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파크골프를 권하는 이유)
“강00 연습장 다녀왔어?”(아내를 부를 때 성과 이름을 부른다)
“응. 그런데 코치가 잘 못 한다고 눈치 줘”
몇 년 전 저녁 식탁에 앉아 자연스럽게 아내와 나눴던 대화. 나는 골프를 이십 년 가까이 치고 있고 매력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해 아내에게 강력하게 권유했다. 잘 가꾸어진 아름다운 조경과 넓게 펼쳐져 있는 골프장 잔디를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고 세상 근심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공을 치고 잔디를 걸으면 양탄자를 걷는 듯 푹신한 느낌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아내와 같이 공을 치며 걸으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그림이다.
매년 하는 잔소리거니 지나치다 그해 모처럼 아내가 용기를 내어 골프 레슨을 등록했다. 골프는 문제가 있다. 채도 열 개가 넘고 각자 미묘하게 치는 맛도 다르다. 처음에 치면 공이 앞으로 나가지 않고 훅(왼쪽 방향)과 슬라이스(오른쪽 방향)가 춤을 추듯 반복된다. 이것은 몇 년을 쳐도 고쳐지지 않고 일정한 거리와 방향 치기 위해서 고생을 해야 한다. 물론 사람에 따라 습득 능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무조건 처음에는 레슨을 받는 것이 국룰이다. 짧게는 삼 개월 많게는 몇 년을 받는데 치다가도 잘 맞지 않으면 원 포인트 레슨을 이어간다. 보기 플레이어(18홀을 정해진 타수로 마무리하면 72타. 여기에 18타를 더 쳐서 마무리하는 골퍼)정도 되면 골프를 즐기면서 칠 수 있다. 물론 백돌이(백 개 넘겨 치는 골퍼)도 재밌게 칠 수 있다. 성적이 최고는 아니다. 지인이나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즐기는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해서 공을 치고 비슷한 거리나 방향이 아니면 뿔뿔이 헤어져야만 한다. 초보자들은 엉뚱한 곳으로 공이 가기 때문에 공도 자주 잃어버린다. ‘돈 많이 냈으니 많이 쳐야지 본전을 뽑지’ 하며 위안을 삼아야 한다. 그래도 죽자고 배우는 것은 골프만의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열심히 배우고 연습해서 치는 사람도 있고 몇 개월 하다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막상 피일드에 나가려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국내에서 한 번 공을 치려면 최소 20만 원 정도(그린 피, 카트 피, 캐디 피, 식사, 교통비) 들고 한 달에 몇 번은 쳐야만 필드 감을 잃지 않는다. 연습장도 다녀야 한다. 레슨도 받아야 한다. 기죽지 않으려면 옷도 잘 갖추어 입어야 한다. 머리가 아파진다.
요즘은 골퍼들이 스크린 골프장을 애용한다. 아무 때나 칠 수 있고 어디에나 있고 비용도 저렴하다. 나도 아내와 필드는 자주 못 나가더라도 스크린 골프를 치면서 즐기고 싶었다. 문제는 아내가 공교롭게도 레슨 받는 기간 중에 다리를 다쳤다. 연습을 할 수가 없다. 숙제처럼 느꼈던 연습을 할 수 없게 됐으니 차라리 홀가분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우리의 골프 인연은 사라져 갔다.
어느 날 아내와 친하게 지내는 성당 자매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는 파크 골프를 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세상에서 이렇게 재밌는 것이 없다며 당장 나와서 한 번 쳐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사양했지만 그럼에도 또다시 권유하고 일단 한 번만 쳐보라고 해서 마지못해 나와 아내는 대호지면에 있는 파크 골프장을 향했다. 반갑게 자매 부부가 우리를 맞이하고 채를 빌려 주어 같이 한 게임(골프와 같이 18홀. 게임 방식도 같다)을 했다. 아내가 생각한 것보다 잘 친다. 그래도 똑딱이라도 골프 연습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됐나 보다.
파크 골프(Park Golf)는 일본 홋카이도에서 처음 시작된 스포츠로 일반 골프와 게이트볼의 장점을 결합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고안된 스포츠이다. 공원에서 즐기는 골프라는 뜻이다. 특징은 장비가 간단하다는 것이다. 십여 개의 골프채와 달리 클럽이 하나뿐이다. 골프화나 전문 복장도 필요 없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도 충분히 플레이가 가능하다. 거리는 일반 골프장 보다 훨씬 짧다. 한 홀의 길이가 보통 30-100미터 정도이다.(두 홀 정도는 150미터) 잔디가 깔린 부드러운 필드에서 경기하기 때문에 안전하며 큰 체력 소모가 없다. 장점은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고 쉽게 배우고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비용은 연회비 10만 원만 내면 살고 있는 지역의 모든 파크 골프장을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다. 아마도 지역마다 대동소이할 것이다.
우리는 주로 삽교호 호수공원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데 널따란 호수와 나무들이 어우러져 어떤 관광지 못지않는 풍경을 자랑한다. 천연 잔디가 깔끔하게 깔려 있어 공을 치고 걸으면 골프장 부럽지 않다. 골프장에서는 매홀 캐디가 스코어 카드에 타수 기록을 하고 원하는 곳으로 나가지 않을까 봐 한 타 한 타 칠 때마다 긴장한다. 파크골프는 그런 긴장감에서 해방된다. 그냥 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경계망에 부딪혀 있더라도 한 번 더치면 그만이다. 서로가 스코어 때문에 눈치를 주는 사람이 없다. 치고 걷고 홀에 넣으면 된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잔디 위를 걷고 부담 없는 플레이는 골프 부럽지 않다.
아내와 시간이 되면 집 근처에 뚝 방을 걷곤 했다. 개울물이 흐르고 양쪽으로 매실나무가 심어져 있어 그림 같은 산책길이다. 자주 가다 보면 쉬이 똑같은 길을 걷는 것이 지루해진다. 어디 다른 곳을 갈 데가 없을까 고민한다. 파크골프장은 이런 지루함을 완벽히 없앤다. 매번 게임을 하면서 걷기 때문에 얼마나 걷는지도 잊어버리고 게임에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운동도 되고 재밌게 게임도 즐기고 부담도 없고 세상에 이런 기가 막힌 것이 어디 있으랴. 처음에는 거리도 짧고 채도 한 개로 치는 것이 너무 시시하게 생각했다. 쉽게 운동을 즐기지 못하던 아내가 모처럼 너무 재밌어한다. 자꾸 치다 보니 내가 상상만 했던 잔디 위에서 부부가 같이 이야기하며 운동하는 것이 현실이 됐다.
노인들과 부부를 위한 최적의 스포츠가 아닌가 생각한다. 무리하지 않고 산책하듯 대화하며 운동한다.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고 지인들을 넓혀 간다. 각 지자체마다 파크 골프장을 만드는데 힘을 쓰고 있다. 초 고령화 사회인 한국에서 건강 복지 차원에서 박수 칠만 하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즐기기 위해 처음에는 기초를 배우는 시간을 몇 개월에서 몇 년을 투자해야 하고 도중에 포기하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 있다. 너무 어려워서, 시간이 맞지 않아서, 흥미가 떨어져서, 저마다의 핑계를 만들어 쉽게 이별한다. 파크골프는 기초를 배우는 시간 없이 바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골퍼들이 잘 쳐도 못 쳐도 걸으면서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렇게 쉽게 입문하면서 바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런 기밀을 누설하는 것은 내 글이 결코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