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팬알백 | 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100가지 이야기
『1986년 9월 17일 정규시즌 최종일. 최동원의 역투는 갈수록 힘이 넘쳤고, 2-1의 롯데 리드는 8회를 거치면서 오히려 3-1로 벌어져 OB는 점점 절망의 벼랑 앞으로 물러서기만 했다. 롯데에게는 승부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게임이었지만 에이스 최동원 개인에게는 3년 연속 20승을 성취하는 귀중한 한판이었다.
운명의 9회말. 선두 김광수가 좌전안타로 나갔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최동원은 김형석을 투스트라이크로 윽박지르며 별다른 위협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나 김형석은 최동원의 실투일지도 모르는 3구째 안쪽 직구를 걷어 올렸다. 순간 OB 팬들로서는 일찍이 감상해 보지 못한 감동의 흰 궤적 하나가 라이트 펜스 바깥쪽으로 그려졌다. 3-3.
김형석의 홈런이 일으킨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신경식은 신경질적이 된 최동원의 초구(공식기록지에는 볼카운트 1B-0S에서 2구)를 강타, 좌중월 3루타를 뿜어댔다. 최동원이 침착했던들 아직은 위기를 넘기고 승부를 연장시킬 여지는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미 기세가 꺾인 최동원은 3루 커버를 게을리한 채 구경만 하고 있었고, 유격수 정영기의 릴레이를 거쳐 3루로 온 볼은 김용철의 글러브를 통과, 신경식은 단숨에 홈까지 뛰어들어 4-3 역전승의 구두점을 찍었다. 전주에서 해태에 이긴 MBC 선수들은 시외통화로 들린 OB의 역전승 소식에 넋을 잃고 말았다.』 <KBO 발행 한국프로야구 1987년 연감 60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