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팬알백 | 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100가지 이야기
『프로야구 출범 이래 두 번째 몰수게임이라는 불상사를 빚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OB-MBC전은 5-5 동점에서 MBC가 6회말 공격을 펼칠 때 1사후 주자 1·3루에서 2루 스틸을 시도하던 1루주자 박흥식이 3피트라인을 벗어났기 때문에 아웃이라는 OB의 주장과 벗어나지 않았다는 심판의 판정이 팽팽히 맞서 끝내 몰수게임으로 망가지고 말았다.』<1985년 7월 17일자 경향신문>
『프로야구 베어스와 청룡의 몰수게임(16일 잠실구장) 불상사는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관계자 제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KBO는 17일 오전 11시부터 7시간 동안 서종철 총재 주재로 몰수게임 소동에 따른 대책을 논의, 베어스 김성근 감독에게 제재금 50만원 및 출전정지 4게임, 이근우 주심에게는 제재금 20만원에 출장정지 5게임을 병과했다.
제재 이유는 김성근 감독의 경우 ‘심판 판정에 불복, 선수단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켰으며 주심의 퇴장명령에도 불복했다’는 것이다. 또 이근우 주심은 경기를 원활히 진행시켜야 하는데도 규칙에만 집착, 성급하게 몰수게임을 선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
17일 오전 베어스 측은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않아 무어라 말할 수 없지만 KBO의 제재 내용은 공평을 잃은 처사’라며 베어스가 내놓은 제소를 재심해 줄 것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베어스는 주말 타이거즈와의 3연전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상식>
●몰수게임 규정과 스코어 처리는?
몰수게임은 메이저리그에서 ‘포피티드 게임(Forfeited Game)’이라 부른다. 야구규칙상의 몰수경기 정의를 보면 ‘규칙 위반으로 주심이 경기종료를 선언하고 잘못이 없는 팀에 9-0 승리가 주어지는 경기이다(7.03)’라고 돼 있다.
스코어를 9-0으로 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는 정규이닝이 9이닝 경기이기 때문에 이닝당 1점씩으로 계산한 것이다. 리틀야구 등 7이닝 경기에서 몰수경기가 나오면 스코어는 7-0이 된다.
그러나 이 스코어는 원칙상일 뿐, 실제로는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적용된다. 9-0 스코어가 적용되는 게임이 있고, 몰수게임 선언 당시의 스코어가 그대로 적용되는 게임이 있다.
우선 크게 정식경기 성립 기준인 5회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①9이닝 경기에서 정식경기 기준은 5회다.
5회를 채우지 못한 경기는 무조건 승리 팀이 9-0으로 이긴 것으로 기록된다. 반대로 경기 속행을 거부한 팀은 0-9로 진 것으로 처리된다. 이때 개인기록과 팀기록은 모두 무효가 된다. 1982년 MBC-삼성전에서 나온 최초 몰수게임은 삼성이 5-2로 앞선 4회말 중단됐다. 당시 MBC 백인천 감독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선수단을 철수시키면서 MBC가 몰수게임 패를 당했다. 정식 경기 이전이어서 스코어는 삼성의 9-0 승리로 처리됐다.
②정식경기 성립 이후엔 두 가지로 나눠 기록을 처리한다.
첫째, 몰수게임 승을 거둔 팀이 실제 경기에서 비기거나 지고 있었다면? 스코어는 9-0이 되지만 개인기록과 팀기록은 몰수게임 선언 당시 상황까지 모두 인정된다. 단, 승리투수와 패전투수 기록은 없다.
둘째, 몰수게임 승을 얻은 팀이 실제 경기에서 이기고 있었다면? 스코어는 몰수게임 선언 당시 그대로 인정된다. 이때 개인기록과 팀기록도 모두 인정된다. 승리투수, 패전투수도 규칙에 따라 적용된다.
(1985년 OB-MBC의 경기는 정식경기 기준인 5회를 넘겼기 때문에 몰수게임 선언 당시의 스코어 그대로 MBC의 6-5 승리로 처리됐다. 이날 승리투수는 MBC 오영일. 5-4로 앞선 6회초부터 선발투수 유종겸을 구원등판해 6회초 1이닝 동안 1실점을 기록하며 동점을 허용했는데 6회말 유고웅의 득점이 인정되면서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반면 패전투수는 OB 3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결승점을 헌납한 황태환이었다.)
한편 MBC는 사상 최초로 몰수게임 패를 당한 구단이자, 마지막 몰수게임 승을 거둔 팀이기도 했다. OB는 마지막 몰수게임 패를 당한 팀으로 남아 있다.
●어떨 때 몰수게임이 될까? 야구규칙 7.03 세부 조항
야구규칙 7.03에는 몰수게임과 관련한 세부 조항이 있다.
(a) 어느 팀이든지 다음 사항에 해당될 때는 몰수경기로 하여 상대팀에 승리를 줄 수 있다.
(1) 주심이 경기 개시 시간에 "플레이"를 선고하고 나서 5분이 지나도 경기장에 나오지 않거나 경기장에 나왔다 하더라도 경기를 거부하였을 경우. 그러나 늦어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조심이 인정할 때는 관계없다.
(2) 경기를 지연시키거나 단축시키기 위하여 명백히 술책을 썼을 경우.
(3) 주심이 일시정지 또는 경기종료를 선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속행을 거부하였을 경우.
(4) 일시정지 후 주심이 "플레이"를 선고하고 나서 1분 안에 경기를 다시 시작하지 않았을 경우.
(5) 심판원이 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집요하게 반칙행위를 거듭하였을 경우.
(6) 심판원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은 선수가 적당한 시간 안에 이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
(7) 더블헤더 제1경기가 끝난 뒤 30분 안에 제2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을 경우.
(b) 어느 팀이 경기장에 9명의 선수를 내보내지 못하거나 또는 이것을 거부하였을 경우 그 경기는 몰수되어 상대팀이 승리하게 된다.
(c) 주심이 경기를 잠정 정지시킨 뒤 재개에 필요한 준비를 경기관리인에게 명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온당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경기는 몰수경기가 되고 원정구단의 승리가 된다.
(d) 주심이 몰수경기를 선고하였을 때는 선고 후 24시간 이내에 그 사유를 서면으로 총재나 회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단, 주심이 이 보고를 하지 않더라도 몰수한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페어지역에 수비수가 최소 1명은 있어야 몰수게임을 피한다?
야구상식 하나. 간혹 수비 측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선수들을 덕아웃으로 철수시킬 때 수비수 한 명을 덩그러니 그라운드에 남겨 놓을 때가 있다.
"최소 한 명은 그라운드 페어지역에 남아 있어야 몰수게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언제부터인지,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게 내려왔다. 여기에 언론사 기자들이나 방송사 캐스터 혹은 해설위원도 야구규칙 확인 없이 이를 기정사실화해 설명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행위다.
야구규칙에 ‘몰수게임 선언을 막기 위해 선수단 철수 시 수비수 1명은 그라운드를 지켜야한다’거나 ‘선수단을 부분 철수하면 몰수게임을 선언할 수 없다’는 조항은 없다.
수비 도중 그라운드에 수비수 한 명도 두지 않고 선수단이 모두 덕아웃으로 철수한다고 해서 곧바로 몰수게임이 선언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최소 선수 한 명을 남겨놓았다고 해도 시간을 무한대로 끌면 몰수게임을 선언할 수도 있다. 선수 1명이 그라운드에 있는 것과 몰수게임은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