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좋아야 하는데, 걱정이 더 든다.
운전은 해야 하는데, 미끄러워서 어떻게 하지
수돗물이 얼어 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눈은 설렘보다는 나이가 들면서 걱정거리로 두려움을 안겨다 준다.
어렸을 때 눈이 와서 마냥 좋아 기뻐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며 노는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똘이를 데리고 걸어가던 중 여중생들이 눈사람 병아리를 만드는 기구를
가지고 부지런히 손을 놀린다.
무엇이 좋은지 얼굴은 함박웃음이 가득하다.
그냥 지나치기에는 줄지어 있는 병아리눈사람이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너무 귀엽네요. 이것을 둘이서 만들었어요."
"네"라며 힘찬 목소리로 말한다.
어제와 오늘 아침까지 눈이 소복이 내렸다.
큰 길가는 제설 염화칼슘을 뿌려 녹았지만 그늘이 있는 길가는 눈이 소복하다.
중학생인 그녀들,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참 건강한 친구들을 보며 그들이 만든 줄지어 서있는 병아리 눈사람은
오늘도 정신없이 해야 할 일로 지쳐버린 나에게 힐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