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도 힘차게
좌충우돌 우리들 이야기(정신장애 공동생활가정)
정신재활시설 중 공동생활가정은 정신질환으로 가족이 돌볼 수 없는 경우나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공동생활 가정이다. 또한 자립을 위한 중간 단계시설로서 최소 3명 많게는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소박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나누며 정신장애인의 이해와 시설의 편견을 해소하고자 글쓰기에 영 자신이 없는 나는 큰 용기를 내어본다. 우리 공동생활가정은 미영 씨, 유진 씨, 다혜 씨가 산다.
뇌전증과 조현증 질환을 가진 유진 씨는 오늘 출근을 한다. 주 3회 가까운 작업장에서 일을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자신을 할머니라고 말해 화가 났다며 체조 중에 반복해 말한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지를 물으니 “화냈어요. 누나한테 그러면 안 된다고” 여전히 화가 나 있음을 흥분된 목소리를 통해 느껴진다.
나도 한 마디 거둔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고, “너는 할아버지이구나”라고 말해주라고, "그렇게 하겠다"며 상한 기분이 좀 가라 앉아 보인다.
오늘은 아침밥으로 찐 감자와 우유를 먹는다. 가성 파킨슨 증세가 있는 그녀는 몸이 기울인 상태에서 TV를 보며 맛있게 먹는다. 예쁘게 이발한 반려견 똘이에게 인사를 반갑게 나눈다. “똘이 머리 잘랐네”라며 다가가 조심스레 쓰다듬어 준다.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나도 덩덜아 미소 지어진다.
똘이는 그녀가 좋아한 만큼 반기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니 직장 잘 갔다 올게”리며 인사를 건넨다.
뒷정리에 어려움이 있는 그녀는 어제 먹은 음료수 병과 바나나 껍질이 바닥에 놓여 있다. “치우고 가면 어떨까요?”라는 말에 흔쾌히 휴지통과 음식물 통에 갖다 버린다. 매번 볼 때마다 반복해야 하는 나로서는 힘듦을 느낄 때가 있다.
마음으로 외친다. “이 정도면 됐지, 오늘은 옷가지들이 널브러 있지 않잖아, 안 치운다고 대들지는 않잖아”라며 나름의 감정 해소방법을 갖는다.
걷기 운동 중 그녀는 나에게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듯 조심스럽게 꺼낸다.. “어제저녁 미영이가 고기를 사다가 볶아 먹었어요” 체중증가로 걱정이 되는 나는 “진짜요”, “먹으면 안 되는데,,, 혹여 늦은 저녁 먹게 되면 가능한 한 먹지 말도록 말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가능한지요?”라는 질문에 자신도 “걱정된다”며 말해 보겠다고 한다.
오늘 직장을 가지 않는 미영 씨는 9시까지 잔다. 10시에 텃밭에 가자는 말에 “알겠다”라며 일어나 식사를 하고 물병을 챙기고 모자를 준비한다. 햇볕이 너무 강하다. 밭에 있는 “붕붕이, 뽀미”를 보러 간다. 이웃 밭에는 큰 개들이 많다.
개들의 고유 이름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메리, 검둥이”라며 이름을 붙여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때론 자신이 직접 찐 계란을 나누어 주는 기쁨을 갖기도 한다.
미영 씨는 3kg가량의 체중이 늘었다. 난 그녀의 체중이 늘 걱정된다. 그녀는 먹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 참 맛있게 먹는다.
지난날 근무한 정신재활 이용시설에서 과체중이 있는 회원이 갑자기 사망하는 경험을 겪었기에 혹여나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특히 24시간 가족처럼 생활하는 나에게는 항상 큰 불안이다.
오늘도 씩씩하게 미영 씨는 걸어서 텃밭에 간다. 갔다 와서 음료수를 사 먹을까 걱정은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