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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Apr 16. 2024

아플 때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

결국 타인에게 끼칠 피해였다.


내가 처음 허리를 다쳤던 건 중학생 때였던 것 같다. 워낙 활동적이고, 건강했던 터라 합기도 등을 배웠었고, 몸에 에너지가 넘치니, 이른 새벽부터 혼자서 운동장에서 발차기벼, 덤블링을 위한 동작들을 연습하며 특이한 여중생 시절을 보냈다. 평범한 인문계 중학생이었는데도, 취미로 하는 운동에 꽤 진지했던 것 같다.


그러다, 새벽 운동을 할 때 운동장 한가운데에 위험하게 놓인 무거운 돌이 눈에 들어왔고, "이 정도는 들 수 있겠는데?" 하며, 호기롭게 들어 올리는 순간 내 허리는 삐끗해 버렸다. 당시 병원에 가지 않고, 그냥 자연 치유했던 것 같은데, 그 때문이었을까? 나는 고시를 준비하면서부터 이 고질적인 허리 문제가 재발해 버렸고, 그것이 만성화되어버린 것 같다.


정상인의 허리와 내 허리를 만져보면, 다른 사람의 허리는 말랑말랑한데 내 허리는 돌처럼 딱딱하게 근육이 긴장되어 있다. 이 상태가 늘 나의 기본값이고, 치료사들도 내 몸을 만지면서 "이 정도면 통증이 심할 텐데요."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시달린 통증이 만성화되어서인지 나는 늘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픈 줄도 몰랐어요. 그 상태가 늘 기본 상태라서... 가벼운 몸 상태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네요.(웃음)" 하고 넘긴다.



이번에는 어쩌다가 허리 통증이 도졌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두 달 전 허리가 안 좋아서 한동안 고생하며, 자연치유로 나아가던 중 나는 또다시 꼼지락 거리고 싶은 마음에 평소라면 몸을 사린다고 타지 않았을 전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전기 자전거도 좀 조심해서 탔으면 좋았을 것을. 나는 전기 자전거에서 느낄 수 있는 속도감이 좋았다. 평소 장롱면허다 보니 속도를 즐기고 싶어도 즐길 수 없었는데, 전기 자전거는 그나마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길어야 20분 정도의 지속성을 지닌 속도감일 뿐이었지만. 


어쨌든 자전거의 속도를 즐기며, 신나게 출근하다가 갑자기 자전거가 급발진을 해버렸다. 가속할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자전거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며 덜컹거렸고, 내 몸은 결국 안장 밖으로 튀어나갔다. 다행히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몸이 안장 밖으로 튀어나갈 정도였으니 그 충격을 허리가 고스란히 다 받은 거였다. 


"아, 이거 큰일인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극심한 통증이 느껴진 건 아니라서 얼른 출근 시간에 맞춰서 마저 페달을 밟았다. 그러고는 회사에 도착해서 일을 하는 동안 허리가 뻐근했지만, 별 무리가 없어서 그날은 별 탈 없이 잘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다음날 발생했다. 갑자기 심해진 기침과 함께 온몸에 근육통과 극심한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 몸살인가? 독감인가?" 하며, 결국은 출근을 하지 못하고 병원을 찾았다. 이것저것 증상을 이야기하고, 검사를 했더니 "원인불명 기관지염"이라고 한다. 결국, 허리 통증이며 이것저것 겹쳐서 출근할 수 없는 상태라서 출근을 하지 않고, 하루 정도 경과를 봤다. 


그런데, 웬걸? 허리가 더 엉망이라서 더욱더 꼼짝 할 수 없게 된 거였다. 침대 밖을 나오지 못할 정도로. 결국 그다음 날도 출근하지 못하고, 이번에는 정형외과를 찾아서 이것저것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았다. 그러면서, 내 컨디션은 최악을 향했다. "갑작스레 결근하게 된 이틀 그리고, 최악의 몸상태 때문에 최악의 부정적인 생각만 가득한 머릿속." 


나는 아프면서도 내 감정은 저 밑바닥을 향해 끝을 모르고 가라앉았다. 제대로 쉬어야 하는데 마음과 정신이 불편하니, 제대로 쉬지 못했다. 



내 마음이 불안했던 이유


급성 요추염좌가 왔을 때는 대부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거였다. 극심한 통증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도수 치료며, 물리치료며, 주사며, 약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보려면, 그래도 통증이 어느 정도 경감된 이후에나 해당하는 말이었다.


다른 분들의 영상을 찾아보니, 나처럼 급성 요추염좌가 온 분들은 며칠간 침실 생활을 한다. 나 역시, 그래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나에게는 이런 급성 요추염좌가 꽤 자주 발생했고 그때마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어떻게든 움직여서 치료를 받고야 마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주사든, 물리치료든 뭐든 받을 수 있는 것들을 다 받으면 그나마 몸을 빠르게 쓸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내가 매번 이와 같이 급하게 몸을 회복하려고 했던 이유는 급성 요추염좌로 일상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급성 요추염좌로 힘들면서도 내가 급하게 낫기를 바랐던 건 요추염좌는 나에게 꽤나 자주 발생하고, 당일 출근해야 하는데 회사에 "저 허리 통증으로 며칠간 쉬어야 해요."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아서였다.


아프든 말든 회사는 출근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내 몸 상태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던 거였다. 


물론 치료 관련 서류를 제출한다고 하더라도, 며칠씩 쉬어야 하는 것을 회사에서 달갑게 받아들일 리 없으니 나는 안 되는 몸상태를 어떻게라도 임시방편으로 때워서라도 출근하려고 했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그저, 이 말 한마디면 되는데...
"허리가 나으려면 며칠 쉬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왜 회사에 이런 말을 하기 어려운 걸까. 이미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해보고 깨달은 건 회사는 직원의 사정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갑작스러운 공석으로 다른 직원들이 업무상 입는 피해와 회사의 업무 차질이 더 우선이 되는 곳이라는 것. 그것을 알기에 나는 아픔에 전념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나만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러한 부분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번 계기로 다시 한번 깨달은 건, 

만약, 몸이 자주 아프거나 약한 사람이라면 사실 회사에 다니기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건강히 뼈를 갈아서 일해도 버틸까 말까 한 곳이 회사이기에 몸이 아프거나 약한 사람은 아주 치명적인 단점을 지닌 것이다. 아니, 어쩌면 모든 직업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특히, 몸을 써야 하는 직업은 더더욱 이런 부분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사람의 몸이 멈추면, 그 일도 멈춰야 하니까. 


우리가 설 곳은 있을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나의 약점 혹은 부족한 점을 갖고도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하는 생각. 물론, 이건 너무 비약적으로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모두가 똑같이 느끼는 고민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한 가정의 가장 혹은 아내 분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도 힘들 무게를 가족들의 무게까지 함께 견디니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곁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그 무게가 덜 버겁게 느껴지는 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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