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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야 Feb 23. 2024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했어요.

정신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정신재활시설 중 공동생활가정은 정신질환으로 가족이 돌볼 수 없는 경우나 혼자서 생활할 수 없는 경우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공동생활 가정이다. 또한 자립을 위한 중간 단계시설로서 최소 3, 많게는 4명이 함께 생활한다.                     

소박하지만 그들의 일상을 나누며 정신장애인의 이해와 시설의 편견을 해소하고자 글쓰기에 영 자신이 없는 나는 큰 용기를 내어본다. 우리 공동생활가정은 미영 씨, 유진 씨, 다혜 씨가 산다.


50대 중반을 넘어서니 준비된 죽음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소극적 안락사에  해당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언니에게 권유하여 보험공단에 같이 가려고 했는데,  '나이 더 먹고 할게'라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70세인 형부가 흔쾌히 가겠다고 하니 언니는 어쩔 수 없이 따라와 작성을 하였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수는 약 153만 명이라 한다. 그만큼 어떻게 죽음을 맞아야 할지를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이런 정보를 당사자들에게도  필요할 듯싶어

다혜 씨, 미영 씨, 유진 씨에게 내용을 설명하였다.


연명의료중단 항목으로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인공호흡기착용, 수혈, 콧줄 삽입, 혈압상승제 투여 등 향후 자신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문서로 작성하는 것으로 치료가 불가능할 때 더 이상의 생명연장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임을 반복해서 설명해 주었다.


의료의향서 작성여부를 물어보았다. 50대 중반이 다혜 씨는 정색을 하며 '왜 작성해야 해요. 싫어요'라며 완강히 거부한다. 미영 씨, 유진 씨는 흔쾌히 받아들이며 작성하고 싶다고 한다.  


살까지 살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유지 씨, 다혜 씨는 100세, 미영 씨는 60세까지 살고 싶다고 주저함 없이 얘기한다. 나이가 30대 중반인 미영 씨의 의외인 대답에 물어보았다. "아직 나이도 젊은 데, 너무 짧지 않아요.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뭘까요?'라는 질문에 잠깐 주춤하다가 '내 나이 36세인데 60세 까지는 아직도 멀었잖아요"라고 말한다.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는다.


 늘 밝고 먹는 것을 좋아하고 나름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듯싶었다.  엄마는 50대 초반에 치매로 요양원에 계시고, 엄마 이외에 가족이 없는 그녀,  늘 어리기만 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펼쳐진 삶이 많이 힘든가 보다


날짜를 잡아 보험공단으로 자가용을 이용해 다녀왔다. 미리 보험공단에 전화를 하여 장애여부를 말하고 작성여부를 학인하였다. '자신이 직접 서명할 수 있으면 된다'라고 한다. 직접 공단직원이 의향서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하고 본인이 직접 사인하면 된다.


처음 방문한 보험공단은 사람들로 붐비였다. 다혜 씨는 휴게실에서 우리를 기다렸다. 작성하고 돌아온 그녀들의 얼굴표정은 밝아보였다.


미영 씨는 노인요양원에 입소해 있는 엄마가 유일한 가족이다. 어쩌면 무연고자나 마친가지일 듯하다.

무연고자는 요양원에서 연명의료결정법이 있지만 이 법을 적용할 수 없어, 연명치료로  침대에 누워서 영양공급을 받는 와상환자가 되어 10년 정도 살다가 죽음을 맞는다라고 한다. 미리 작성해 놓으면 무의미한 생명연장을 중단할 수 있다. 미혼인 나도, 미영 씨에게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인 듯싶다.


한 달이 지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증'이 집으로 보내와 각자의 지갑에 소중히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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