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캄보디아 시엠립 호텔 방에서 눈을 뜬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다. 새벽 4시에 출발할 예정인데 자꾸만 눈이 떠진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 다시 눈을 뜨니 새벽 3시. 조용히 일어나 샤워를 하고 카메라 장비를 챙겨 본다.
일출을 찍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앙코르와트 서쪽 문에 입장해야 했기에 우리는 전날 오후에 매표소에 가서 미리 입장권 구매를 했다. 매표소와 서쪽 문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입장권은 1일 37불, 3일은 62불, 7일은 72불인데 일정상 1일권을 구매했다. 보통 사람들은 특별하게 탐방하지 않은 한 하루로도 충분하다.
결전의 새벽 4시. 뚝뚝이(소형 택시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오토바이를 개조해 2-4명을 태울 수 있다)를 Grab(동남아에서 주로 이용하는 택시, 뚝뚝이, 배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을 통해 호출했고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통해 오분 안에 도착한다는 것을 알았다. 동남아 여행에서 Grab을 이용하면 목적지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요금을 미리 볼 수 있어 바가지 요금을 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시간으로 오고 있는 시간과 위치를 제공해 주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호출하면 바로 달려온다는 것이 장점이다.
서둘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로비로 내려와 뚝뚝이를 맞이한다. 이곳에서 뚝뚝이는 근거리를 이동하는 최고의 교통수단이고 택시에 비해 절반 정도 비용이 저렴해 자주 이용하게 된다. 개방형 뚝뚝이는 새벽바람을 가르며 앙코르와트로 출발했다. 어두운 거리를 달리는 뚝뚝이는 오토바이 엔진소리와 함께 상큼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시엠립에서 사원까지는 4km정도 떨어져 있다. 일출을 찍기 위해 도착한 시간은 4시 반. 오전 5시가 되어야 들어갈 수 있다.
이미 현지인 가이드와 외국 여행객들이 뒤섞여 많이 모여 있었고 주변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둡다. 이른 새벽부터 매표소 직원들이 관광객과 사진이 찍혀져 있는 표를 확인하고 표에 구멍을 뚫는다. 5시에 맞춰 입장이 시작되고 선두에서 앙코르와트 일출의 포인트를 향해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기에 앞쪽에 현지인 가이드와 같이 가는 팀을 놓치지 않으려고 부지런히 발길을 옮긴다. 오분에서 십분 정도를 걸은 듯 앙코르와트 사원이 비추는 커다란 연못 앞에 도착했다. 당시는 사원에 들어가기 전에 이 연못에서 몸을 씻거나 제사용기를 닦는 곳이었다고 한다.
(앙코르와트 연못)
연못 앞에 도착해 가장 중요한 것은 중앙에 먼저 삼각대를 설치해서 나의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어딜 가나 유명한 촬영지는 서로 일찍 도착해서 가장 좋은 위치에 삼각대를 설치하기 위해 분주하다. 다행히 중앙에 삼각대를 설치했고 다른 외국인 사진사들도 차례로 자리를 잡는다. 삼각대는 대략 십여 개가 일렬로 자리를 잡는다.
일출 시간은 6시 50분경 앞으로 1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하루 중에 가장 하늘색의 변화가 급격하게 느껴지는 시간대가 바로 해뜨기 전이다. 일출을 기다리는 한 시간 전에는 하늘이 파랗게 변하고 삼십 분 전부터는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것이 장관이다. 사원의 뾰족한 탑과 둥근 모양의 수형을 가진 나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연못에 반영된 모습이 데칼코마니 그림 같다. 우리 뒤를 이어 관광객 수백 명이 연못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대부분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일출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해는 예정했던 것보다 늦게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3월이나 9월이었으면 앙크로 사원 중앙에 해가 뜨는 것을 볼 수 있는데 2월초에 촬영하고 있어 중앙 오른쪽에서 올라오고 있다. 일출을 찍을 때 구름의 움직임과 날씨는 매우 중요하다. 날씨가 흐려 구름이 조금만 있어도 해를 가리기 때문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다행히 건기여서 날씨는 잘 받쳐 주었고 서서히 드러나는 해는 그림 같은 장면에 화룡정점이다. 셔터를 연속 촬영에 놓는다. 해는 금방 올라오기 때문에 속도가 생명이다.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장면을 찍게 돼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앙코르와트 일출)
일출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앙코르와트 사원 안으로 발을 옮긴다. 앙코르와트의 웅장한 석조 건물들을 둘러보고 회랑(지붕이 있는 긴 복도)을 걷다가 큰 통 창처럼 시원스럽게 네모난 모양의 틀에서 아내와 마주 앉아 사진을 찍는다. 딸을 데리고 오니 이런 장면을 다 연출할 수 있다. 아내와 막내딸은 내가 사진을 찍기 위해 세운 스케줄 때문에 새벽부터 일어나 힘든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다행히 아내는 내가 사진 찍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고 막내딸도 앙코르와트 일출과 함께 인생 사진을 건지기 위해 피곤함을 물리치고 따라나서 주었다.
아내와의 여행은 언제나 설렌다. 우리는 여행 갈 시간을 자주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우연찮게 작년 10월부터 금년 2월까지 제주도를 포함해 매달 해외여행을 갔었다. 먼저 여행지를 선정하고 비행기티켓을 예매한다. 일단 티켓을 예매했다는 것은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호텔을 예약하고 식당들을 검색한다. 현지의 명소들을 검색하고 정보를 취합한다. 이 복잡한 설계들은 전부 아내의 몫이다. 그녀는 열심히 연구하고 여행 앱 트리플을 활용해 가야 할 곳들의 자세한 지도와 경로를 만든다. 나는 아내가 이런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녀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그녀의 스트레스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남자는 평생을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철없는 아들 역할에 충실 하는것 같아 미안하다. 나는 그저 오로지 멋진 사진을 찍는 곳을 추가하는 것과 부수적인 일은 통역 담당이다.
아내와 모처럼 시간이 맞은 막내딸과 동상이몽 속에 같이 여행을 왔다. 나는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찍고 싶어 하는 앙코르와트 일출과 톤레삽 호수, 프농바켕의 일몰이 목적이었다. 아내와 딸은 앙코르 유적 중에서 가장 잘 보존되어 앙코르와트(Angkor wat) 사원들과 바욘 사원(Bayon Temple)이 있는 앙코르 톰(Angkor Thom)등을 보는 것.
(톤레삽 호수 일몰 : 흔들리는 배에서 찍어야 되서 쉽지 않았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딸 둘이 한국 나이로 29살, 30살 나이가 되다 보니 여행은 주로 각자 다니는 것이 도의(사람이 마땅히 지키고 행하여야 할 도덕적 의리)가 되었다. 막내딸은 무한 긍정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가끔 시간이 맞으면 우리와 동행을 하기도 한다. 막내딸과 나는 둘이서만 해외여행을 다니고 국내 여행도 다녀봤다. 먹는 것을 좋아해 여행 중에 맛집을 찾는 데는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 있다. 덕분에 맛있는 식사와 간식, 주전부리 등을 실컷 즐길 수 있다. 단지 단점은 지출은 나의 몫이라는 거다. 첫째 딸과는 둘만의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첫째 딸의 연애 사업이 날로 번창해 시간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앙코르와트는 12세기 크메르 제국의 황제 수리야바르만 2세에 의해 30년에 걸쳐 축조된 옛 크메르 제국의 사원이다. 크게 산처럼 생긴 탑들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회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외벽은 가로 1,024미터, 세로 802미터이며 높이는 4.5미터이다. 길이 5킬로미터가 넘는 깊은 해자(외적으로부텅의 침입을 방어하기 위해 고대부터 근세에 이를기까지 성의 주위를 파 경계로 삼은 구덩이를 말한다. 방어의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 해자에 물을 채워 넣어 못으로 만들었다)에 둘러 싸여 있다. 외벽은 해자에서 약 30미터정도 떨어져 있다. 옛 크메르 제국의 수준 높은 건축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유적이다. 또한 캄보디아의 상징이기도 하기에 국기에도 그려져 있고 세계적으로도 명성이 높은 관광지이다.
(앙코르와트 전경)
이렇게 넓은 앙코르와트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운전기사가 포함된 자동차와 가이드를 예약해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 현지 가이드와 연결을 하고 당일에 가격과 시간을 조율했다. 연락해줘서 고마운데 본인은 오늘 시간이 되지 않아 영어로 소통이 가능한 기사와 차를 보내준다고 한다. 나는 가이드 비를 절약할 수 있어 도리어 좋았다. 호텔에서 차를 기다린다. 차에 타니 조수석 앞 대시보드 위에 코팅으로 된 일일 기사 포함 자동차 렌트 비와 가이드 비가 있다. 영어 가이드는 30불, 중국어는 50불, 독일어는 70불 언어에 따라 가이드 비가 다르다는 것이 흥미롭다. 기사가 딸린 자동차 하루 사용료는 30불이다. 생각보다 저렴하다. 운전기사와 앙코르와트 구경을 하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앙코르와트 사원 중앙탑으로 해가 올라오는 것은 3월과 9월경이라고 한다. 재밌는 것은 한국어 가이드는 만들어진 표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대부분이 단체 관광을 오기 때문에 수요가 많지 않고 자유 여행을 오는 사람들은 영어로 대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넓은 앙코르와트를 구경하기 위해서는 필히 냉방이 잘되는 차와 기사가 필수다. 기사는 우리를 내려주고 반대편에서 기다린다. 우리는 몇백 미터 되는 사원을 둘러보며 걷다 보면 반대편에 도착하게 되고 기사는 우리를 태워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준다. 더운 날씨 때문에 이동 중에 차 안의 에어컨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다. 뚝뚝이는 더위를 피할 수 없어 추천하지 않는다
코끼리 테라스(왕이 공식 행사를 친견하던 코끼리 조각이 있는 테라스)를 보는 도중 눈에 확 튀는 오렌지색 승복을 입은 스님 세 분이 몇십 미터의 거대한 나무를 지나치고 있다. 거대한 나무줄기와 푸른 나뭇잎, 오렌지색 승복 이것은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앙코르와트 여행에서 찍은 사진 중에 손에 꼽힐 만큼 만족한 사진이다. 마지막 이동 중에 내려준 곳에서 20분 정도 언덕을 올라가 해가 지기를 기다린다. 이곳에서 프농바켕의 일몰도 찍을 수 있었다.
(코끼리 테라스 앞)
(프농바켕의 일몰)
막내딸이 찍어 준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은 액자에 넣어 현관 창틀에 놓여 있다. 결혼 전 연애하던 사진처럼 사랑이 넘쳐 보이는 사진이다. 그 옆에는 진짜 하와이에서 아내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신혼여행 사진이 있다. 삼십 년 전의 모습과 비교하며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집을 나설 때 사진을 흘깃 쳐다볼 때면 짧은 시간에 잠시 앙코르와트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여행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준다. 추억을 꾸준히 저축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