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 날 행사에 참여했어요.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정신재활시설 중 공동생활가정은 정신질환으로 가족이 돌볼 수 없는 경우나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공동생활 가정이다. 또한 자립을 위한 중간 단계시설로서 최소 3명, 많게는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소박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나누며 정신장애인의 이해와 시설의 편견을 해소하고자 글쓰기에 영 자신이 없는 나는 큰 용기를 내어본다. 우리 공동생활가정은 미영 씨, 유진 씨, 다혜 씨가 산다.
2003년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는 매년 9월 10일을 ‘세계 자살예방의 날’로 제정하였고, 1992년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정신건강연맹(WFMH)은 매년 10월 10일을 ‘세계정신건강의 날’로 제정하였다. 우리나라는 2017년 법정기념일로 제정하여 행사를 하고 있다.
개소 후 두 번째로 올해 정신건강의 날 기념행사에 참여하였다. 유튜브로만 시청했던 유명한 심리학과 교수가 강연한다고 하여 다혜 씨, 유지 씨와 함께 했다.
다혜 씨는 정신과적 음성증상으로 잘 씻거나 옷을 갈아입는 데 취약하다.
행사 참여 일주일 전부터 “다혜 씨, 머리 감아야 하고, 깨끗한 옷으로 입어야 해요. 신발도 슬리퍼가 아닌 운동화로 신고가야 해요. ”라며 말하기를 반복한다.
출발 당일, 어찌 이럴 수가?
다혜 씨는 평상시 보지 못했던 빨간 무늬의 깨끗한 옷과 단정히 빗은 머리에 예쁘게 핀을 하였다. 유진 씨도 티셔츠가 아닌 미영 씨가 주었다는 줄무늬에 검은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아끼는 옷이어요” 라며 수줍은 듯 웃는다.
비가 온다는 기상예보에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낮 12시에 출발하였다. 2시간 전 일찍 도착한 우리는 시청 안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셨다.
다 마신 후 분리수거에 플라스틱을 넣는데 다혜 씨가 “찌꺼기는 거기 넣으면 안 돼요”라며 손가락을 가리키며 저기에 넣어야 한다며 나무라듯 말한다. 마땅히 넣을 데가 없어서 넣었을 뿐인데... “그래요 제가 잘못 넣었네요”라고 말하며 카페를 나왔다.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우진 씨는 기념영상 상영시 눈을 감고 있다가 강연내용이 “재미있다”며 흥미 있게 집중하며 열심히 경청한다. 다혜 씨도 메모장을 들고 강연내용을 열심히 기록한다. 우리는 강연 후 추가 질문내용까지 듣고 귀가하였다.
버스 타기는 하나의 모험이다.
다혜 씨는 몸의 경직증상이 심하다. 순발력이 없어 잘못하면 꼬꾸라져 다칠 위험이 있다. 차를 탈 때 서서 손잡이를 잡기보다는 꼭 앉아서 가야 안전하다. 오늘 행사에 제공된 선물을, 가방을 챙겨 온 다혜 씨가 유지 씨의 기념품을 챙겨주는 배려를 보인다. 그런데 정거장에 도착하기 전 미리 일어나 있던 유진 씨는 정차하는 순간 힘없이 잡은 손잡이를 놓쳐 앞으로 넘어질 뻔했다. 옆에 있던 나는 그녀의 몸을 잽싸게 잡았고 그녀도 좌석 손잡이를 잡아 다치는 위험을 모면했다.
어찌나 놀랐는지 “괜히 버스 타고 왔구나, 내가 우산을 들고 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감이 몰려왔다. 차 안에 있던 사람들의 눈길이 우리에게 쏠렸다.
평상시 햄버거를 잘 먹지 않는 다희 씨는 햄버거가 먹고 싶다고 하여 모처럼 가게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에 둘은 또 한 번 교통카드로 인해 옥신각신 했지만 외출 후의 모습은 밝고 활기가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한 모습을 보인다.
다혜 씨와 유진 씨에게는 버스 타기,
카페이용하기, 강연 듣기, 햄버거 가게에 가기 등은 일상의 소소한 도전이며,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