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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럭 Jun 10. 2022

기대는 신의 실수다.

기대 안 하는 방법

'내가 기대하는 건 하나도 안 이루어지더라고.'

정말 그랬다. 대학 합격, 장학금, 성적, 취업까지, 어릴 때는 갖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까지도.

오히려 기대 없이 포기하고 있던 게 이루어질 때가 더 많았다. 

그래서 일부러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건 내 오랜 습관이다.

슬그머니 피어난 기대에 몽글몽글해지다가 뒤늦게 깨닫고 불씨를 꺼뜨리기 위해 다급히 냉정해졌다.

물론 이게 핑계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냥 외부에서 탓할 대상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솔직히 지금도 어떻게 하는 게 더 나은지는 모르겠다.

아예 마음 편히 기대하고 나중에 크게 실망하는 쪽과 기대를 꾹꾹 눌러 담으며 기다리는 내내 불편한 쪽.

어느 쪽이든 감정 소모는 클 것이다. 

좋은 결과를 얻어 실망이 없는 게 제일 좋지만, 인생사 내 마음대로 되는 건 많지 않다. 

나 말고도 이런 기대 징크스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걸로 보아 답이 없는 문제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나는 이런 이유로 인간의 감정 중 제일 불필요한 것은 바로 '기대'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없다면 무언가에 크게 실망할 일도, 쓸데없는 희망고문을 당할 일도 없을 텐데.

망각이 신의 배려이라면, 기대는 신의 실수가 아닐까?


안타깝게도 기대는 마치 탱탱볼 같아서 세게 쳐낼수록 더 강하게 튕겨 돌아온다.

인간의 뇌가 유일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개념이 바로 '부정'이기 때문이다.

마치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머릿속이 코끼리로 가득 차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마음속 기대를 지우기 위해서는 이 원리를 역이용하면 된다.

부정형이 아닌 긍정형을 사용해서 뇌에 원하는 바를 입력하는 것이다.


기대를 없애기 위해서는 '기대하지 말자!'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차라리 기대가 끼어들 틈이 없도록 '여행 계획이나 세워볼까?'같이 다른 생각을 유도하는 게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반려동물, 덕질, 책, 글쓰기 등 몰입할 수 있는 생각은 뭐든 좋다. 

다른 부정적인 생각이 눈치 없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그때도 다른 곳으로 생각을 돌리면 된다.


물론 생각을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계속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대가 커지는 것을 차단하다 보면 

그 감정들은 조금씩 뒷전으로 밀려 힘을 잃게 된다. 

그리고 점차 나에게 그리 큰 타격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작게 쪼그라든다. 

이게 뭐야 싶을 수도 있지만, 이게 기대를 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내가 요즘 블로그나 브런치, 독서 등 집중할 수 있는 활동들을 열심히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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