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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연락 끝에 첫 만남

그와 나의 시작.

by 초콜릿 한스푼


그와 만나기로 한 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지나갔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그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OO 씨,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천천히 내려와요."

"네, 그런데 시간 딱 맞춰서 퇴근은 안 될 거라 10분 정도는 기다려 주셔야 해요. 그리고, 퇴근시간이라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내려올 거니까 건물 뒤편에서 보는 거 어때요?"

"좋습니다. 기다리고 있을게요."


그와의 짧은 연락을 뒤로하고, 업무 마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업무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난 후, 화장실로 향해 간단히 내 얼굴을 확인했다.


아무리 그래도, 서로 호감을 가진 상대를 만나는 날인데, 피곤에 찌든 모습으로 만나고 싶진 않았다.


묶었던 머리를 풀고, 애매하게 지워진 화장을 고쳤다.

그러자, 조금은 예쁘장해 보이는 내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


'후, 첫 만남인데.. 어색하진 않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엘리베이터가 가리키는 층이 조금씩 1층을 향해 숫자가 줄어들수록 내 심장도 덩달아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홀로 회사 뒷문으로 향하자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사진으로 미리 봤었던 그였다.


"OO 씨, 여기에요."


그가 한쪽 손을 흔들며, 내게 웃어 보였다.

그도 사진으로만 보던 내 얼굴을 한 번에 나를 알아본 듯했다.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곁으로 다가섰다.

꾸준히 연락했다고는 하지만, 처음 보는 남자와의 데이트.

그것 자체가 나에게는 어색하고, 낯선 일이었다.


약간 떨어진 채 나란히 우리는 사전에 이야기했던 레스토랑으로 향해 걸었다.


"OO 씨 오늘 일 많이 힘들었죠?"

"네, 뭐.. 늘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도 잘 보냈어요. OO님은 요?"

"저야 뭐, 아버지 병원 쪽 들렀다가 온 거라. 하하하."


카톡으로는 내가 더 말이 많았다면, 만나서는 그가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천천히 그와 발걸음을 맞춰 걸었고, 그가 이야기했던 레스토랑이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금세 도착했다.


참, 신기하기도 하지.

회사 뒷골목을 따라 걸으니, 또 골목이 나왔고, 그 골목길엔 레스토랑이 없을 것 같았는데 옷가게들 사이에 위치해 있었다.


레스토랑의 입구에 도착하자,

주황 불빛의 조명이 깊은 복도를 쭉 비추고 있었다.


"와, 이런 데에 레스토랑이라니! 대박이에요."

"그렇죠? 여기가 맛집이라고 하더라고요."

"여기 분위기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나는 원목의 긴 복도를 따라 걸으며, 연신 감탄하기 바빴다.

내겐 색다른 경험이었기에..

그리고, 예쁜 곳은 여자의 마음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긴 원목 복도를 걷자,

길 끝에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원목의 큰 문이 나타났다. 그 문을 밀고 들어가자 수많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와, 사람이 엄청 많네요."


나는 연신 새로운 풍경에 두리번거리기 바빴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여기 맛집이라니까요. 하하."


그가 자연스레 내 앞에 앞장서서 직원에게 말했다.


"OO 이름으로 예약한 자리 안내해 주세요."


모든 것에 능숙한 그의 모습에 조금은 움츠러들었지만, 티 내지 않으려 그의 뒤를 조심스레 따라 걸었다.


자리로 안내받은 뒤,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판을 그가 펼쳐 들었다.


"여기는 이거, 이게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어때요?"

"네, 저는 다 잘 먹어요. 좋아요!"

"그래요, 그럼 이렇게 주문할게요."


그가 능숙히 주문을 마치고 나서야, 나는 그를 향해 어색하게 웃을 수 있었다. 긴장이 조금은 풀린 거였다.


"배 많이 고팠죠?"


그가 물었고, 나는 나답지 않게 요조숙녀라도 된 것처럼 조신조신한 목소리로 답했다.


"네, 엄청 고팠어요. OO 씨는요?"

"저도 뭐.."


그가 웃었다. 나는 어색함에 주변을 다시 한번 두리번거렸다. 모두 친구들끼리 온 것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우리처럼 어색함을 지닌 남녀가 있는 테이블은 우리뿐이라 사람들의 시선도 살짝씩 우리를 향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잘 기억나지 않는 대화들이 오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자, 더위를 느껴 입고 있던 외투를 벗고 머리를 묶었다.


그 순간 그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것 같았다.

잘은 몰랐지만, 그의 눈빛은 꼭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조차 '아, 반한 사람의 눈빛은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을 만큼 투명한 눈빛이었다.


'어? 그가 왜 나한테 반한 것 같지?...... 착각인가?....'


이런 생각을 하며, 그와 대화가 더 이어졌고, 식사를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에 식사를 하며 나눴던 대화는 하나도 기억나질 않는다.


어쨌든 우린 어색하지만,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우리 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소개팅이겠거니~ 혹은, 이제 알아가는 풋풋한 사이겠거니.


할 수 있는 기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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