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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국 Feb 23. 2023

[22] OB는 그날 왜 몰수게임 패배를 당했을까

베팬알백 | 베어스 팬이라면 알아야 할 100가지 이야기

『프로야구 출범 이래 두 번째 몰수게임이라는 불상사를 빚었다. 16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OB-MBC전은 5-5 동점에서 MBC가 6회말 공격을 펼칠 때 1사후 주자 1·3루에서 2루 스틸을 시도하던 1루주자 박흥식이 3피트라인을 벗어났기 때문에 아웃이라는 OB의 주장과 벗어나지 않았다는 심판의 판정이 팽팽히 맞서 끝내 몰수게임으로 망가지고 말았다.』<1985년 7월 17일자 경향신문>


한국프로야구도 40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그 세월만큼 기기묘묘한 기록과 사건들이 역사의 갈피 속에 점철돼 있다. 이제는 보기 힘든 일이 됐지만, 오래 전 KBO 역사에는 몰수게임도 두 차례 존재한다. 그 두 차례 몰수게임 중 마지막 몰수게임이 바로 OB 베어스가 기록한 것이었다.


 [베팬알백] 22번째 주제는 바로 1985년 OB 베어스의 몰수게임 이야기다. OB 베어스는 왜 그날 몰수게임 패를 당했을까. 최후의 몰수게임으로 남아 있는 그날의 역사와 추억 속을 탐험해 본다.


김성근 감독과 황태환 ⓒ두산베어스


 3피트라인 판정 어필→선수단 철수→김성근 감독 퇴장


 1985년 7월 16일 잠실구장. OB 베어스와 MBC 청룡의 후기리그 팀간 2차전이 열렸다. 5-5로 팽팽히 맞선 6회말 1사 1·3루. 마운드에는 4회부터 구원등판한 좌완 황태환, 타석에는 3번타자 김재박이 서 있었다.


 볼카운트 1B-0S. 황태환의 2구째가 날아가자 MBC 1루주자 박흥식이 2루 도루를 시도하며 내달렸다. 포수 조범현은 2루로 강한 송구를 했다. 이때 2루를 커버한 날다람쥐 2루수 김광수가 공을 잡았다. 그런데 박흥식이 중간에서 멈춰 섰다. 그리곤 런다운에 걸렸다.


 2루수 김광수가 토끼몰이를 하듯 달려가며 태그하려는 순간, 재치 있는 박흥식이 순간적으로 몰을 틀며 태그를 피했다. 그러자 김광수는 유격수 유지훤에게 공을 던졌고, 박흥식은 다시 1루 쪽으로 역주행을 했다. 유지훤은 1루수 신경식에게 송구했고, 박흥식은 결국 태그아웃을 당했다.


 그런데 그 사이 홈으로 뛸 타이밍을 엿보던 MBC 3루주자 유고웅(1985년 MBC에 입단한 재일교포 2루수)이 달리기 시작했다. OB 1루수 신경식이 황급히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이근우(작고) 주심은 유고웅이 먼저 홈플레이트를 찍었다며 세이프를 선언했다. MBC가 6-5로 앞서게 됐다.


 2루수 김광수가 펄쩍펄쩍 뛰며 김양경 2루심에게 “박흥식이 태그를 피하기 위해 주로에서 3피트(91.44㎝)를 벗어났다”며 항의를 했다. 가만히 있을 김성근 감독이 아니었다. 덕아웃을 박차로 나와 김양경 2루심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박흥식이 명백히 3피트라인을 이탈했다며 거세게 어필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박흥식이 3피트 라인을 벗어났다면 협살 플레이 이전에 자동아웃으로 선언되고, 그 즉시 볼데드가 되기 때문에 3루주자 유고웅은 야구규칙에 따라 득점이 인정되지 않고 3루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2사 3루가 돼야한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김양경 2루심은 요지부동이었다. “박흥식이 3피트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맞서며 김성근 감독의 어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때가 밤 9시10분. 김성근 감독은 9시15분까지 5분간 2루심과 입씨름을 벌이더니 말리려고 온 김옥경 1루심, 이근우 주심과도 언쟁을 벌였다.


 김 감독은 어필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그라운드에 있던 모든 수비수들을 덕아웃으로 철수시켰다. 9시 16~17분 사이였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근우 주심은 김성근 감독에게 사전 경고 없이 홈플레이트 뒤쪽 그물로 다다가 박기철(작고) KBO 공식기록원을 시켜 “계속 게임에 불응할 경우 5분 뒤 감독퇴장을 명하겠다”고 장내방송을 하게 했다. 이때가 9시18분이었다.


 그리고는 정확히 5분이 지났다. 9시23분. OB 측에서 선수들을 그라운드 안으로 보내지 않자 이근우 주심은 더 이상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았다. 칼 같은 선언이 이어졌다.


 "OB 김성근 감독 퇴장!"


김광수 ⓒ두산베어스


 KBO 역대 2호 몰수게임 선언 불상사


 당시 김성근 감독 옆에 있었던 OB 구경백 매니저(현 일구회 사무총장)는 그날 일을 생생히 기억했다.


 "주심이 직접 감독님한테 와서 사전 경고를 했다면 모를까, 그렇게 하지도 않았어요. 장내 방송을 통해 알렸다면서 정확히 방송 후 5분이 지나자 감독 퇴장을 선언했던 것이지요. 그렇잖아도 감독님은 가뜩이나 판정 때문에 흥분해 있었는데 더욱 흥분하셨어요. 감독님이 매우 격앙된 목소리로 '퇴장 못해!'라고 고함을 지르셨던 기억이 납니다."


 일이 더 커졌다. 심판은 룰 대로 적용한 것이지만, 심판의 더욱 큰 책무는 ‘경기의 원활한 진행’이다. 그런데 원활한 경기 진행은커녕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장내방송을 했다고는 하지만 당시 관중들도 덩달아 흥분해 소리를 지르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요즘처럼 스피커가 발달돼 있지도 않던 시절이고, 당시 전광판은 1차원적으로 라인업과 숫자만 겨우 표출할 수 있었잖아요. 요즘 같으면 팬들에게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전광판에 안내 문구도 내보내고 그랬겠죠. 그러면 선수단도 모두 알게 됐겠죠. 하지만 당시 전광판엔 그런 기능이 어디 있어야 말이죠. 흥분한 감독님이 장내방송 내용이나 들었겠습니까. 제가 그 안내방송을 듣고 감독님한테 '5분 이내에 선수단을 그라운드에 내보내지 않으면 감독님을 퇴장시킨다고 합니다'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감독님은 ‘맘대로 하라고 해. 하려면 하라고 그래’라면서 더 흥분하셨어요. 그런데 그만….”


 OB 측은 감독 퇴장을 선언한 심판진을 향해 “이게 말이 되느냐”며 거세게 항의를 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물러서지 않았다. 곧이어 이근우 주심이 “5분 이내에 감독대행을 임명하여 경기에 임하지 않으면 몰수게임을 선언하겠다”고 알렸다.


 OB 측에서는 “제소를 전제로 게임에 응하겠다”고 했으나 심판진은 “아웃과 세이프 판정은 제소 대상이 아니다”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OB 베어스 김성근 감독 ⓒ두산베어스


 흥분할 대로 흥분한 OB 선수단은 덕아웃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요즘엔 자주 볼 수 없는 풍경이 됐지만, 1980년대까지만 해도 감독이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 중 하나로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을 모두 덕아웃으로 철수시키는 일이 잦았다. OB 선수단도 그래서 ‘설마’ 하면서 몰수게임까지 선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심판진은 마치 ‘이번 기회에 선수단 철수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듯 강경하게 나섰다. 심판 판정에 자주 대립각을 세우는 김성근 감독이 곱게 보일 리도 없었다. 이번에도 심판들은 장내 방송만 했다. OB 덕아웃으로 와서 경기 속행을 위해 사정을 하거나 유화 제스처를 취하지도 않았다.


 시계 바늘은 빠르고 돌아갔고, 경고를 했던 5분이 흘렀다. 정확히 ‘9시 28분’이 되는 순간, 심판진은 지체 없이 장내 방송을 통해 경고한 대로 곧바로 ‘몰수게임’을 선언했다.


 이로써 경기 종료. MBC의 6-5 승리로 끝나버렸다.


 몰수게임 패배를 당한 OB는 허탈감과 흥분으로 혼돈의 상태에 빠졌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8월 18일 대구경기에서 MBC 청룡이 삼성 라이온즈에 몰수게임 패를 당한 뒤 KBO 역사상 두 번째 몰수게임이라는 불상사가 빚어졌다. 당시 MBC 백인천 감독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선수단을 철수시키면서 최초의 몰수게임 패를 기록한 바 있다.


 야구규칙 7.03에는 몰수게임과 관련한 세부 조항이 있는데, (3)항을 보면 ‘주심이 일시정지 또는 경기종료를 선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속행을 거부하였을 경우’, (4)항을 보면 ‘일시정지 후 주심이 플레이를 선고하고 나서 1분 안에 경기를 다시 시작하지 않았을 경우’라고는 돼 있다. 주심의 몰수게임 선언은 규칙 적용상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엄격한 룰 적용으로 인해 파생되는 부작용을 고려해 몰수게임은 어지간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OB는 “심판이 감독에게 직접 퇴장이나 몰수게임을 선언하겠다는 통보를 하지 않고, 장내 방송을 통해 안내를 한 뒤 퇴장과 몰수게임을 선언한 것은 잘못된 절차”라고 항의했지만, 한번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날 잠실구장 유료 관중수는 1441명. MBC 팬들이야 승리를 했으니 콧노래를 불렀지만, OB 팬들은 달랐다. 환불을 요구하거나 욕설을 하는 등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OB와 MBC의 경기 장면. OB 2루수 김광수와 유격수 유지훤, MBC 김재박이 보인다. 몰수게임과는 관련 없음. ⓒ두산베어스


KBO 징계와 거센 후폭풍…더 이상 몰수게임이 없는 이유


 이튿날인 1985년 7월 17일. KBO에서는 전날 발생한 몰수게임과 관련해 상벌위원회를 여는 한편 대책을 논의했다. 장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벌위원회는 김성근 감독에게 제재금 50만원 및 출장정지 4게임, 이근우 주심에게 제재금 20만원에 출장정지 5게임의 징계를 결정했다.


 이 내용을 보도한 1982년 7월 18일자 동아일보를 보자.


『프로야구 베어스와 청룡의 몰수게임(16일 잠실구장) 불상사는 17일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관계자 제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KBO는 17일 오전 11시부터 7시간 동안 서종철 총재 주재로 몰수게임 소동에 따른 대책을 논의, 베어스 김성근 감독에게 제재금 50만원 및 출전정지 4게임, 이근우 주심에게는 제재금 20만원에 출장정지 5게임을 병과했다.

제재 이유는 김성근 감독의 경우 ‘심판 판정에 불복, 선수단을 그라운드에서 철수시켰으며 주심의 퇴장명령에도 불복했다’는 것이다. 또 이근우 주심은 경기를 원활히 진행시켜야 하는데도 규칙에만 집착, 성급하게 몰수게임을 선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팬들의 기대를 저버렸다는 것.

17일 오전 베어스 측은 ‘아직 공식 통보를 받지 않아 무어라 말할 수 없지만 KBO의 제재 내용은 공평을 잃은 처사’라며 베어스가 내놓은 제소를 재심해 줄 것으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베어스는 주말 타이거즈와의 3연전을 포기하는 방안까지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OB는 상벌위원회가 열린 17일, 전날 몰수게임을 중계한 MBC TV의 녹화 비디오테이프를 KBO에 제소경기를 위한 증거로 제출했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면 박흥식 주자가 태그를 피하기 위해 3피트 라인을 이탈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2루심의 명백한 오심”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몰수게임 사태의 열기를 식히려는 뜻이었을까. 이날 하늘에선 비가 내렸고, 잠실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OB-MBC의 팀간 3차전도 우천으로 순연됐다.


 몰수게임의 잔상과 후폭풍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18일 잠실 OB-MBC전에 앞서 4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당한 OB 김성근 감독이 덕아웃으로 나와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훈련을 지휘하고 라인업을 작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심판진들이 화들짝 놀라 김성근 감독에게 “출장정지를 당했는데 여기서 이러고 계시면 어떡하느냐”고 묻자 김 감독은 “난 출장정지 통보 받은 적 없다”고 맞섰다. 심판진이 다시 “오늘 신문에도 상벌위원회 결과가 보도됐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김 감독이 징계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 신문 기사도 봤다. 다만 당시 KBO가 OB 구단에 팩스나 공식 문서로 이를 알리지 않았던 점을 꼬투리 잡았던 것이었다.


 김 감독은 태연하게 덕아웃에서 라인업을 짰고, 심판들을 향해 “내가 신문 보고 출장정지 당해야 하느냐”며 반격하면서 출장을 고집했다. KBO나 구단으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않았으니 징계 효력이 없다는 얘기였다.


 그러자 심판진은 부랴부랴 KBO에 이 사실을 알렸고, KBO는 그제야 서류를 준비한 뒤 직원을 잠실구장에 급파했다.


 경기 개시 시간 6시30분이 됐지만 김성근 감독은 물러날 뜻이 없었고, 계속 심판들과 옥신각신했다. 김성근 감독이 퇴장을 하지 않자 경기는 시작도 하지 못한 채 12분간이나 지연됐다. 그러자 맞은 편 덕아웃의 MBC 김동엽 감독이 나와 주심에게 항의를 했다. 양 팀 팬들도 야유와 환호로 맞서는 등 다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결국 공식 문서가 OB 구단에 전달됐고, 김 감독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OB는 감독 대행으로 이광환 코치를 내세웠고,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부터 4경기 출장정지 당하게 됐다.


김진욱 ⓒ두산베어스


 OB로서는 이날 경기마저 패했다면 더 큰 수렁으로 빠져들 뻔했지만 사이드암 투수 김진욱의 역투로 2-0 승리를 거두고 일단 분위기를 수습했다.


 좀처럼 보기 드문 몰수게임의 여파는 모든 이들을 정신없게 만들었고, 더 큰 후폭풍을 낳았다. 몰수게임으로 인해 구단도, 심판도, 프로야구를 관장하는 KBO도, 팬들도 모두가 피해자가 됐다.


 프로야구는 그 이후에는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았지만, 모두가 몰수게임만은 피해야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무엇보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온 팬들에게 온전한 게임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날 이후 KBO에서는 더 이상 몰수게임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1980년대 잠실야구장 전경 ⓒ두산베어스



<야구상식>

●몰수게임 규정과 스코어 처리는?

 몰수게임은 메이저리그에서 ‘포피티드 게임(Forfeited Game)’이라 부른다. 야구규칙상의 몰수경기 정의를 보면 ‘규칙 위반으로 주심이 경기종료를 선언하고 잘못이 없는 팀에 9-0 승리가 주어지는 경기이다(7.03)’라고 돼 있다.

 스코어를 9-0으로 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야구는 정규이닝이 9이닝 경기이기 때문에 이닝당 1점씩으로 계산한 것이다. 리틀야구 등 7이닝 경기에서 몰수경기가 나오면 스코어는 7-0이 된다.

 그러나 이 스코어는 원칙상일 뿐, 실제로는 상황에 맞게 다양하게 적용된다. 9-0 스코어가 적용되는 게임이 있고, 몰수게임 선언 당시의 스코어가 그대로 적용되는 게임이 있다.

 우선 크게 정식경기 성립 기준인 5회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①9이닝 경기에서 정식경기 기준은 5회다.
 5회를 채우지 못한 경기는 무조건 승리 팀이 9-0으로 이긴 것으로 기록된다. 반대로 경기 속행을 거부한 팀은 0-9로 진 것으로 처리된다. 이때 개인기록과 팀기록은 모두 무효가 된다. 1982년 MBC-삼성전에서 나온 최초 몰수게임은 삼성이 5-2로 앞선 4회말 중단됐다. 당시 MBC 백인천 감독이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선수단을 철수시키면서 MBC가 몰수게임 패를 당했다. 정식 경기 이전이어서 스코어는 삼성의 9-0 승리로 처리됐다.

②정식경기 성립 이후엔 두 가지로 나눠 기록을 처리한다.
 첫째, 몰수게임 승을 거둔 팀이 실제 경기에서 비기거나 지고 있었다면? 스코어는 9-0이 되지만 개인기록과 팀기록은 몰수게임 선언 당시 상황까지 모두 인정된다. 단, 승리투수와 패전투수 기록은 없다.

 둘째, 몰수게임 승을 얻은 팀이 실제 경기에서 이기고 있었다면? 스코어는 몰수게임 선언 당시 그대로 인정된다. 이때 개인기록과 팀기록도 모두 인정된다. 승리투수, 패전투수도 규칙에 따라 적용된다.
(1985년 OB-MBC의 경기는 정식경기 기준인 5회를 넘겼기 때문에 몰수게임 선언 당시의 스코어 그대로 MBC의 6-5 승리로 처리됐다. 이날 승리투수는 MBC 오영일. 5-4로 앞선 6회초부터 선발투수 유종겸을 구원등판해 6회초 1이닝 동안 1실점을 기록하며 동점을 허용했는데 6회말 유고웅의 득점이 인정되면서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다. 반면 패전투수는 OB 3번째 투수로 등판해 3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결승점을 헌납한 황태환이었다.)

 한편 MBC는 사상 최초로 몰수게임 패를 당한 구단이자, 마지막 몰수게임 승을 거둔 팀이기도 했다. OB는 마지막 몰수게임 패를 당한 팀으로 남아 있다.


●어떨 때 몰수게임이 될까? 야구규칙 7.03 세부 조항
 야구규칙 7.03에는 몰수게임과 관련한 세부 조항이 있다.

(a) 어느 팀이든지 다음 사항에 해당될 때는 몰수경기로 하여 상대팀에 승리를 줄 수 있다.
 (1) 주심이 경기 개시 시간에 "플레이"를 선고하고 나서 5분이 지나도 경기장에 나오지 않거나 경기장에 나왔다 하더라도 경기를 거부하였을 경우. 그러나 늦어지는 게 불가피하다고 조심이 인정할 때는 관계없다.
 (2) 경기를 지연시키거나 단축시키기 위하여 명백히 술책을 썼을 경우.
 (3) 주심이 일시정지 또는 경기종료를 선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의 속행을 거부하였을 경우.
 (4) 일시정지 후 주심이 "플레이"를 선고하고 나서 1분 안에 경기를 다시 시작하지 않았을 경우.
 (5) 심판원이 경고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집요하게 반칙행위를 거듭하였을 경우.
 (6) 심판원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은 선수가 적당한 시간 안에 이에 따르지 않았을 경우.
 (7) 더블헤더 제1경기가 끝난 뒤 30분 안에 제2경기를 치르기 위해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을 경우.

(b) 어느 팀이 경기장에 9명의 선수를 내보내지 못하거나 또는 이것을 거부하였을 경우 그 경기는 몰수되어 상대팀이 승리하게 된다.

(c) 주심이 경기를 잠정 정지시킨 뒤 재개에 필요한 준비를 경기관리인에게 명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온당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경기는 몰수경기가 되고 원정구단의 승리가 된다.

(d) 주심이 몰수경기를 선고하였을 때는 선고 후 24시간 이내에 그 사유를 서면으로 총재나 회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 단, 주심이 이 보고를 하지 않더라도 몰수한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페어지역에 수비수가 최소 1명은 있어야 몰수게임을 피한다?
 야구상식 하나. 간혹 수비 측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 표시로 선수들을 덕아웃으로 철수시킬 때 수비수 한 명을 덩그러니 그라운드에 남겨 놓을 때가 있다.

 "최소 한 명은 그라운드 페어지역에 남아 있어야 몰수게임을 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언제부터인지,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게 내려왔다. 여기에 언론사 기자들이나 방송사 캐스터 혹은 해설위원도 야구규칙 확인 없이 이를 기정사실화해 설명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행위다.

 야구규칙에 ‘몰수게임 선언을 막기 위해 선수단 철수 시 수비수 1명은 그라운드를 지켜야한다’거나 ‘선수단을 부분 철수하면 몰수게임을 선언할 수 없다’는 조항은 없다.

 수비 도중 그라운드에 수비수 한 명도 두지 않고 선수단이 모두 덕아웃으로 철수한다고 해서 곧바로 몰수게임이 선언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최소 선수 한 명을 남겨놓았다고 해도 시간을 무한대로 끌면 몰수게임을 선언할 수도 있다. 선수 1명이 그라운드에 있는 것과 몰수게임은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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