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한 빽, 엄마의 심리적 유산
김주환의 저서 ((내면 소통))
부모는 세상을 떠날 때 어떤 식으로든지 유산을 남깁니다. 보통 우리는 물질적 유산을 말하지만 정신적 유산인 심리적 유산을 남깁니다.
'너는 머리가 나쁘지만 뭐든지 노력하면 돼.'
초등학교 근처도 가보지 못한 엄마가 나에게 누누이 해준 칭찬입니다.
12년 전에 세상을 떠난 엄마지만 그 말은 삶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되는 심리적 유산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처음은 기분이 나빴네요.
내가 머리가 나쁘다니 자기 딸에게 뒷얘기만 해주면 되지, 꼭 앞 얘기까지 해서······
여하튼 크게 만족할 만한 칭찬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생각했습니다. 교만하지 말라는 말이었겠지, 또한 나의 한계를 인정하라는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이려 했습니다.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김주환 교수의 ((내면소통))이라는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습니다.
이해력과 기억력이 취약한 나에게는 매우 두텁고 글씨가 작아 술술 넘어가기에는 많은 시간과 끈기가 필요했습니다. 어느 브런치 작가가 말한 것처럼 벽돌 같은 책이었습니다. 여전히 하루에 두 페이지씩 읽고 있습니다.
이 책은 엄마로부터 심리적 유산이 왜 나에게 힘이 되었는지 확실히 알게 해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사람에게는 인지 능력과 비인지능력이 있다고 합니다. 인지능력은 지능(IQ)이 높은 것으로 다만 새로운 것을 빨리 흡수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인지능력이 높으면 흔히 똑똑하며,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한다고 믿습니다.
비인지 능력은 끈기, 집념, 동기, 회복탄력성, 열정, 집중력, 공감력, 도덕성, 소통능력, 문제 해결 능력, 협동력. 창의성 등을 비인지능력이라고 합니다.
나에게는 인지능력이 취약했던 것입니다. 누가 말하면 쉽게 이해하는 것이 더딥니다. 기억력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문해력이라고 하나요. 책도 금방 이해되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엄마는 그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살면서 '나는 이해력도 없고 기억력도 없다'라고 나름 열등의식을 갖고 살았기에 남들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마의 심리적 유산인 “너는 머리가 나쁘지만 뭐든지 노력하면 돼.'라는 말은 비인지적 능력이었습니다. 나를 있는 그대로 통찰한 직설적인 칭찬이었습니다.
엄마는 돈보다 귀한 유산을 남긴 지혜로운 분이었습니다.
”뇌는 나 자신과 양육자를 동일시한다. 즉 나 자신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때와 주양육자인 어머니에 관한 정보를 처리할 때 몇몇 뇌의 부위들은 거의 똑같이 활성화된다.
주 양육자의 '목소리'는 나의 자아의 개념 안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어린 시절 들었던 '목소리'는 곧 나 자신의 '목소리'와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사랑과 보살핌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던 사람은 평소 스스로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자아 가치감을 지니게 된다 “라고 저서에서 언급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엄마의 칭찬은 힘든 세상을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엄마처럼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우리 안에 누구나 갖고 있는 '신령스러운 거북이'와 [내면소통]에서 말하는 '인지능력, 비인지능력'을 발견하여 진솔함이 담긴 칭찬을 해주는 이가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