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재활시설 중 공동생활가정은 정신질환으로 가족이 돌볼 수 없는 경우나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공동생활 가정이다. 또한 자립을 위한 중간 단계시설로서 최소 3명, 많게는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소박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나누며 정신장애인의 이해와 시설의 편견을 해소하고자 글쓰기에 영 자신이 없는 나는 큰 용기를 내어본다. 우리 공동생활가정은 미영 씨, 유진 씨, 다혜 씨가 산다.
오늘은 추석을 맞이하여 기분전환 겸 나들이를 갔다. 국립공원으로 1시간가량 자가용을 이용해 방문했다.
큰 산이 주위를 둘러싸여 있어 평온한 느낌이 든다. 주차할 그늘이 있는 나무를 찾았다. "여기다 주차시켜요"라며 미영 씨 잽싸게 발견한 아름드리 큰 나무를 가리킨다.
공원입구에서 걸어서 가는 도중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보고 다혜 씨는 ‘송사리가 왔다 갔다 해요. 계곡이 무시무시해요 ’라며 신기한 듯 한참 쳐다본다.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사찰이 보인다. 계단이 있어 미영 씨는 올라가지 못하고 다혜 씨와 유진 씨와 함께 대웅전 앞으로 갔다. 유진 씨는 늘 기독교 방송을 틀어놓고 설교를 듣곤 하는 그녀인데, 두 손을 모아 눈을 감고 부처님을 향해 기도한다. 정말 뭔가 간절한 느낌이다.
보통 절에는 나이 먹은 사람들이 많이 오고 기도하는데 유진 씨보다는 약간 어린 남자가 등이 꼿꼿한 좌선 상태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코 끝에 바람이 시원하고 정신이 맑다. 길을 걷던 중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비구니 스님을 보고 유진 씨는 반갑게 다가가 합장을 하며 인사를 건넨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쑥스러움이 많은 나에게는 어려운 일인데 말이다. 스님은 방금 따온 밤이라며 그녀에게 건네준다. “감사합니다”는 인사말을 건네고 옆에 있던 미영 씨에게 준다.
미영 씨는 ‘힘들다’며 걷지 않으려 하여 잠깐 쉬고 올라갔다. 내 옆에서 걷는 유진 씨는 ‘현빈이가 나를 좋아해서 힘들다.’며 말과는 다르게 기분 좋은 얼굴이다. 평상시와 달리 많은 얘기를 나에게 건넨다. ‘맑은 물소리가 좋아요. 바람이 시원해요’ ‘사람이 앞에도 있고, 뒤에도 많아요’라며 관심 있게 길가는 사람들을 쳐다본다.
유진 씨는 과거에 절에서 생활한 이야기를 한다. 또한 다혜 씨도 ‘엄마가 쌀을 이 절 저 절 바쳤어요. 부처님 오신 날에는 절에 엄마하고 꼭 갔다 왔어요.’라고 한다. 대웅전 옆 기념품 가게에서 유진 씨는 구입한 손수건을 목에 두르며 매우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유진 씨, 다혜 씨의 엄마는 불교신자였는가 보다. 아마 자녀의 정신질환을 낫게 하기 위해 부모님들은 절에 가서 간절히 정성 들여 기도했을 것이다.
국립공원 근처에서 식사할 장소를 찾았다. 식사를 고기보다는 야채 위주로 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가격이 좀 부담스러웠지만 더덕정식을 먹기로 했다. 더덕, 깻잎무침, 호박볶음, 된장국 등 많은 반찬에 골고루 맛있게 먹었다. 미영 씨는 유진 씨에게 물을 따라주거나 반찬을 건네는 배려하는 태도를 보인다. ‘저번에 먹은 것보다 나아요. 반찬도 많고 더덕도 처음 먹어봐요’라며 음식에 매우 만족해하며 일 년에 한 번은 이곳에 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푸르른 높은 산, 맑은 공기, 한적한 사찰, 몸에 좋은 음식 등이 정신적으로 안정과 평온함을 준다. 매번 나들이할 때마다 서로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오늘은 서로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른 어느 때보다 기분 좋은 나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