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꼬치 전을 만들어 보았어요.
정신장애인공동생활가정 (추석음식 만들기)
정신재활시설 중 공동생활가정은 정신질환으로 가족이 돌볼 수 없는 경우나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공동생활 가정이다. 또한 자립을 위한 중간 단계시설로서 최소 3명, 많게는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소박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나누며 정신장애인의 이해와 시설의 편견을 해소하고자 글쓰기에 영 자신이 없는 나는 큰 용기를 내어본다. 우리 공동생활가정은 미영 씨, 유진 씨, 다혜 씨가 산다.
추석연휴는 집에 가는 이들은 없다. 각자의 사정으로 연휴 동안 기관에 머물러야 하지만 속상해하거나 원망하지 않는다. 장을 봐야 하고 음식을 준비해야 하므로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추석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미영 씨와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다혜 씨도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구입할 식재료 등이 많아 같이 갈 수 없었다. 마트에 도착하여 과일로 포도를 구입했는데 키위 시식 코너에서 맛을 보고 키위를 먹고 싶다고 미영 씨 고집을 부린다. 두 박스를 구입한 포도를 한 박스는 키위로 하자는 말에 포도를 먹겠다고 마음을 바꾼다. 구입 양이 많아 집에 도착하자마 다혜 씨가 마중을 나와 도움을 준다. 차곡차곡 냉장고에 넣는다.
평상시 아침보다 일찍 일어나 재료를 다듬고 씻어놓는다. 나는 갈비와 동그랑땡을 만드는 역할을 맡고 다혜 씨, 미영 씨, 다혜 씨가 서로 도와 삼색전과 호박전, 파전을 하기로 했다.
다혜 씨는 호박을 잘게 썰어 전 부칠 준비를 해준다. 삼색전에 필요한 맛살, 햄, 파, 단무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으려 하니 미영 씨는 정색을 하며 다혜 씨가 재료 봉지를 자르려고 하자 본인이 할 거라며 자기 쪽으로 재료를 가져가 삼색전을 준비한다. 다혜 씨는 화가 났는지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이에 화가 난 미영 씨는 “언니가 도와주지 않고 그냥 방으로 들어가요.” 말없이 방으로 들어간 다혜 씨의 행동에 황당해서 말을 한다. 그 목소리는 매우 화가 나 있다. 유진 씨가 도움을 주었으나 손이 느리다. 한동안 시간이 지난 다혜 씨가 방에서 나온다. 다혜 씨는 “내가 해야 하는데 미영 씨가 가져가서 하니 화가 났다”라며 나름 화난 이유를 말한다.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잘 협조를 해 준다.
꼬치용 이쑤시개를 이용해 꽂기 전에 순서를 말한다. 두꺼운 면이 아닌 얇은 면으로, 옆으로 꽂도록 시법을 보여주자 곧잘 따라서 먹기 좋게 순서대로 차곡차곡 꽂아 놓는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음식이다.
미영 씨는 전을 부치면서 “그릇 갖다 쥐, 밀가루 섞어줘. 기름 가져와” 등 언니들에게 일일이 시키는 모습을 보여 가능한 본인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도록 언급했다. 말은 했지만, 이해가 될 만하다. 체중으로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는 그녀이다.
유진 씨는 동작이 느려, 보조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설거지를 돕는다. 기름기 있는 그릇에 따뚯한 물을 부어 세제를 묻혀 말끔히 닦아낸다. 뒷설거지를 도맡아서 해주고 뒷정리는 미영 씨가 해주었다.
아침부터 핏물을 빼고, 삶아낸 후 양념을 한다. 그런데 자르지 않는 갈비를 구입해 와, 익은 다음에 가위로 힘들게 자르며 끙끙거리는 나를 본 미영 씨는 다음에는 토막 낸 갈비를 구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낸다. 정말 다음부터는 꼭 잘라놓은 재료를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완성된 음식들이 만들어진 후 시식을 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삼색전은 양이 많다. 연휴 내내 넉넉히 먹을 듯싶다. 계란을 잔뜩 넣은 파전은 부드러우니 맛이 있다. 돼지갈비를 먹어본 후 “맛있어요. 부드러워요. 지난해보다 맛있어요”라고 갈비가 전보다 맛있고 미영 씨 말한다. 갈비가 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질이 좋아서 그런가 부드럽고 간이 맞는다.
시식 후 남겨진 음식을 각자의 그릇에 담아 연휴기간 동안에 먹기 위해 냉장고에 보관한다. “전보다 힘들지 않았어요. 맛있어요”라며 언급한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들의 손으로 각자의 능력에 맞게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꽤 괜찮은 추석 연휴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