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루떡 한 조각

나의 신전에 바친다.

by 이제

처음에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혼자서 생각을 꿍치고 살지 않겠다는 다짐에서였다.

내세울 만한 것은 없지만

나 역시 생각이라는 것을 하고 살아가고 있으니,

그 생각을 숨기지 않고 공개하겠다는 뜻이었다.

블로그에 공부한 내용을 정리해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고,

이제 브런치에도 깃발을 꽂았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리듬을 만들어보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욕심은 아닐까 하는 자책을 하기도 한다.


첫 주에는

주역을 읽으며 느낀 것을

어떻게 하면 아주 쉽게 쓸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매주 한 번이라도 이 주제로 글을 올리자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역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끝도 없이 많은데,

그것을 글로 완성하는 일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 내내 글쓰기에 대한 압박을 받다가

막상 닥치고 보니 이런 배짱이 생겼다.

내가 무슨 메시지를 남겨야 하는 전문가도 아닌데

왜 이렇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걸까.

애초의 취지가 생각을 꿍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대로 하면 되는 일이다.


글쓰기 교실에서

“글 쓰는 사람은 다 관종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그 말에 공감하지 못했다.

나는 관심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생각의 흐름을 드러내놓고 관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관종이 맞는 것 같다.

공개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군가가 읽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행위다.

쓰는 순간, 타인의 시선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고

그에 대한 책임 또한 함께 따르니까.


나는

아직 설익어 내놓고 싶지 않은 생각은

글로 남기지 않고, 반면에

글로 완성한 것은 공개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아직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은

그대로 두면 된다.


오랜 시간

생각의 알갱이를 불리고, 가루 내고,

시루떡처럼 쪄내는 것.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시루떡은 원래 제사 음식이었다.

아, 내 글쓰기도 제사에 쓸 시루떡을 쪄내는 일과 닮아 있구나.

가루처럼 흩어져 버릴 수 있는 생각을

찜통에 올려 하나의 덩어리로 만드는 것,

그것이 글쓰기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쪄낸 떡을

나만의 신전에 바치는 행위가 글쓰기 아닐까.


그러다 문득, 또 하나의 조금은 오지랖 떠는 생각에 이른다.

내가 온라인 공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나는 많이 아끼는 편이다.

돈이든, 몸이든, 시간이든, 무엇이든.

온라인 공간을 유지하는 데에도

전기적 에너지가 들고,

데이터 역시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말을 들으면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건 아닐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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