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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금을 내야 하나!

갈등

by 반야


부고장이 카톡을 통해 날아왔다.


그녀는 초등학교 친구이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왕래하곤 했지만

어느 때인가 그녀와 소식이 단절이 되었다.

거의 소식이 없다가 5년 전 카톡으로 안부 인사를 전하는 그녀

나도 인사를 했고 그뿐이었다. 그 후로는 연락이 오가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부고장을 보내왔다.


선뜻 카톡을 열기가 망설여졌다.

그렇게 친분이 있다고 느끼지 않았고 소식도 거의 단절이 되었는데

부고장을 받으니 참 난감했다.


가지는 못해도 부조금을 해야 하나, 하지 말아야 하나

라는 갈등이 생겼다.


올해 4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다. 매우 가까운

지인들에게 장례가 끝나고 정신적 슬픔을 위로받기 위해서 이 소식을 알렸다.


나는 직장을 그만둔 지 10년 다 되어 간다.

전혀 연락이 오고 가지 않았는데, 그때 그 직장에서 알고 지낸 사람이 부고 사실을 알린다.

그때도 망설여졌다.

10년 지났는데, 그리고 그다지 좋게 직장을 나온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잊힌 사람인데, 왜 보낼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여하튼 부조금을 했다.


아마도 그때 직장 다니면서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식에 온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부고장을 보낸 듯하다.


아버지 부고를 알린 그녀에게 부조금을 했다. 그리고 짧은 위로의 말과 더불어

그뿐이다. 그녀는 카톡으로 내 글을 읽고 더 이상 응답이 없다.


관계의 허망함을 느낀다.


관계를 잘 마무리해서 다행이다라는 것으로 내 마음을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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