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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야 Dec 29. 2023

벅차고 힘들지만 내 부모이기에

자식이 없는 두려움

너무 우울하다. 더부룩하고 불쾌하다.

내가 겪어야 할  과정이겠지,  오후 아버지는 갑자기 걷지 못해 응급 입원을  했는데, a형 독감이라고  한다.  아니  밖에 나간 일이 없는데, 낮에 보일러 가동을  하지 않았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지 여하튼 소홀함이  있었던 것 같아 자책감이 들었다.


92세  돌아가셔도  여한이  없고 남아있는 이들도  여한이 없지만  미운 정 고운 정이  든 아버지가  돌아가실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래도  좀 더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새로 이사 온 집에 이것저것 벽면에 붙이고  떼어 내는 것이 소일거리였던  아버지, 더  이상  흥미가  없으신 지  한 달 전부터  행동이 멈추었다. 벽면이  매우 보기 흉하다.


평상시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그가 '벽이  지저분하다며  새 벽지를 구입해 달라고 한다.  이 말을 하신 후  며칠 지나  갑자기 걷지를  못하셨다.

몸이 예감한 것인지 뒷마무리 하기 위한 나름의 예견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각종 검사를 마친 아버지는 '배가 고프다'며  응급실에 오기 전 모습과는 다른  힘찬 목소리이다.

일단 안심이다.

 

지금 저녁 8시 염증수치가  높아 입원을 해야 한다고  응급실 의사가 말한다.  그러데 폐검사에  그다지 큰 문제가 없어  굳이 입원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내과의사기 말한다. 여하튼 다행이다.


다행감 속에  왠지 혼란스러웠다. 동생, 언니도 있지만 버겁다. 말할 수 없는 우울감이  몰려왔다.


이른 아침  황제펭귄에 관한 영화를 시청했다.  영하 40도의  극한 추위에  새끼 펭귄의 먹이를 위해  몇 달을 걸려 바다에서 먹이를 잡아  온다. 아기펭귄에게  입속에 저장된  먹이를 주는  엄마, 아빠 펭귄에게 숭고함을 느꼈다고 할까! 눈울이 핑 돌았다.


배운 거  없고  가진 것 없었던  우리 부모님, 우리들도  저 펭귄부부처럼  키워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절대 일방적인 희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함이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펭귄을 통해  문득 드는 생각이다.


병원 가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될지는 모르겠지만 부모님께 받은 은혜 생각하며 후회 없는 과정을  보내자는 마음을 가져본다. 


결혼하지 않은 나,  아버지는  나도 있고  언니, 동생도 있지만. 내 노후에 모습이  약간 두렵기도  하다. 결혼하지 않은 것 후회는 없지만 걱정이  때론 든다. 자식을 키우는데  희생이 없었는데,

뭘 기대할까? 큰 욕심이다.


미리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장기기증희망등록을  해놓았다.  이 사실을 조카에게 알렸다.  더 준비해야 할  것은  화장 후 어느 납골당을  가야 할지 정해야 한다. 남아있는  이들에게 부담되지 않게, 고맙게도 동생은 '누나, 납골당은 아버지와 같은 곳으로 준비할 거야'라고  말해 주었다.  


자식이 없는  내가 마래를 생각하면 머리가 띵하다. 현재에 충실하고  마음 편히  살며, 이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늘 마음공부하기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을 다짐해 본다.


'늘 현재만 있을 뿐.....'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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