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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 저하의 두려움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

by 반야

5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 분명 어제 205동과 206동 사이에 차를 주차해 놓았는데 차가 없다. 생각을 더듬어 겨우 207동 라인에 있는 차를 찾아냈다.

요새 들어 부쩍 기억력이 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에 치매 증상이 아닌지 덜컥 겁이 났다.

이른 아침 출근 전 작은 조카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 핸드폰이 506동 경비실에 있으니 찾아가라고 한다”며 이모가 찾아서 엄마에게 갖다 주었으면 좋겠다며 부탁을 한다.


급히 찾아서 언니에게 갖다 주었다. 본인이 정작 잊어버린 것도 모른다. 지금 수중에 없으니 밭에 있거니 생각했다고 한다. 엄청난 긍정인지, 여하튼 걱정이 되었다.


눈의 침침함도 기억력을 쇠퇴하게 만드는 것 같다. 집중이 어렵고, 감정적으로 우울하다.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오늘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을 적어놓아야지 하고 있다가 다른 생각을 하다 정작 기억해야 할 것들을 잊는다.


이른 아침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핸드폰 분실이 있은 후 얼마되지 않아, 매우 기분 좋은 목소리로 전화가 왔다.

“동생아, 쓰레기 버려주어서 고마워”

“언니 무슨 소리야 나 버리지 않았어, 지난주 잠깐 들렀다. 폐지 등 분리수거함에 넣어 준 것은 기억하는데, 이번 주는 언니 집에 가지 않았는데, ”

“아들한테 물어봤어?”

“버리지 않았다고 하는데”

“언니가 버리고 잊은 것 아냐?”

“글세, 아침에 너무 바빠서, 모르겠네”

“잘 생각해 봐”

“기억이 안 나”


더 이상 추궁하고 물어보기가 뭐 해, “누가 버리든 무슨 상관이야”라며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두 번의 암으로 인한 후유증인가'라는 생각에 언니의 그러한 모습이 걱정이 되었다.


그다음 날 언니를 만났다.
그녀도 겁이 났는지 다시 한번 더 확인하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언니는 병원 진료를 오늘 받으러 간다고 한다. 차 고장으로 인해 서비스센터에 맡겨 놓은 상황이다.

내 차로 병원을 다녀와야 했다.


차에 타자 마자 언니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병원으로 가는 길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지, 제대로 차선을 바꾸지 못하고 헤매는 나를 핀잔하거나, 일주일 전에도 과자 부스러기가 있어 지저분한데, 여전하다며 준비한 물티슈로 닦아낸다.

다행이다.

안심은 되었지만 왜 이리 잔소리가 많은지, 한마디 했다.
“언니, 운전 서툰 것 좀 봐줄래? ”라며 더 이상 훈계 못하게 한마디 내뱉었다.


“알았어”라며 일단 수용은 했지만, 나의 운전이 불안한 듯 여전히 눈치 보아가며 얘기한다.


인지저하는, 기억력 감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싶다. 매일 빠짐없이 짧게라도 일기를 쓰고 책을 읽는 습관을 통해 기억력 저하에 나름 노력해 보자는 의욕을 내본다.

{마음이 아플 때, 불교 심리학}에서 몸이 우리 자신이라고 믿는다면, 나중에 늙음과 질병, 죽음에 마주해야 하는 때 우리는 길을 잃고 두려워할 것이다라고 한다. 나의 건망증, 인지저하에 위로가 되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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