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쓰레기 봉지를 뒤지다.
까마귀는 배고프다
보통 까치는 길조라 하여 사람들이 좋아하고, 까마귀는 흉조라 하여 사람들이 싫어한다. 그런데 까마귀를 조선시대 후기에는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로 신성하게 여겼다고 한다.
여하튼 자세히 살펴보니 까치보다도 까마귀가 더 크기가 크다.
어느 순간 까마귀가 예뻐 보인다. 진한 검은 색깔이 참 고와 보인다. 작지도 그렇게 크지도 않은 모양새가 눈길을 쏠리게 한다. 가끔 전봇대 줄 위에 앉아있는 까마귀를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나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검은 세단 자동차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처럼 검은색 까치의 모습은 기품 있어 보인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도중에 우연찮게 도로 큰 길가에 놓인 쓰레기 봉지를 까마귀가 부리로 콕콕 쪼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찢어진 봉지아래로 조개껍데기와 빨간 국물이 묻은 휴지 등이 바닥에 나뒹굴어져 있다.
한참 뒤지다 날아가 버린다. 먹을 것을 찾는 듯싶다.
고양이, 쥐가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것은 알고 있는데, 까마귀가 쓰레기 봉지를 뒤지고 있다는 것이 약간 안쓰럽고 짠했다.
야산에 근접한 텃밭 주변에는 가을이라 그런지 까마귀, 까치, 참새들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참새와 까치들은 여물어가는 가을 곡식을 탐낸다. 특히 참새는 들깨 속에 있는 토실토실한 알맹이를 떼거지로 몰려와 작은 주둥이로 꺼내어 먹는다. 들깨 농사짓는 아저씨는 ‘올해는 들깨 수확량은 아주 좋지 않다’고 한다. “참새에게 다 뜯겼다”며 억울한 듯 말한다.
인간들처럼 음식을 저장을 하지 못하니 짐승들도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다고 한다.
종종 냉장고에 제때 먹지 못해 쌓인 음식물이 있다. 남 주기에는 아깝고 기한 안에 먹기에는 양이 많음에도 쟁겨놓는다.
결국은 먹지 못해 음식물 쓰레기로 버리게 된다.
‘참회합니다.’라며 나에 어리석음을 뉘우쳐도 여전히 반복을 하고 있다.
나누지 못하고 버려지는 음식물들,
문득, 배가 고파 그 지저분한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까마귀를 보며 계속 이래도 되는지······
분명 변화가 필요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