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을 쓰자
브런치에서 글을 읽다 보면 대부분 긴 문단 여러 개로 이루어진 길고 자신만의 깊은 글감을 담은 글들이 많다. 그런 글들을 많이 읽다 보니 '긴 글 = 좋은 글'이라는 수식이 머릿속에 박혀버린 것 같다. 글을 쓸 때마다 길게 써야 한다는 강박에 휩싸였다. 내 기준에서는 이미 완성된 글이어도 뭐라도 덧붙이고 비슷한 말을 돌려쓰며 문단 한두 개라도 늘려보려고 노력했다.
자연스럽게 글쓰기가 어려워졌고 멀어졌다. 일주일에 한 개라도 써보자는 다짐은 금세 흐지부지되어 한 달에 하나도 겨우 쓰게 되었다. 내 글감을 풀어낸 글들은 충분히 길지 않다는 이유로 서랍에 쌓여갔다. 글은 운동과 같아서 매일 한 문장이라도 쓰는 근육을 기르는 게 중요하다는 브런치 알림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 한 줄을 쓰는 게 너무나도 까마득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책을 낼 것도 아니고 그냥 글 쓰는 게 좋아서 쓰는 건데 왜 글에서조차 나를 잃어가고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 읽힐 글이 아니라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자. 브런치는 그런 곳이 아닌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글을 쓰는 곳. 그래서 여기를 선택해 놓고 정작 본질은 잊고 있었다.
최근 들어 자소서나 과제 리포트처럼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만 쓰다 보니 습관적으로 여기서도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결심했다. 글에서만큼은 나를 잃지 않기로. 현실에서 무너지더라도 글 속에서는 자유롭기를.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 글부터 써나가야 한다. 길지 않더라도 내 생각을 충실히 담은 글. 짧은 글부터 차곡차곡 써나가야지. 그렇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글 속에서도, 현실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