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왜 좋아하나요?
1인칭의 삶에 집중하던 나에게 찾아온 사랑.
시작은 같은 회사를 다니던 친한 언니의 무수히 많은 소개 끝에 닿은 인연이었다.
10명쯤 소개를 받았고, 카톡으로 대화를 주고받다가 자연스레 멀어질 때쯤 "아, 나는 연애랑 안 맞는 사람인가 봐. 어찌 하나같이 나랑 대화조차 맞는 사람이 없지?"라는 생각에 점점 연애를 시작해 보려던 마음을 내려놓을 때쯤이었다.
"00아! 언니 술자리 왔어."
"아, 그래? 기분 좋아 보인다.ㅎㅎ "
잠자리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내게 걸려온 언니의 전화.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는 한껏 상기되어 있었다.
내심 언니의 밝은 목소리에 우중충하던 내 마음도 밝아지려던 차였다.
"여기, 내 남사친이랑 내 남사친 친구인데, 인사해!!"
"엉?!"
언니가 술에 취해서 그런 건가?
왜 남사친 친구랑 인사하라는 거지..라는 생각도 잠시.
언니의 남사친의 친구와 통화가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정민 씨에게 좋은 분이라고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술자리에서 침 마를 새 없이 칭찬하더라고요."
"아, 정말요? 감사합니다.."
전화기를 통해 넘어오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와 어색해하던 나에게 칭찬의 말로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가 꽤 괜찮게 느껴졌다.
"00아! 너 이 사람 소개받아볼래?! 너랑 잘 맞을 거 같아! 이번엔 진짜야!!"
"어? 또?......."
나는 언니의 말에 당혹스러움이 스쳤지만, 지금까지의 짧은 대화에서는 그와 연락해 보는 건 나쁘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응."이라고 대답해 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연락을 시작했다.
그는 연락하는 내내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또, 그가 점점 나에게 호감을 갖는 것이 느껴졌다.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그의 목소리가 궁금해졌다.
"우리 통화할래요?"라고 물었고,
그는 "잠시만요."라고 답했다. 한참 있다가 그와 두 번째 통화가 이어졌다.
그러나, 술자리와 달리 그의 목소리는 전화를 받으면 안 될 것 같은 곳에서 받기라도 하는 듯이 너무나도 작은 목소리였다.
'뭐지?' 싶었다.
그렇게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와 아주 짧은 통화가 끝이 났다.
그리고, 그에게 카톡이 왔다.
"집에 부모님이 계셔서 통화하기가 어려워요."
당시의 나는 자취를 한지 오래였기 때문에,
부모님이 계셔서 집에서 통화가 어렵다는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 그의 나이가 31살이었기에 더욱더..
다 큰 성인인데 왜 전화가 어렵지?..
다른 장소에서나 방에서라도 통화하면 안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와의 연락이 끊겼다.
"뭐야... 결국 이번에도 이렇게 끝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이번에도 빨리 감정을 내려놓고 본업에 집중했다.
그러나 문득문득 갑자기 끊겨버린 그와의 연락에 대한 답답함 혹은 의문스러운 감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직장동료였던 언니의 물음이 방아쇠를 당겼다.
"OO아 걔랑은 잘 되고 있어?"
"아니, 실컷 연락 잘 되다가 갑자기 끊겼어."
"와~ 그렇게 안 봤는데 걔 뭐야. 적어도 뭐 때문이다, 이야기는 하고 끊어야지! 가만있어봐! 내가 걔 친구랑 이야기해볼게."
"아니 뭐 하러 그래..."
"그래도 소개받고 그건 아니지."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일주일 만에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OO 씨 잘 지냈어요? 미안해요. 갑자기 연락 끊은 건 지금 내 상황에서 OO 씨를 만나도 될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OO 씨는 제게 과분한 사람이에요."라는 내용의 장문의 카톡이 와 있었다.
그가 싫지 않았다.
그래서, 그와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가 왜 갑자기 연락을 끊은 지도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그보다 3살이 어렸고, 그는 공시생인 상황이었다.
즉, 그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열심히 일하는 나와
공시생인 그가 '지금 그녀를 만나도 될까?'라는 상황적 고민이 이어졌던 것 같다.
당시, 연락만 주고받던 사이였기에 그는 내게 이런 속사정을 세세히 이야기할 수 없어서 '그냥 연락 두절'을 선택했던 거였다.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수긍했다.
나 역시 공시생 시절을 보낸 적 있었고, 그가 왜 힘들고, 뭐 때문에 고민스러운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괜찮아요. 저도 공시 준비하던 때가 있었어요. 누구나 다 삶의 방향은 다른 거죠. 그리고, ㅁㅁ씨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저는 그 모습도 멋지다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그리고, 그와 이어진 연락에서 그는 마음을 굳힌 사람처럼 적극적이고도 더 큰 호감의 감정을 보이며 연락을 이어나갔다.
나도 나에게 호감을 확실히 표현하는 그가 싫지 않았다.
그는 말 한마디도 예쁘게 하는 사람이었고, 당시 감정적 소모가 큰 일을 했던 내게 힘이 되는 사람이었다.
그에 대한 호감을 조금씩 키워갔다.
"00 씨, 내일 뭐해요?"
"저야, 일하죠."
"그렇죠? 안 그래도 내일 00 씨 직장 근처에 병원 갈 일 있어서 그때 00 씨 만날까 해서요."
"네?!"
통화조차 어렵던 그가 먼저 만나자는 말은 내겐 꽤 놀라운 일이었고, 또, 약간의 설렘을 불러일으켰다.
이건 훨씬 더 큰 호감표현이라고 느껴졌기에.
"아, 저 근데 늦게 퇴근하는데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그럼 좋아요. 저도 퇴근하고 바로 약속장소로 갈게요."
라는 대화가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는 다음날 처음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