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동생이, 오늘은 갑자기, "이래선 안 되겠다. 오늘은 장 좀 봐와야겠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정말 웬일이지? 평소에는 내가 "장 보러 가자."라고 하면, "내가 왜?" 이런 느낌의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오늘은 정말 생전 처음으로 같이 장을 보러 가자고 하는 것이었다.
신기하기도 하면서, " 이 녀석, 다 컸구나." 싶었다.
사실 장을 보러 가면, 이마트를 가야 하는데, 이마트는 현장 배달이 안된다. 그래서 항상 차를 갖고 가야 한다.
나는 차도 없거니와 운전도 못하기 때문에 항상 장을 볼 때면, 동생들에게 부탁하거나, 아니면 혼자서 끙끙대며, 택시를 타고, 장을 봐오곤 한다. (장을 많이 봐야 할 경우 드물게...)
그래서, 동생들에게 제안을 하긴 하지만, 동생들이 거절하면, 나는 아쉬운 대로 나 혼자 어떻게든 해결해 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진짜 웬일인가 싶을 정도로 먼저 장 보러 가자고 해서, 우와... 참 신기하네?... 싶었다.
그래도, 이런 기회는 절대 오지 않을 기회이기에, 피곤했어도, 그 제안을 덥석 물었다. ㅋㅋ
한창 작업에 집중하고 있던, 8시 40분쯤? 되자, 남동생이 "빨리 장 보러 가자."며, 재촉했다.
집중하다가 흐름 끊기가 아쉬웠지만, 가자고 할 때, 안 가면 아예 무산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대강 업무를 정리하고, 체육복 잠바를 대강 걸치고 따라나섰다.
주차를 할 때도 평소라면, 동생이 편한데 주차를 하는 타입이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 3층에 대면되지?"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속으로는 '너 편한데 되면 되는데. ' 하면서, 말은 "응"이라고 대답했다.
우리가 가는 이마트는 주차장과 매장건물이 별채로 연결되어 있는 형식인데, 주차장 3층이 마트 1층과 연결되어 있어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편하게 장보고, 식재료를 차에 싣기에는 3층에 주차를 하는 게 편해서, 3층에 대라고 제안하는 편이었다.
아무튼, 차를 대고, 카트를 밀고, 마트로 향했다.
평소라면 여기저기 둘러보며, 사야 될게 뭔지 보면서, 주섬주섬 주워 담았다면, 오늘은 남동생이랑 같이 온 거라 그렇게 여기저기 둘러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남동생 성격상 여기저기 둘러보도록 내버려 두질 않는다.
그래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결국은 집에 먹을게 떨어져서 장 보러 온 거라, 남동생은 바로 지하 1층 식품코너로 갔고, 나는 1층에서 생필품 사야 될 게 있다며, 남동생을 먼저 지하로 보냈다.
짧은 시간이 주어진 터라 후다닥 생필품 코너를 대충 눈으로 훑었는데, 사고 싶은 제품이 세일을 안 해서, 결국 사지 못하고, 얼른 지하로 향했다.
지하에서도 남동생이 사려고 하는 식품위주로 샀다.
사실 나는 요즘 입맛이 없어서, 뭐가 그렇게 크게 당기지도 않았고, 밥대신 과자나 음료를 식사대용으로 대체하는 식습관을 가지고 있는 터라 내가 뭘 사고 싶은 건 별로 없었다.
시리얼에 말아먹을 우유, 여동생 챙겨줄 간식과 좋아하는 라면, 식품코너 돌다가 내가 먹고 싶은 요플레와 과자 그리고, 남동생이 먹고 싶어 하는 종류의 반찬들을 각각 쇼핑했는데,
남동생은 한식 + 고기 파라 한식 종류의 반찬거리 될만한걸 고르고 싶어 하는 눈치였는데, 마트에서는 전부 인스턴트 국이거나 밀키트 국이거나 아니면, 직접 요리해야 하는 재료들이라 남동생 눈에 차는 반찬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소시지랑 인스턴트 국 몇 개를 담고는, 먹을만한 게 없다고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였다.
나는 나대로 따로 딴 길로 새서, 남동생이 좋아하는 고기 종류를 사려고, 삼겹살 코너랑 소고기 코너를 보았고, 삼겹살은 담았는데, 소고기는 남동생이 필요 없다고 해서 안 샀다. 뭐, 동생들이 같이 먹을 거라면 소고기도 샀겠지만, 안 먹는다는데, 사서 가면 결국 못 먹을 거라서 포기한 것도 있었다.
천천히 좀 더 둘러보고 싶었는데,
남동생은 " 더 볼 거도 없고, 먹을만한 거도 없네. 가자."라고 재촉해서,
별수 없이 1층 계산대로 향하던 중 과자 코너가 눈에 띄어서, 멈춰 섰더니, 남동생도 요즘 과자를 잘 먹어서인지, 본인 먼저 과자코너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도, 나는 동생에게 "니는 니 먹고 싶은 거 골라라, 나는 내 먹고 싶은 거 고를게."라며, 각자 과자를 살폈고, 남동생은 초콜릿 과자 중에서도 엄청 단 걸 골랐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과자로 이것저것 고르며, 구경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남동생이 "뭐 또, 쓸데없는 거 사노, 고마 사라."라고 한마디 했다.
여기서는 나도 동생한테 반박한다고 "니는 니 먹고 싶은 거만 사면 다 가? , 나도 먹고 싶은 게 많으니까 함 보는 거지."라며 투닥거리면서도, 과자 쇼핑은 접었다.
내가 동생한테 별다른 소리를 못하는 이유가, 나는 별달리 안 먹어도 살이 잘 찌는 체질이고, 남동생은 엄청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찌는 체질이다. 동생 살찌우려다 오히려 내가 살찌는 이상한 상황이 생긴다고나 할까?...
그래서 항상 남동생이 살 빼라고 잔소리를 하는 와중이었고, 평소에도 먹는 걸로 잔소리를 듣는 편이라, 먹는 걸로 잔소리할 때는 별로 반박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살만 빠져봐라.... 영원히 안 빠질 수도 있지만, 일단은 속으로는 벼르는 중이다.)
그렇게, 쇼핑을 하고 1층으로 향하던 중 눈앞에 배스킨라빈스가 보이길래 오늘 본인 먹고 싶은 거도 못 사서 좀 꿀꿀해 보이는 남동생에게 "니, 저거 먹을래? 먹고 싶은 거 있나?" 하며 물어보니, 처음에는 별생각 없다는 듯 거절하다가, "함 보지 뭐."라고 해서, 이 녀석.. 걸려들었군.. 하면서 결국 배스킨라빈스에서 몇 가지 맛을 골라 담았다.
우여곡절 끝에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줄을 서는데, 우리는 여기서도 가만있지 못했다.
남동생이 "오늘 산거 가격 대강 함 맞춰 보까?" 하길래, 나는 짐 양만 보고 "20만 원 이상 아니가?" 하니까, 남동생은 대충 계산해 보더니 "10만 원 안 나올 듯" 이러길래, 그런가? 하며 나도 은근슬쩍 대충 보고서는 "그럼 나는 한 12만 원 정도 나올 거 같다." 하며, 가격 추측을 했다. 계산이 끝나자 운이었지만, 내가 좀 더 정확하게 맞췄고, 그걸로 끝이었다.ㅋㅋ 남동생은 남자 치고, 꼼꼼하고, 야물딱진 편이라서, 대체로 남동생 말을 따르는 편인데, 어떨 때는 좀 놀랄 때도 있는 것 같다... ㅋㅋ (이건 내가 기억하고 싶은 에피소드라 기록으로 남겨두는 거다.. ㅎ)
계산 끝낸 후, 박스에 담아서 차로 짐을 싣는데, 남동생이 무거운 박스를 들었고, 나는 카트에 남은 잔짐을 실어 옮겼다. 차 근처에 다 와서, 눈치껏 먼저 트렁크를 열려고 했는데, 트렁크 여는 버튼이 어딨는 지, 손에 잘 찾아지지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성질 급한 남동생이 옆에서 "오른쪽!! 그거도 못 찾나!! "하면서 또 드르렁드르렁 성질에 시동을 걸고 있었다. 아휴... 결국 버튼 찾아서 트렁크를 열었고, 동생은 "내 차를 몇 번 타는데 그거도 모르노." 하길래, 나는 " 니 차 타보기만 타봤지, 트렁크 열 일이 몇 번이나 있었니, 그니까 모르지."하고 말았다.
우리는 대체로 이런 식으로 앙숙같이 투닥투닥 거린다. 이게 경상도 방식이긴 하지만, 투닥 투탁이 진짜 싸우는 게 아니라, 그냥 조금 더 거친 말장난? 과 같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진짜 싸운 적은 없다.
정말 장 하나 보는데도 이렇게 투닥거리는데, 아직까지도 이 투닥거림은 끝나지 않았다...
차를 타고 가는데 나는 핸드폰으로 뭘 확인한다고 정신없었는데, 동생이 "옆에 오토바이 탄 여자분이 있네."라고 하길래, "어디! 어디!" 하며 전방을 주시하며, 못 찾자.
"누나는 진짜 운전하면 안 되겠다. 오른쪽에 있는 거도 한참을 못 찾나 ㅋㅋㅋㅋㅋㅋ"라며, 디스를 하며 엄청 웃는 것이었다... '후.. 이 자식이 정말.....'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니는 내가 뭘 못 찾는 게 그래 좋나? 좋아 죽네? "하며, 맞받아쳤다. 그래놓고, 차 타고 가는 내내 속으로 '아, 진짜 내 운전 못하면 어쩌지.. 시야가 좁은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왔던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집까지 무사 도착 하고, 장본 것도 사이좋게 같이 정리 다하고, 수고했다는 의미로 서로 아이스크림을 노나(나눠) 먹었다.. 가족은 가족인지, 아이스크림 나눠먹으면서, 각자 보고 싶은 휴대폰을 보면서 대화 하나 없이 먹었다는 것이 팩트지만, 우리는 그랬다.
태어난 때부터 지금까지 함께 자라온 내 가족, 내 동생들이다.
어릴 땐 내가 늘 힘이 세서 대장이었지만, 크면서는 바뀌었고, 가끔 앙숙처럼 말로 투닥거리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사이이다. 비밀로 할 만한 거 빼고는 다 아는 사이라고나 할까?
뭐 투닥거릴 때 말고는 각자 방에서 생활하고, 서로 말도 안 걸지만, 또 뭘 해야 할 때는 힘을 합쳐서 잘해나가니까 나는 내 동생들이 내 가족이자, 앙숙이자, 최고의 베프라고 생각한다.
여동생은 너무 착해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아직까지 없지만, 곧 여동생과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