 질문으로 3가지 질문을 정해 본다. '최근에 읽은 책은 무엇입니까?',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은 무엇입니까?',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입니까?'라는 꼬리 질문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각 질문마다 본인의 답변을 작성해 본다. 최대한 자세히 적어보는 것이 좋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요약된 내용을 적어도 좋다. 이런 질문 만들기와 답을 생각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졌고, 어떤 가치관을 가졌으며,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튼 이렇게 한 단계의 과정을 거치면 모두 4가지의 질문과 답을 정리할 수 있다. 그리고 각 답에 꼬리 질문을 3개 씩 더 만들어 보고 각 질문에 대한 답도 준비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 모두 몇 개의 질문과 답을 만들 수 있을까?
1+3+3²+3 ³+3⁴+......
1단계를 거치면 모두 4개의 질문과 답, 2단계를 거치면 모두 13개의 질문과 답, 3단계를 거치면 40개의 질문과 답, 4단계를 거치면 모두 121개의 질문과 답이 완성된다. 이렇게 4단계만 준비해도 100개를 훌쩍 넘는 질문과 답이 정리되는 것이다. 또 다른 주제로 질문 나무를 만들어 보자. 자신에 대한 어떤 질문이라도 좋다. 혹은 자신의 생각을 묻는 질문도 상관없다. 이런 식으로 5종류의 질문 나무를 만들면 모두 605개의 질문과 답안이 준비된다. 만약 여러분이 어떤 면접장에 가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곳에서 받는 질문 중에 상당 부분은 미리 준비한 질문 나무에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필자가 KBS 면접 과정에서 받았던 질문 중 상당수가 미리 준비한 질문 나무 안에 있었다.
필자는 분명 쉽고 간편한 비결을 여러분께 알려드렸다. 자, 이제 이 과정을 직접 따라 하고 준비만 하면 된다. 이 글을 읽은 독자 중 상당수는 아마 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안다. 질문 나무를 준비한 사람과 준비하지 않은 사람, 누가 마지막에 웃게 될지도 안다. 이건 끝이 정해진 게임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