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생각하면, 하루를 충실히 산다는 건 '주어진 일을 하루를 꼬박 들여 최선을 다한다는 것' 정도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정말 충실히 살아보니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충실히 산다고 할 수 없었다.
충실히 산다는 건, 내 모든 것을 동원해 그 일에 온전히 집중한다는 것에 가까웠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충실했던 순간은 학창 시절과 대학교 시절 그리고, 시험을 준비할 때였다. 그 이후에는 어떠한 개인적인 심경의 변화로 더는 이런 삶을 사는 것이 힘들고, 지친다는 생각에 꽤 오랜 시간을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살고 싶은 대로 살았던 삶에 가까웠다. 사실, 늘 무언가 열정 가득히 살던 사람이었는데 한순간에 모든 걸 내려놓고 소위 '엉망'에 가까운 삶을 살아보니, 그 삶 덕분에 행복한 건 고작 하루이틀이 전부였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던 것에 여전히 강한 열망을 느꼈지만, 막상 '엉망'에 가까운 삶을 살아보니 썩 좋진 않아도 굳이 고생스럽고 고통스러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훨씬 더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꽤 긴 시간을 나는 충실하게 살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충실하게 살지 않은 그 순간조차 최선을 다했을지도 모른다. 단지, 나의 완벽에 가까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았기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스스로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에 돌이켜보면 역시 내 기준에 못 미치는 삶은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없다. 그렇게 충실하지 못한 삶을 유지하던 어느 날이었다.
계속 이대로 살다가 삶이 끝나겠지?
아무런 열망도 욕심도 느껴지지 않은 채 삶이 반복되던 어느 날이었다. 조금씩 나 스스로 예전의 열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생기지 않았던 그 열망이 다시 찾아왔다. 그 열망은 내가 자주 웃게 되자 찾아왔다. 과거의 충실했던 삶은 나를 위한 것은 그 무엇도 없었다. 오직, 빠른 성공 혹은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삶에 초점이 맞춰져서 한시도 쉬지 않고 노력하는 삶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백 퍼센트 그 일에 몰입했던 것도 아니었다. 24시간을 꼬박 그 일을 생각했을 뿐 실제로는 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흘려보낸 시간이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내가 미소를 찾게 된 어느 날이 되자 자연스럽게 예전의 열망이 찾아왔고, 그 열망이 나를 충실한 삶으로 이끌었다. 이번 달 10월은 그 충실함이 엄청났다. 주 7일을 일하고도 지치지 않았다. 밤을 새도 행복했다. 하루를 꼬박 무언가에 몰입해서 온전히 그 일을 끝마칠 때까지 집중하는 것이 지치고, 힘들게 느껴지기보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일을 다 끝마쳤을 때는 이전보다 훨씬 더 좋은 기분까지 느꼈다. 물론, 잠을 충분히 잘 수 없었고 머리를 쓰느라 머리카락이 빠질 것 같고, 이따금 두통이 찾아오고 몸이 아픈 순간도 있었지만 그런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느껴졌다. 그렇게 나의 빠듯하고도 충실한 10월이 오늘로 마지막 날을 맞았다. 앞으로 11월 달과 12월도 여전히 10월처럼 바쁠 예정이지만 몸만 받쳐준다면 나는 이 삶을 계속 지속할 생각이다.
마감이 있는 일. 그리고 일상에서 내 삶을 최대한 좋게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럼에도 브런치에는 가끔씩 저의 일상을 알리는 글들로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편하게 기록하는 브런치가 참 좋으니까요. 10월 한 달도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