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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Nov 12. 2023

구두 신은 여자

여자에게 구두가 주는 의미

예쁜 것보다 편한 것이 좋은 여자


나는 참 특이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예뻐 보이기보다는 내 몸이 편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친구들은 화장을 하거나 머리에 신경을 쓰거나 예쁜 옷을 사는 것에 관심이 있을 때조차 나는 그런 것들보다 조용히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내 속에 들어있는 고민이 커서 다른 것들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게 10대, 20대가 될 때까지도 나는 한결같이 예쁜 것보다는 현실에 놓인 고민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사람들을 자주 만날 일이 생기자 어느 순간 꾸미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리 내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들 사실 사람은 단 몇 초 만에 상대방에 대해 판단하고, 파악하게 되어있다. 나조차도 처음 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시각적인 것들을 1차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니까. 시각적인 것으로 단 몇 초 만에 상대에 대해 판단하는 건 참 나쁘고, 좋지 않은 방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인간이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어쩌겠나?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규칙적으로 미용실에서 염색과 머리 손질을 받고, 좋은 피부는 더 좋아지려고 관리를 하고, 편한 옷보다는 예뻐 보이는 옷을 고르고,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를 찾을 때는 좋은 원단으로 된 옷을 입었다. 그리고, 그와 어울리는 화장법과 헤어스타일링과 핸드백, 구두 등을 준비해서 잘 차려입곤 했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과정과 노력이 드는 것이 거추장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나를 잘 꾸미는 건 상대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자기 관리는 번거로움의 또 다른 말  


자기 관리를 잘하는 사람이 좋다는 말을 많이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자기 관리는 결국 번거로움을 얼마나 많이 거치느냐와 관련되어 있다. 편한 옷을 입으면 내 몸이 편하고, 준비를 할 때도 편리하다. 편한 운동화를 신으면, 내 몸에도 좋고 오래 걸어도 발에 상처하나 생기지 않아서 정말 좋은데도, 구두를 신는 이유는 별것 아닌 구두라는 디자인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매일 학생 같아 보이는 사람이 구두를 신으면 여성스러워 보이거나 중요한 자리에 다녀왔냐는 말을 듣는 이유도 그 때문이리라...


결국 구두를 신는 이유는 내 몸에 굉장히 불편한 것이 구두이고, 그 구두로 인해 발에 살이 까지고, 물집이 잡히고, 흉터가 생지만 누군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신게 되는 것 같다.


불편한 모습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편한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  


나는 오랫동안 바라왔던 것이 있다. 내가 애써 힘들게 노력하고, 불편함을 감수한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보다 나의 편한 모습과 자연스러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것.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깨달은 건, 내가 애써 가꾸고, 노력한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과는 깊고 좋은 관계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거였다. 굳이 꾸미지 않고, 때로는 하도 오래 신어서 해진 운동화를 신은 모습으로 만났던 사람들이 훨씬 더 깊고 오랜 관계로 이어졌던 것 같다.


사회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도, 저마다 편한 복장과 차림새로 여유롭게 만나, 부담 없이 오랫동안 좋은 관계로 남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 그런 부분들이 슬프게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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