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데리러 와줬더라

산책 갔다가 kfc 먹은 이야기

by 초콜릿 한스푼


나는 산책을 참 좋아한다.

원래부터도 좋아했지만, 지금은 더더 좋아한다.

걷는 것도, 안 걷다 버릇하면, 많이 걷는 게 굉장히 힘들다.


나는 한동안, 스트레스에 얽매여서

꽤 긴 시간 동안 걷는 걸 멈췄었다.

걷는다고 해봐야, 일상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을 위한 걸음

그리고, 출퇴근길에 걷는 걸음 정도가 고작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내가 좋아하던 걷기도 시작했다.

한동안은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3000걸음만 걸어도 힘든 체력이었는데, 지금은 2만 보 이상을 걸어도 끄떡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ㅎㅎ (뿌듯! 뿌듯!)


오랜만에 다시 걷기 시작했을 땐,

머릿속이 복잡해서, 상념에 사로잡혀서 힘들었었는데,

지금은 상념보다는 그냥 걷는 행위에 오로지 집중할 수 있는 경지가 되었다. 불과 한 두 달 안에 이뤄낸 쾌거다.


지금의 목표는 매일 1만 보~2만 보 이상을 걷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 몸에 테스트를 해본 결과, 0보에서 1만보를 채우려면, 최소 1시간 30분은 쉼 없이 걸어야 가능했었다.

그러니 2만보를 채우려면 3시간은 족히 걸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2만보를 쉽게 쉽게 채우고 있다.

물론, 다음날 발바닥과 종아리 근육은 힘든 상태가 되지만, 생활에 아무 지장이 없다 ㅎㅎ


이렇게 걷다 보니, 밤낮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잇달아서 쭉~ 걸어버린다.


얼마 전에도 밤 11시가 넘어서,

동생들에게 산책 나간다고 하니, " 다 늦은 밤에 어딜 나가냐. 위험한데. "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 말에 "위험할 것도 없다 대로변으로 걸을 건데 뭘! 곰방 댕겨올게! "하고, 외출을 했다.


외출을 하던 날 밤은 쌀쌀해서, '모자와 마스크를 덮어쓰고, 그 위에 또 점퍼의 후드를 덮어썼다.'

아마도 이렇게 다니면, 아무도 내가 여잔줄 모르겠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ㅎ


내가 목표로 한 곳은 가는 데만 1만 보가 걸리는 거리의 못이었다. 밤야경과 함께 일렁이는 물멍이 가능한 곳이라, 그곳까지 가고 싶어 졌다.


평소라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갔겠지만, 이 날은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대로변이라 위험할 것 같아서, 음악을 듣지 않고, 오로지 목적지만을 생각하며, 무한히 걷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신호등이 많아서 도착하니 거의 2시간이 걸렸다.

나는 시간이 그렇게 된 줄도 모르고 있다가,

도착지의 마지막 신호등 앞에서 신호등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었다.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 누나 어디?"

나는 "어, 여기 OO못 다 왔다. 왜?" 하니,

동생은 "아직도 거기밖에 못 갔나?" 하기에

나는 "응, 여기 거리 꽤 되잖아, 이만큼 걸으니까 이제 겨우 1만 보 찍히네, 왜?"라고 하니

동생은 "아니, 데리러 갈까 싶어서, 데리러 갈까?"라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냅다 "좋지~ 니 올래?" 하며, 머릿속으로는 걷느라 배고파서, 이 시간에 동생과 24시 하는 카페에 갈까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다.


남동생은 " 알겠다. 어디로 데리러 가면 되는데?"라고 하기에

나는 " 아, 내가 위치 카톡으로 보내줄게. 글로 온나." 하고

우리의 통화는 끝났다.


동생이 데리러 온다기에 마냥 신났다.

동생이 데리러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꽤나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면서, 나의 발걸음은 더 가뿐하게 걸으면서,

'아, 아까 동생이 배고프다 했는데, 뭐 사주지? 여기까지 데리러 온다는데, 맛있는 거 사줘야 하는데. 가게랑 메뉴 한번 찾아봐야겠다.' 속으로 생각하며, 목적지까지 걸어갔다.


동생이 올 때까지 대로변에 아무 데나 걸터앉을 만한 곳에 앉아서 서칭을 계속했다. 그리고, 몇 군데로 추려졌다.


이윽고, 동생이 왔고, 동생의 차에 탔다.

그런데, 조금 화나 보였다. 그래서 나는 조심스레

" 니 배고프다며, 뭐 먹을래?"

남동생은 " 이 시간에 뭘, 됐다. "하며, "누나는 시간이 지금 몇 신데 혼자 돌아다니노, 밤에 위험하게. 이런 시간대가 제일 사고 많이 나는 시간대인 거 모르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 이 시간대가 그렇다고? 근데, 어차피 대로변으로 다녀서, 아무 문제없다. 여기에 cctv도 얼마나 많은데, 오는 동안 아무 일도 없었는데?" 하며,

"너 아까 배고프다며, 오다가 니 좋아하는 kfc 봐놨는데, 먹으러 갈래? 내가 사줄게! " 하니,

동생이 "이 시간까지 하는 데가 있나?"

나는 "응, 있다. 아까 걸어오면서, 가게 불 켜진 거 봤다. 거기 위치 내가 지도로 알려줄 테니까 가자." 하며, 같이 새벽에 kfc로 향하는 남매였다.


우리는 kfc에 도착해서, 남동생이 제일 좋아하는 블랙라벨 치킨을 4조각 정도 구매했다. 나는 어차피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었고, 남동생도 이 시간에는 많이 먹지 않을 거라. 이 정도면 충분했다.


또 이 시간에 포장해서 사가면 1+1이라는 걸 알고, 나는 그걸 노려서 싸게 구입했다.. ㅋㅋㅋ (득템이라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ㅎㅎㅎㅎ )


치킨냄새가 폴폴 나는 치킨 박스를 들고 차에 탑승했다.

"이야~ 맛있겠다. 집 가서 얼른 먹어야지~~~" 했다.

차를 타고 오는 10분 남짓한 시간 동안 남동생은 내게 말했다. "아까 누나랑 통화한다고 밖에 있는데 키 180 넘는 덩치 큰 남자가 내쪽으로 다가오다가 다른 데로 가더라. 요새 세상에 이상한 사람들 많다. 위험하니까 밤늦게 걸으러 다니지 마라. "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 그랬나? 입주민인 거 아니가? 아무튼 알겠다. 이제부터 좀 더 일찍 걸으러 다니지 뭐. 여튼, 데리러 와줘서 고맙딩! 고마운 마음을 담아 치킨 쏜다. 집 가서 맛있게 먹자."라고 했다.


실컷 운동하고, 우리들은 그날 새벽 치킨을 맛있게 먹었다.

물론 나는 한 조각을 먹고, 나머지는 다 동생에게 양보했지만, 왠지 살찔 거 같은 기분은.. 나만의 것이었다..


요즘 이렇게 고맙고, 든든한 동생일 수가 없다.

내 인생을 통틀어 지금이 가장 동생과 사이좋은 시기가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동생아, 앞으로도 너의 선행을 만천하에 알릴게.

늘 고마워 - 누나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몸 좋은 남동생을 두면, 생기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