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에 살면서 가장 자주 하는 말
자꾸만 바라보고 싶은 캘리포니아의 하늘
미국에 와서 아침에 일어나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창문을 열어 하늘을 살피는 일이다.
그 이후로도 수시로 창가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아침부터 오후, 해가지는 저녁까지 시시각각 변하는 이곳의 하늘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비싸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 물가에
절반이 날씨값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캘리포니아하면 쨍하고 투명한 햇살과 날씨를
빼놓을 수가 없다.
더군다나, 우리가 사는 동네는
고층 건물이 전혀 없다보니 저 멀리까지
넓게 탁 트인 하늘을 마음껏 볼 수가 있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번씩,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온다.
“우와, 저기 하늘 좀 봐!”
내가 캘리포니아에 와서 다른 것도 아닌,
'하늘'에 감탄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에서는, 높은 빌딩 사이로 보이는
조그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고작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황사와 미세먼지에 뒤덮인 뿌연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서였을까.
아님, 그보다도 한국에서는 하늘 자체를 올려다볼
여유를 갖기 힘들어서일까.
분명한 건, 한국에서는 우리가 하늘을 보며
함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적었다는 거다.
하늘을 보며 함께 감탄할 수 있는 사람들
며칠 전엔,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왔더니
신랑이 나를 창문 앞으로 불러세웠다.
'하늘 좀 봐. 온통 핑크색이야.'
평소 같으면 아침 준비에 서두를 시간이었지만,
그날은 잠시 그렇게 서서 창가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넓게 깔린 구름이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어
세상이 온통 핑크빛이었다.
잠에서 깬 아이들과도 아침의 풍경을 나누며 함께 웃었다.
아침은 늦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더 여유로웠다.
그날은 유독, 하루종일 구름이 예뻤다.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에는
하늘 가득 먹구름이 몽글몽글 맺혀있었다.
아이들은 구름이 포도알처럼 생겼다며 신기해했고,
학교에서 등교지도를 하는 선생님은 우리를 향해
'하늘이 정말 아름답네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몇몇 학부모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었고,
자전거를 타고 아침 운동을 하던 분들도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바쁜 아침 등굣길, 출근길, 운동 중에도
가던 길을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함께 감탄할 수 있는 이곳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참 좋다,고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학창 시절, 이런 제목의 영화가 있었다.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
우리 사회의 과도한 경쟁, 성적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렸던 영화로 기억한다.
그 이후로 우린 가끔 하늘을 올려다봤나,
생각해보면 딱히 그렇지 못했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고, 딱히 그럴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게 더 맞는 거 같다.
그랬던 우리가 이곳에 와서는 하늘바라기가 됐다.
캘리포니아의 하늘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하지만,
하늘을 자주 보다보니
그만큼 마음의 품이 커지고,
여유가 생기니 틈틈이 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게 되었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면 실제로 행복해진다는 말처럼,
여유가 있어서 하늘을 올려다 보는 게 아니라
하늘을 보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 샘이다.
그러니 우리, 가끔은 하늘을 보자.
그동안 놓치고 지나온 여유와 행복이 그곳에 있을지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