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걸려 넘어지다
귀여운 고양이 인형이지만!
일이 있어 상가에 들리게 되었다.
눈이 초롱초롱하고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하나에 2만 원이라며 폐업으로 인해 반값으로 판매한다고 하여 주저 없이 쌍으로 구입했다. 갈색과 회색으로 되어있고 멋진 잠바를 입고 있다.
낮시간을 무료하게 보내고 있을 90세의 아버지에게 조금이나마 보면서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내 방에 놓으면 힐링이 될 듯싶어 구입했다.
그런데 처음 보자마자 만족해 하신 아버지는 하루 지나자 마자, '저녁에 보면 무서워다'며 치우라고 한다. 어쩔 수없이 수제인형을 좋아하는 언니에게 가져갔다. '귀엽다'며 흔쾌히 받아 tv 옆에, 소파에 앉으면 보일 위치에 놓았다.
어느 날 인형의 위치가 바뀌어 있다. 맨 가장자리에 눈에 잘 띄지 않게 놓여 있다. 이유를 물으니 "아들이 눈이 무섭대 ,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 같아서 싫대서, 그쪽에 놓았어"라고 말한다. 90세인 아버지가 무섭다는 말은 이해가 되는데 40대의 조카가 무섭다고 하니 참 그랬다.
일주일 지나 일이 있어 다시 언니네 집에 갔다.
그런데 거실에 있어야 할 고양이가 현관입구 쪽 선반에 놓여있다.
"언니 어떻게 된 거아, 왜 고양이가 저기에 있어".
"아들 말 들으니 나도 좀 신경 쓰여서"
"언니가 우리 집을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생각하면 되잖아"라고 말을 했지만. 아들의 말에 걸려 넘어져 이제 그 고양이는 두려움을 주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언니, 내가 도로 가져갈게" 라고 말하자마자 "그래 쌍으로 있어야지"라며 내심 빨리 가져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가져와 탁자에 나란히 올려놓았다. 나도 언니의 말에 걸려 넘어진 듯싶다. 초롱초롱한 두 눈이 나를 무섭게 째려보는 것 같았다.
'감정은 옮는다'라고 내 방에 놓여있는 고양이 눈이 정면을 향해 마주치는 게 왠지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게 살짝 옆으로 돌려놓았다.
보통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부정적인 감정을 쉽게 상대에게 옮겨간다. 조카와 언니의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영락없이 나한테 옮긴 것처럼. 내가 만들어낸 망상이라는 것을 알지만..,,..
자신 안의 두려움이 고양이를 통해 투사된 것은 아닌지 그 두려움은 자신만이 알겠지.
말에 걸려 넘어진다는 것은 특정감정에 사로잡힌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조카, 언니, 아버지는 뭔가 그리 두려울까? 나는 뭘 그리 두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