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잘 듣기 위해 공부합니다)
“혹시 말러 교향곡 1번 있어요?”
“죄송하지만 지금은 없네요. 주문해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언제 오면 되나요?”
“일주일 후에 오시면 준비해 드릴게요.”
이십 대 후반 직장 생활 할 때 오디오와 클래식 음악에 한동안 심취해 있었다. 그때는 가요나 팝을 전혀 듣지 않고 오로지 클래식만을 편식해 들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지식이 전무 했고 지금도 문외한에 가깝다. 그럼에도 고전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는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주로 선율로 되어 있는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바이올린 협주곡 등을 들으면 마음의 변화에 따라 음악이 다르게 들린다. 들으면 들을수록 클래식의 매력에 빠졌다. 첫사랑의 느낌이 강렬하고 잊히지 않듯이 고전 음악 또한 젊을 때 잠시 들었을 뿐인데 잊지 않고 다시 듣게 됐다. 첫사랑은 다시 찾기 어렵지만 음악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 준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나오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듣고 제목과 음악에 빠져 무작정 말러의 교향곡을 LP로 사기 위해 레코드 가게를 돌아다녔다. 베토벤의 9번 합창 교향곡처럼 4악장과 5악장에 성악을 넣었고 5악장에서 부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일어나라, 자, 일어나라. 나의 죽음이여. 고요의 찰나 이후에 영원한 삶! 영원한 삶! 그것이 너를 부른다!”
사후세계에 대한 혼돈이 오던 시기에 부활은 막연하게 나를 끌어당겼다. 전형적으로 고전주의의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을 들으면서 고전 음악에 입문하게 되는데 특이하게도 낭만주의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클래식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평화롭게 해 주고 정서적 안정을 찾게 해주는 탁월함에도 가까이하지 못한다. 어렵게 생각되는 이유는 첫 번째가 길이가 너무 길다. 요즘 노래는 대부분 3-4분이면 듣는데 교향곡들은 보통 30분이 넘고 오페라는 몇 시간씩 된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소리를 몇 십분 동안 집중해서 듣는 것은 고역이다. 외국 영화를 무 자막으로 보듯 답답함이 가득하다. 책을 처음 접하면 몇 십 분을 읽기가 힘들다가 차츰 시간이 늘어나고 나중에는 몇 시간 동안 집중해서 읽어진다. 클래식 음악도 듣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론적인 정보를 조금만 알고 들으면 훨씬 수월해진다.
음악의 역사를 보면 바로크 음악(1600-1750)이 첫 포문을 연다. 왕과 귀족을 위한 음악이고 화려하고 다양하다. 사치스러운 왕궁의 무도회를 상상하면 좋다. 베르디, 바흐, 헨델이 대표적이다. 고전파음악(1750-1827)은 18세기 인간의 이상과 자유를 부르짖는 계몽주의 사상이 널리 퍼지는 시대상황이다. 시민혁명으로 절대왕정이 몰락한다.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음악이 서민에게 널리 보급된다. 특징은 형식을 중시하여 무게감 있게 정해진 격식 내에서 안정적인 멜로디를 추구한다. 이때 교향곡, 협주곡, 소나타 같은 형식이 확립된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있다. 낭만파 음악(1820-1910) 인간의 감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형식에서 탈피하려는 자유로운 움직임이 시작된다. 작곡가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려다 보니 화음도 복잡해지고 멜로디 변화도 많아진다. 짧았던 곡의 길이가 늘어나고 새로운 악기를 포함하는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다. 곡의 내용을 설명해 줄 필요가 생겨나서 표제음악(특정한 이야기, 사상의 내용을 표현한 음악)이 나타난다. 미술, 문학과 음악을 결합하려는 노력으로 예술가곡이 나온다. 부르주아와 서민 계층이 주된 음악 소비층으로 등장한다. 대표 작곡가는 슈베르트, 쇼팽,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이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접하는 음악은 바로크, 고전파, 낭만파이다. 이후로 국민악파 음악, 인상주의, 표현주의, 신고전주의 등이 있다.
음악의 형식도 조금 알아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시작되고 표현되는지를 모르면 이해하기가 힘들어진다. 우리가 자주 듣는 피아노 소나타, 바이올린 소나타가 있다. 소나타(Sonata)는 Contata(노래하다)와 반대되는 의미로서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이다. 기본적으로 제시부, 전개부, 재현부의 3부로 이루어진다. 제시부는 주제들을 제시한다. 이 주제들을 여러 가지로 변화 발전시키는 전개부다. 처음의 제시부를 다시 반복하는 재현부다. 제시부는 기본적으로 제1주제와 제2주제가 서로 대조를 이루며 전개된다. 전개부는 더욱 강하게 얽혀 들어 극도의 긴장상태를 조성한다. 재현부에서는 제시부의 주제가 더욱 안정적으로 재현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것이 기본원칙이고 변형은 가능하다. 고전파, 낭만파 시대의 작품들은 대부분 소나타 형식에 의해 작곡되었다. 보통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악장은 빠르다(알레그로) 때로는 완만한 도입부를 갖는다. 2악장은 느리다(아다지오) 3악장은 조금 빠르다(스케르초-3박자의 쾌활 한곡, 미뉴에트-3/4의 춤곡) 4악장은 빠르다(알레그로) 론도(주제가 삽입부를 사이에 두고 반복하여 나타나는 형식) 형식이나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가 가장 많이 듣고 알고 있는 대표적인 것이 교향곡이다. 일반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위한 대규모 관현악곡으로서 소나타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음악이다. 주로 4악장을 구성되는 18세기 고전파 음악의 구조이다. 1악장은 빠르다(알레그로) 소나타 형식이다. 2악장은 느리다(아다지오) 3악장은 미뉴에트 또는 스케르초, 4악장은 빠르다(알레그로) 또는 론도이다.
협주곡은 concerto 경쟁하다는 뜻이다. 오케스트라와 하나 이상의 독주 악기가 대립하듯 연주한다.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진다. 1악장은 빠르고 활기 있는 소나타 형식, 2악장은 느리고 서정적인 론도형식, 3악장은 빠르고 경쾌한 론도형식이나 변주곡 형식이다. 녹턴(nocturne, 야상곡) 조용한 밤의 분위기를 나타내 서정적인 피아노곡이다. 특정한 박자와 형식은 없다. 대부분 세 도막 형식(A-B-A)과 유사한 형식을 보인다. 독주곡은 하나의 악기로 연주하도록 만들어진 곡이다. 실내악곡은 3-4명의 연주자가 독주악기를 연주하는 소규모의 합주곡이다. 피아노 3중주(피아노 1, 현악기 2) 현악 4중주(바이올린 2, 비올라, 첼로), 목관 3중주(플루트, 오보에 또는 클라리넷, 바순) 등이 있다. 서곡은 음악회의 첫 인상, 본래 서곡은 오페라나 연극이 공연되기 전에 막이 내려진 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곡이다. 앞으로 전개될 음악에 대한 도입 부분이다. 전주곡은 각 막의 서두를 장식하는 음악이다. 길이는 서곡보다 짧고 간단한 편이다.
음악을 들을 때 속도의 표현을 알아듣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사용하고 듣는 것으로 박자와 함께 정리해 본다. Largo(아주 느리고 편안하게) 속도는 40-60 - Adagio(느리고 풍부한 표현으로 천천히) 66-76 - Andante(느리게, 걷는 기분으로) 76-108- Moderato(보통 빠르게) 108-120 – Allegretto(조금 빠르게, 우아하고 즐겁게) 108-120 – Allegro(빠르고 가볍게, 밝고 단호 생기 있게) 120-156 – Vivace(빠르고 쾌활하고 생동감 있게) 156-176 - Presto(빠르고 성급하게) 168-200이다.
클래식 음악을 이론적으로 파고 든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조금의 정보를 가지고 작곡가들의 시대와 곡의 형식을 생각하며 듣는다면 재밌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곡들을 잘 들어보면 먼저 곡의 빠르기로 긴장을 시키고 다음에는 곡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을 반복하며 연주된다. 처음 들을 때는 복잡해도 여러 번 듣다 보면 익숙해지고, 각 악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유명한 멜로디부터 반복해서 들으면 클래식에 대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클래식 음악은 여러 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데, 한 번씩 특정 악기에 집중해 보자. 예를 들어 피아노 협주곡을 들을 때 피아노 소리에만 집중해보면 곡의 흐름이 더 잘 느껴질 것이다. 너무 어려운 곡보다 친숙한 곡을 먼저 들어 보는 것이 좋다. 유트브나 팟캐스트에서 클래식 음악 해설을 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음악 전문가들이 곡의 특징을 설명해주면 더 재미있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클래식은 한 번에 이해하는 것보다 조금씩 친숙해지면서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듣는 것에 익숙해지면 그냥 듣고만 있어도 마음속에서 평화를 맛볼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과 안 듣는 것은 삶의 질이 차이가 날 것 같다. 물론 나는 팝이나 가요 재즈 등도 즐겨 듣는다. 실연의 상처를 발라드 곡만큼 위로해 주는 것은 없다. 그때 그 시절 모든 가사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을 대변해 주었기 때문이다. 볼륨을 높이고 헤비메탈 속으로 빠져 들어 온몸을 맡기고 있으면 응어리졌던 마음이 후련해진다. 주말 아침에 느지막이 일어나 보사노바리듬의 재즈를 틀어 놓고 커피 한 잔을 하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왠지 이번 주말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다.
음악은 나의 일상에서 빠지면 안 되는 배경이다.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언제나 함께 오랜 세월 동행했다. 턴테이블에 기분에 따라 고른 LP를 조심스럽게 올려놓고 바늘을 맞춰 내려놓는다. 처음에 트랙을 찾느라 지지직 하며 시작한다. 음질은 떨어지고 노이즈가 끼지만 따듯함이 묻어난다. 가끔은 노이즈가 음악을 듣는데 거슬릴 때도 있다. 다음에는 CD를 골라 플레이어에 삽입한다. 원하던 음악이 하나의 노이즈도 없이 깨끗하게 전해진다. 너무 깔끔한 소리에 인간미는 떨어진다. 오디오의 볼륨은 나의 취향에 맞춘다. 소파 깊숙이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한다. 가슴에 소리의 진동이 전해진다. 음악에 나를 맡기고 잠시 현실 세계에서 빠져나온다.
▣ 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추천곡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5번(바흐) : 최고로 손꼽히는 명작. 독주로 활약하는 하프시코드의 연주가 일품.
교향곡 41번 주피터(모차르트) ; 그리스 신화 속 제왕이었던 ‘주피터’ 이름에 걸맞게 웅장하고 활기가
가 넘친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이 느껴진다.
3. 교향곡 5번 운명(베토벤) : 운명을 극복하고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 표현.
4. 교향곡 2번(브람스) : 우수에 젖은 애절하고 감미로운 선율이 매력적인 음악이다. 브람스의 특성이 잘 드러난 곡으로 자연의 서정과 환희를 탁월하게 표현.
5. 환상 교향곡(베를리오즈) : 사랑하는 연인에게 실연당한 사람의 심경 변화를 드라마틱하게 표현했다.
6. 사계(비발디) :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표현하는 곡으로, 각 계절마다 느낌이 다르다.
7. 첼로 협주곡(드보르작) : 가장 인기 많은 곡이다. 첼로 음악의 금자탑으로 평가된다.
8. 교향곡 6번 비창(차이콥스키) :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음향을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린 작품.
9. 바이올린 협주곡(쇼스타코비치) : 스탈린 시대의 숨 막히는 분위기와 그에 대항 하는 음악가의 기개가 느껴지는 걸작이다.
10. 그 외에도 쇼팽 녹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바흐 G선상의 아리아 등이 있다.
⌜참고 문헌⌟
클래식 상식사전 –미쓰라 야유코-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52가지 –최 은규-
열려라 클래식 –이 현석-
클래식 수업 –민 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