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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콜릿 한스푼 May 25. 2023

좋아하는 일을 하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내가 이렇게 일을 좋아하는 사람인 줄 이제야 알았다.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 하루가 너무 짧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사는 건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다. 중, 고등학교, 대학생 그리고, 공시생 때까지 나는 굉장히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공시 이후로 열정을 완전히 버렸었고, '열정이 뭐예요?'라고 말할 정도로 과거 열정 넘치던 나의 모습과는 180도 다른 나로 살아왔다.


그렇게, 열정도 뭣도, 아무 감정도, 미래에 대한 계획도, 희망도 없이 '그저 살아가는 일'에만 휩쓸려 살았다. 그리고, 정말 거의 10년 만에 또다시 열정 넘치는 과거의 내 모습을 찾게 되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이렇게 열정적인 사람인 줄 몰랐다. 너무 오랫동안 열정 없이, 아무런 욕망도 없이 그저 그렇게 빨리 이 인생이 끝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살았다.


그런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활화산 같은 열정이 샘솟기 시작했다. 다 꺼져버린 불씨, 재만 남은 곳에서 열정이 이렇게 활활 타오르게 될지 정말 몰랐다. 그런데, 말도 안 되게 걷잡을 수 없이 활활 타오르는 열정이 다시금 생겨버렸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일어난 변화였다. 나조차 이런 모습이 있는지 까먹고 살았는데, 그 모습이 다시금 드러났다.


글을 쓰는 일이 너무 재밌다.
하루종일 샘솟는 글감으로, 온몸이 간질거린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요즘의 나는 정말 '미친 자'에 가까울 정도로 하루종일 '글'만 생각한다. '글'을 생각하느라 잠자는 시간도 아깝고, 피곤해서 '멍'해 지는 시간도 아깝고, '밥 먹는' 시간도 아깝고, 그냥 다 아깝다.

너무 피곤해서, 이제는 정말 쓰러져 자야지~ 하며, 누운 순간에도 오늘 쓰지 못한 글들이 아른거려, 도무지 눈이 감기질 않는다. 뭐 대단한 글도 아니다. 그냥 일상에서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데, 손가락과 내 몸의 체력이, 내 정신의 속도를 전혀 따라오지 못할 뿐이다.... 이 부분이 아쉽게 생각되는 부분이다.


오늘도 브런치에 업데이트할 글감을 두 가지 정리해두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결국 잠자기를 미루고, 다시금 책상에 앉아서 이렇게 타이핑을 치고 있다. 이렇게 타이핑을 하면서도, 고작 내 체력은 하나밖에 쓰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너무나도 아쉽다.


나는 글로 써 내려가고 싶은 말들이 너무너무 많다. 넘쳐흐른다... 그래서, 이것을 다 풀어내지 못하고 있어서, 하루종일 불안하다. 그렇다고, 집중력 있게 글을 쓰지도 못한다. 이미 피로 누적으로, 체력적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쉴 때 쉬어줘야 하는데, '쓰고 싶은 이야기와 그 감정과 스토리 라인을 잊어버릴까 봐' 쉬려고 해도, 쉴 수 없는 상태다.


직장을 다닐 때 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지치지 않는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데, 요즘의 나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절실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까지 회사를 다닐 때만 해도, '일 좀 그만 시켰으면 좋겠다. 왜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걸까? 빨리 퇴근하고 싶다.' 등의 뺀질이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일을 열심히 안 한 것이 아니라, 그냥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이 일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즉, '내 것이 아닌, 남의 것'으로 느껴져 전혀 애착과 열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데, 글을 쓰면서부터는 '내 것'이라는 '애착'이 생겼다. 애착이 생기다 보니, 당연히 열정도 같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할 때와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일'만 하고 있다.

24시간 '일 = 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샤워를 할 때도, 잠을 자다가 잠깐 깼을 때도, 친구와 대화를 할 때도, 하루종일 '글 글 글'만 생각하고 있다. '글'생각으로 머릿속이 꽉 드러찼다. 이런 상태다 보니, 직장생활을 하던 당시보다 근무량이 3배 이상 늘어난 느낌이다.


스스로 자처해서 3배 이상을 '일'로 가득 채웠음에도, 지루하지도 않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 게다가 직장생활을 할 때는 9 to 6을 해도, 퇴근 후, 온몸과 마음이 너덜너덜 해져서, 도무지 아무것도 할 기력이 남아 있지 않았는데, 지금은 24시간 일을 해서, 그 기간이 몇 개월간 누적이 되어서 피곤에 절어있는데도, '일'을 놓을 수가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놓기가 싫다.


이쯤 되니... 글 쓰다가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웃긴 말이지만, 회사 다닐 때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와... 이러다가 병 걸려서, 일찍 죽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렇게 극도로 피곤하고, 계속 몰아붙이는데도, '글 쓰다가 죽는다면, 죽음은 하나도 안 무서워.'로 바뀌어버렸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나도 이렇게 태도와 생각이 바뀔지 정말 1도 몰랐다. 그런데, 정말 우습잖게 180% 바뀌어 버렸다.


나는 방향을 한참 잘못 잡고 있었던 거다. 왜 내가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죽을 만큼 힘들고, 나약하고, 역치도 낮고, 우울하고, 의욕도 없었는지 몰랐다. 근데, 일을 관두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내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에서 나를 맞춰 넣으려고, 스스로를 학대했었는지, 확실하게 깨달았다.

정말 아무리 둔감한 사람이라 해도, 이 정도로 안 맞는다면, 하루 만에 관두고 혹은 몇 달 만에 관두고 진즉에 방향 전환을 했을 거다. 그런데, 나는 몸과 정신이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나서도 한참을 질질 끌고도, 우연찮게 암흑 구덩이에서 빠져나와 간신히 방향 전환을 한 것이다.


이 정도면, 아무 의욕 없는 상태에서도 '버티는'미련함은 웬만한 사람들 저리 가라 하는 정도인 것 같다. 정말 미련의 끝판왕인 거다....  바뀌어 보니, 내가 무식할 정도로 미련했다는 걸 깨달았다.



                      평생 창의적으로 살다가 가겠습니다. 이것이, 저의 새로운 비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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