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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May 29. 2023

가끔 목숨 걸고 걷는 이유

나는 가끔 무언가를 터트리고 싶다.


가끔씩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목숨 걸고 걷는다.


나는 살아오면서, 누군가에게 크게 화를 낸 적 없다. 그래서 그럴까? 가끔씩 나도 모르게 가슴에서 답답함이 차오를 때가 있다. 원인은 잘 모르겠다. '무언가 잘 안 풀리거나, 큰 걱정이 있거나, 속상할 때' 나는 더러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다. 


그제 토요일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슴에서 답답함을 느꼈다. 한참을 침대에서 뒹굴다가, 이대로 있어서 풀리지 않을 감정일 것 같아서, 부리나케 걸을 준비를 했다. 


내가 산책할 때 매번 입는 얇은 바람막이와 체육복 바지, 그리고 캡 모자까지. 

이렇게 빠르게 옷을 챙겨 입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노래를 들으며,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다.' 


걷다 보니 3시간을 걸었다. 거리로 따지면 12킬로를 걸었다. 


글쎄, 가슴속 답답함 때문일까? 아니면, 운동에 필이 꽂혀서일까? 그도 아니라면, 둘 다 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이날은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한참을 걸어도 이상하게 지치지 않았다. 

그렇게 다 걷고 보니, 3시간을 걸었다. 


이날은 유독 햇볕이 강하고, 더위가 심했던 날이라 다들 바깥 활동을 걱정해 주었던 날이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런 날 걷는 걸 훨씬 좋아했다. 몸을 움직이는 만큼 땀이 더 잘 나오고, 땀을 흘리는 만큼 개운해짐을 느끼기 때문이다. 즉, 운동이 굉장히 잘 되는 날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더운 날에도, 그늘은 있었고, 산들바람은 불었다. 


가슴속의 답답함을 풀기 위해 걷기 시작했다. 보통은 걸으면서, '그 원인이 무엇일까?' 생각하며, 파고드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나는 걷기 시작하면, 오로지 걷는 행위에만 집중하게 되는 편이다. 

걸으면서, 눈에 보이는 예쁜 풍경들도 바라보고, 내가 어디까지 왔는지 표지판도 살펴보고, 이따금 부는 산들바람도 느껴보고, 밖에서 산책을 하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그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보고, 듣고, 느끼고, 걷는다. 이렇게 걷다 보면, 어느새 3시간이 훌쩍 넘어 있다. 


땀 흘린 뒤의 샤워하는 즐거움 


땀을 흘린 뒤에 샤워하면, 그렇게 상쾌하고, 개운한 기분이 든다. 나는 이 기분이 참 좋다. 땀에 흠뻑 젖어 꿉꿉한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깨끗한 물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적시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낀다. 

나는 이 기분이 참 좋다. 그래서, 이왕 운동하면, 땀을 흘리며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무리한 줄도 모르고 운동했다가, 찾아온 후폭풍 


이렇게 한참을 운동하고, 오후에 갑작스레 잡힌 약속을 1차로 나갔다. 갑작스레 잡힌 약속이라, 나가긴 했지만, 막상 운동이 끝나고 나니, 내 몸은 '아~ 피곤해 , 좀 쉬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웬만하면 약속을 잘 깨지 않는 성격이라, 별로 중요한 약속이 아니었음에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카페에서 친구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나서 2차 약속이 있어서, 나는 따로 2차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2차 약속장소는 '새로운 아카데미 형식의 모임'이다 보니, 새로운 사람과 긴장하며, 교육을 두어 시간 들었다. 이쯤 되니, 몸이 너무 피곤해서,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8시에 이른 귀가를 했다. 


문제는 집에 오고나서부터 시작되었다. 하루종일 무리를 해서인지, 기분이 급격하게 다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부정적인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몸이 극도로 피곤한 상태라 잠도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앉아서 '글'을 쓰려고 하니, 체력이 되질 않았다. 기분이 다운된 상태로 새벽 4시까지 뜬 눈으로 지새웠다. 


역시 뭐든지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체력이 100%라고, 100%를 다 써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몸은 100%로 비워버리면, 다시 채우는데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걸 잊었다. 

나는 0%에서 다시 채우려고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에너지를 축적하는데 애를 먹었다. 다음부터는 내 몸의 60% 정도만 쓰도록 해야겠다.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푼다고 해서, 온몸의 에너지를 0%로 고갈시키라는 뜻은 아니었을 텐데, 나는 가끔 스트레스를 받으면, 0%가 될 때까지 고갈시키곤 했는데, 이번 경험을 통해서,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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