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는데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성탄연휴 마음이 편하다. 솜이불 위에 누워있는 기분인 듯싶다. 아침에 일어나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설거지를 마쳤다. 아버지에게 과자 하나 건넸는데 약간 딱딱해 씹을 수 있을까 우려되었는 데, 손 흔들며 맛있다는 표정을 지으신다.
이른 아침 5시경 올케와 조카에게 쿠팡을 통해 도서 한 권을 보냈다. 제목은 수 클리볼드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로 몆 번이고 망설이다 주문했다. 1999년 열세 명의 사망자와 스물네 명의 부상자를 낸 콜럼바인 총격사건의 가해자 두 명 중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엄마, 수 클리볼드가 쓴 글이다.
아이들 교육하기가 전과 같지 않다는 초등학교 교사이고 6살 아들을 둔 올케에게 왠지 도움이 될 듯싶었다. 올해 나이 43살인 조카, 사업에 실패해 심적고통을 겪고 있고 진행 중인 그에게 조금이나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는 엄마에 대한 원망이 많다. '엄마는 나를 엄청 혼내고 때렸어, 별 것도 아닌 일로' 술 마시면 되풀이하는 반복어이다. 자기 삶이 잘 풀리지 않아선지 더 그런 듯 싶다.
나도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았다. 정신과 관련 일을 하기에 흔치 않은 일로 당사자와 가족의 마음을 읽고 싶어 구입했다.
그런데 이 책의 서평이 절실하게 마음에 와닿아 올케와 조카에 보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이 책에서 건질 건 오직 엄마다. 이토록 경건한 무기력이 어디 있을까. 이토록 숭고한 실패가 또 있을까. 가능성의 끝까지 파본 사람만이 진정으로 가질 자격이 있는 절망. 악마가 되어버린 아들을 이해해보려고 하는 이 피눈물 나는 헛수고 앞에서 나는 삼가 옷깃을 여민다.'
(박찬욱 영화감독)
'누군가의 고통은 또 다른 이에게는 성찰, 깨달음, 현재의 만족, 작은 것에 감사함을 갖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이 부디 조카에게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