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시에서 운영하는 도시텃밭 농장에 40대 중반 정도에 한 남자가 차 트렁크 안을 분주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다정스럽게 말을 건넨다. 뽀미와 붕붕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 중이었다. 갑자기 사료가 가득 든 페트병을 내밀어 “이것 고양이 사료인데, 사람이 먹어도 될 만큼 좋은 건데요.”라며 나에게 느닷없이 내민다. 길거리에 다니다 고양이가 있으면 먹이로 주었던 사료라 한다.
“나도 강아지 키워봤는데, 사람 같아요” 달려드는 뽀미를 손으로 다정스럽게 만지며, “알레르기 있어 키우지 못하고 다른 집에 갖다 주었어요”라며 반려견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건네받은 페트병을 거절하기가 어려워 엉겁결에 받았다. 강아지 사료도 아니고 좋다고 하지만 생판 모르는 사람이 주는 것이라 난 받고 싶지가 않았다. 여하튼 건네받은 사료를 들고 텃밭으로 돌아왔다.
들고 들어와서 사료로 줘야 할지 무척 망설여졌다. 버리기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일단 텃밭을 일구는 사람이니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에 강아지들한테 먹였다. 잘 먹는다. 그래도 다 주기에는 여전히 내키지 않았다.
언니한테 물었다.
“주말 농장하는 아저씨가 줬는데 이거 계속 먹여도 될까?”
“강아지들 잘 먹어, 고양이 사료는 생선이야.” 또 “아저씨가 나쁜 거 줬겠나”라며 페트병을 들고서 서슴없이 밥그릇에 수북이 쏟아준다. 특히 붕붕이는 게눈 감추듯 맛있게 먹어치운다.
찝찝했던 마음이 한순간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일말의 타인에 대한 의심 없는 그녀의 태도이다.
의심이 계속되어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는 믿을 만한 사람에게 ‘나의 생각이 옳은지 아닌지 물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