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몰래 쓰는 돈, 제 삶은 빛나요

(사진이 가져다 준 새로운 세상)

by 김보성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오랫동안 사진을 찍고 있던 작은 형의 덕분이다. 형은 ‘사진을 찍게 된 것이 가장 잘한 일이고 지금도 카메라를 잡을 때마다 설렌다,’고 하면서 강력하게 권했다. 형이 추천해 주는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 등 장비 일체는 생각했던 것보다 고가였다. ‘중저가로 사면 다시 바꿔야 해서 처음에 살 때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사야 한다.’고 압력을 넣어 내 의지와는 별개로 구입했다. 비상금으로 모아 두었던 돈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아내는 아직도 장비 가격을 모른다.


처음에 사진을 찍는 요령이 전혀 없어 무엇을 찍어야 하는지 몰라서 당황스러웠다. 다행히 형이 시간 나는 대로 나를 출사지에 데리고 다니며 장소 선정과 시간, 촬영 기술 등을 가르쳐주어 수월하게 사진 속으로 빠져들 수 있었다.


작은형과는 60평생 한 번도 말다툼조차 해본 적이 없이 사이좋게 지내 왔다. 아마도 서로를 배려해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손재주가 좋은 형은 어려서부터 집안의 고장 난 물건들을 수리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처리하는 만능 해결사 이다. 악기연주, 그림에도 수준급이어서 손으로 하는 것에는 특화가 되어있다. 지금은 주말마다 캠핑카를 타고 형수와 함께 국내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고 있다. 살면서 흉금 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고 미래를 같이하는 동반자가 있다는 것은 든든한 백이 있는 기분이다.


사진을 접하면서 새롭게 배운 기법을 설명하자면 요즘 사진작가들에게 유행 중인 장노출 찍는 방법과 계산이 있다. 쉽게 이야기하면 렌즈 앞에 선글라스를 옅은 것부터 진한 것까지 여러 가지 필터를 렌즈 앞에 붙인다. 노출을 계산해주는 앱을 이용해 셔터 속도를 셋팅 한다. 필터가 진할수록 셔터 속도는 늦어져 몇 초부터 몇 분까지 늘릴 수 있다. 갯골에 가서 물이 빠질 때부터 들어올 때까지 셋팅된 셔터 속도를 수 분을 주고 몇 시간을 두고 반복해서 촬영하게 되면 갯골 사이의 물이 들어왔다 나가는 모든 순간 들을 담을 수 있게 된다. 찍어놓은 몇백 커트 되는 사진을 포토샵을 이용해 한 장으로 합치게 되면 안개처럼 갯골을 채운 물줄기를 표현할 수 있다.


폭포를 찍을 때나 파도를 찍을 때 2-5초 사이의 셔터 속도를 늘리면 흐르는 물줄기와 파도의 움직이는 시간의 궤적을 한 장의 사진에 모두 담을수 있다. 보통 낮에 찍는 사진은 1/125-1/250초 사이여서 그냥 손에 들고 찍어도 흔들리지 않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장노출 사진은 최소 몇 초를 두고 찍기 때문에 튼튼한 삼각대와 필터, 타이머 셔터 릴리즈 등이 필수여서 장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KakaoTalk_20250503_064141473_04.jpg 제주도 주상절리


밤 12시에 스파이가 접선하는 것처럼 몰래 불빛이 없는 장소를 찾아 장비를 챙겨 작은 형과 만난다. 예를 들어 솔뫼성지나 신리성지 등은 새벽이 되면 불빛이 없다. 별 궤적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조건은 불빛이 없는 컴컴한 장소와 장소를 대표할 만한 구조물이다. 솔뫼성지에서 십자가 형상을 기준으로 하고 북극성을 십자가 위에 맞춘 다음 셔터 속도를 렌즈에 따라 10-40초 사이에 놓고 한 시간 이상을 찍어서 한 장으로 합치게 되면 십자가 위에 별이 원을 그리는 궤적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무심코 바라보았던 십자가상에 우주의 기운을 불어넣은 기분이다.

KakaoTalk_20250503_064141473.jpg 솔뫼성지

산에서 피는 야생화를 접사(짧은 근접 촬영)로 찍기도 하고 해 뜨고 지는 곳이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서 찍기도 한다. 새를 찍기 위해 날아와 앉을 최적의 장소에 먹이를 놓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강태공처럼 숨죽여 하염없이 기다린다. 녀석이 나타났다. 움직이는 모든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 무음 셔터를 연속으로 누른다. 세상의 가장 멋진 장면들을 찍으려고 할 수 있는 한 온 세상을 찾아다니면 여행의 재미가 배가된다.

KakaoTalk_20250503_063134950_03.jpg 노루귀꽃


KakaoTalk_20250503_063134950_01.jpg 줄눈박이
KakaoTalk_20250503_063134950.jpg 황새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모든 사물과 자연 등을 사진을 찍으면서 좀 더 관찰하게 되었다. 세심하게 바라보게 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이다. 렌즈를 통해 짧게는 몇 초에서 길게는 몇 시간 동안 피사체 하나만을 바라본다. 만족할만한 사진을 찍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힘든 여정 속에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 내 모습이 기특할 때도 있다.


아내가 일정을 짜서 여행을 가면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주 투덜거렸다. 요즘은 카메라를 잡는 순간 갑자기 없던 에너지가 몸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신기하게 체험한다. 아무리 험한 전망대나 정상이라도 오로지 멋진 한 컷을 위해 장비를 매고 오르고 걷고 달린다. 저절로 다리에 힘이 솟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한 현상이기도 하다.


사진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카메라를 다루는 방법과 사진 공부를 조금씩 하다 보면 렌즈에 대한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24-70mm의 줌렌즈 하나로 시작했다. 이 렌즈로 웬만한 사진을 다 찍을 수 있다. 여행 사진, 인물 사진, 풍경 사진 등 다채로운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그런데 높은 산을 올라가 광활한 산등성이를 담고 싶을 때 24-70mm 렌즈로는 넓은 화각을 담을 수가 없다. 12-24의 광각 렌즈가 필요하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에 구매할 수밖에 없다. 일출이나 일몰 사진을 찍으려면 24-70렌즈로는 해가 너무 작게 표현된다. 70-200미리 렌즈를 구입한다. 해가 볼만하게 커졌다. 연꽃은 도드라지게 배경은 블러(blur) 처리한 것처럼 예쁘게 표현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가 더 큼지막하게 표현했으면 좋겠다. 많은 새 들의 비행하는 장면이나 서식하고 먹이를 잡는 모습들을 찍고 싶어진다. 새들은 조심성이 많아서 가까이에서 찍을 수 없다. 망원 렌즈로 멀리 떨어져 숨어서 찍어야 한다. 200-600mm 렌즈를 사야만 한다. 고민하다 저지른다.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악세사리는 기본이다. 슬프게도 지출만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진다.

카메라 렌즈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의 렌즈가 있다. 하나는 줌(zoom)렌즈, 나머지 하나는 단 렌즈이다. 줌렌즈는 손가락으로 렌즈를 돌리며 간단하게 화각이 변한다. 단 렌즈는 화각이 고정되어 있어 줌 기능이 없다. 줌렌즈는 가만히 서 있는 상태에서 렌즈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통해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능이 있는 렌즈이다. 빠르게 구도를 잡고, 확대해서 피사체에 집중이 되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단 렌즈는 화각이 고정되어 있기에 다른 화각이 필요할 때 렌즈를 바꿔줘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단 렌즈는 줌렌즈에 비해 화질이 뛰어나다. 디테일이 잘 살아 있는 사진을 ‘쨍한 사진’이라고 표현을 하는 데 단 렌즈를 이용하면 이런 사진이 쉬어진다. 조리게도 F1.8(숫자가 작을수록 밝다)부터 시작하는 매우 밝은 조리개를 가지고 있다. 요즘에는 플래그쉽(회사 최고의 기량이 담긴 제품) 줌렌즈들 있어 이런 단점을 많이 커버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융통성 있게 모든 렌즈를 줌렌즈로 선택했다.


정신없이 살아오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뒤돌아볼 수 있는 삶의 여유와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변모되는 내 모습이 만족스럽다. 사진을 찍으면서 자연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 해의 이동에 따라 숨 가쁘게 달리고 찍고를 반복하면서 희열을 느낀다. 뛰다가 숨을 고르고 한순간 집중해 렌즈 속에 탐스러운 해를 담는다. 산속 깊은 곳 남몰래 피어 있는 야생화를 찾아서 빛과의 조화를 맞춘다. 조심스럽게 누워 야생화와 렌즈의 눈높이를 맞추고 가장 빛나고 예쁘게 카메라에 담는다. 갯골에 삼각대와 카메라를 장착하고 몇 시간을 기다리며 찍는다. 거대한 구렁이처럼 구부러진 갯골을 따라 물안개가 드리워진 사진을 보며 만족한다. 좋은 촬영지가 있는 곳이라면 먼 곳이라도 여행계획을 세운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은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특히 무언가를 배울 때 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혼자서 하다 보면 쉬이 포기할 수 있고 흥미도 반감된다. 단체에 가입해 정보와 배움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작년에는 당진 사진 동우회에 가입했다. 많은 선배 작가들이 사진에 대한 열정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유해 주어 감사한 마음이다. 분기별 정기출사와 번개로 만나 같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영감과 실력을 쌓을 수 있게 됐다. 동우회는 금년에 42년째가 되었고 매년 당진 문예의 전당 전시실에서 사진 전시회를 연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의 사진을 동우회 분들과 같이 전시하게 되었다. 지인들을 초대하고 호스트가 되어 같이 사진을 설명해주며 감상하는 것 또한 잊지 못할 기억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찾아서 습득하다 보면 어느새 달라져 가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오늘도 촬영지를 검색하며 의지를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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