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람 Aug 22. 2023

14. 미국에서 맞는 새 학년 새 학기

8월 16일. 미국에서 아이들의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됐다.

3월에 새 학년이 시작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8월, 가을학기에 새 학년이 시작된다.

4th grade였던 첫째는 5th grade로 올라갔고,

kinder에 다니던 둘째는 1st grade가 되었다.


#우리 아이는 도대체 몇 반이지?


우리나라 학교의 경우에, 한 학년을 마치고 방학을 할 때 아이의 다음 학년 반 배정을 미리 알려준다.

그리고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곧바로 그 교실로 찾아가면 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방학이 끝나가도록 아이의 반배정이 감감무소식이었다.

개학은 점점 다가오는데, 당장 개학을 하면 아이가 몇 반으로 가야 하는지,

뉴커머반에 있던 아이가 이번엔 레귤러반으로 올라가는 건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방학 기간에는 학교 측에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학생들만 방학이 아니라, 학교의 모든 업무가 올스톱 되기 때문이다.

빨리빨리가 몸에 밴 성미 급한 우리만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함을 드나들며, 혹시라도 학교에서 온 이메일이 있는지를 확인할 뿐이었다.


그러다가 개학을 딱 하루 앞두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오후 4시 30분부터 인터넷으로 아이의 교실과 담임 선생님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약속된 시간, 메일로 받은 링크를 클릭하자

아이들의 교실번호와 담임선생님 이름이 떴다.

한국에선 아이들이 몇 학년 몇 반인지를 확인하지만,

미국에선 클래스 넘버와 담임선생님 이름으로 반이

정해졌다.


그렇게 개학 하루 전날에야 아이들의 반 배정을 확인했다. 아이들이 같은 반이 되길 원했던 한국 친구들과는 모두 다른 반이 되었다는 안타까운 소식과 함께.


#학용품 사는데 200불이 넘게 든다고?!


개학을 며칠 앞두고 학교에서 메일이 왔다.

학년별로 학용품 리스트가 있으니, 미리 준비를 하라는 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준비 안 해본 학용품을 미국에 와서 준비를 해야 하는 건가. 한숨이 절로 나왔다.


게다가 학교에서 보내온 학용품 리스트는 학년별로 종류만 20여 가지.

항목별로 몇 개를 구입해야 하는지, 어떤 회사의 제품을 사야 하는지가 적혀있었다.

학교가 요구하는 문구 회사의 제품으로, 개수를 맞춰서 구입하는 식이었다.


아이들이 개학하는 날 맞춰 준비를 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그렇다고 문구점이나 마트를 돌아가며 일일이 고르기엔 미국의 학용품 이름도, 종류도 생소했다.

결국, 우리는 학교에서 보내온 문구리스트를 출력해서 아마존에서 하나하나 체크해 가며 구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두 아이 학년별로 각각 요구하는 학용품을 모두 장바구니에 담았더니 무려 200불이 넘는 가격이 나왔다.

아니, 학용품을 샀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단 말이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학교에서 준비하라는데, 우리 아이만 준비를 안 해갈 순 없다는 생각에 울며 겨자 먹기로 꾸역꾸역 준비를 했다.


그리고 개학하는 날, 온 가족이 준비한 학용품을 양손 가득 끙끙대며 들고 갔다.

그런데 우리처럼 학용품을 준비해 온 학생들은 정작 얼마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양손 가볍게, 홀가분하게 등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훨씬 많았다.


알고 보니, 학교에서 요구한 학용품은 기부 형식으로 원하는 경우에만 준비하는 거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우리는 학용품 하나라도 빠트릴까 일일이 체크하며 정성껏 챙긴 셈이다.

이렇게 또 호구가 되는 건가 싶었지만, 그래도 기부한 학용품은 아이들 반 학생과 전교생이 함께 사용한다고 하니, 반강제로(?) 좋은 일 한 번 한 셈 치기로 했다.


# 제대로 된 미국 학교를 경험할 차례


미국에 처음 올 때, 우리 아이들 영어 수준은 알파벳을 겨우 아는 정도였다.

영어도 할 줄 모르면서 곧바로 미국 아이들 사이에서 수업을 듣게 하는 건 무리였고.

그래서 선택한 게, 이 학교의 ELD 과정이었다.

한국 학생들도 있었고, 영어가 서툰 학생들이 모여 있다 보니 영어를 잘 못하는 우리 아이들도 큰 무리 없이 한 한기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아이들은 레귤러 반에 배정이 되었다.

친하게 지내던 한국인 친구들과는 모두 반이 갈려 뿔뿔이 흩어졌고,

몇 명 있는 한국인 친구들도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레귤러반은 미국의 정규 학습 과정을 그대로 따라가기 때문에 배우는 과목도 많아지고, 수업 난이도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게 될 거다.  

이제야 제대로 된 미국 학교를 경험하게 된 셈이다.


한 학기 사이에 아이들 영어 능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도 아니고,

다른 아이들처럼 튜터를 붙여가면서 따로 영어를 가르치지도 않았다.

그런 아이들이 레귤러 반에서, 일반 과정을 들어온 아이들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까. 내심 걱정이 됐다.


다행히 이런 부모의 마음 달리,

아이들은 아직까지 무난하게 수업을 듣고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고 있다.

간혹 선생님이 하는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고,

친구들이 영어로 물어오는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도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위축되지 않고, 예전보다 나아진 영어 실력을 스스로 뿌듯해하며

자신감을 잃지 않는 모습이 보기 좋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내려놓고,

지금처럼 즐긴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미국 학교 생활을 해나갔으면 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몸으로 부딪히는 모든 게 다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개학 첫날, 준비한 학용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등교를 하는 모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