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만난 첫 순간 _ 둘째 날

너와 함께하는 9개월의 매일

by 완두콩

안녕 아가야.


오늘은 반짝이는 작은 별인 너를 만난 둘째 날이야. 아직 하나의 점인 너의 존재감은 엄마에게 엄청나게 커서 매일 밤 화장실을 열댓 번 들락날락하느라 깊이 잠들지 못하곤 해. 그럼에도 네가 별처럼 엄마의 마음에 콕 스며들었는지 매일 은근한 웃음이 나온단다.


빠르게 변하는 몸의 변화 덕분에 생각도 많고 이리저리 변덕도 심한 엄마는 오히려 차분해졌단다. 이렇게 너를 기다리는 9개월 동안 조금은 성숙해질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무엇보다 우리 아가에게 고마운 점은 엄마가 솔직할 수 있게 노력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는 거야.


엄마는 우리 아가가 기쁜 순간, 슬픈 순간 때로 좌절을 맛보는 순간에도 너의 감정을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필요할 때 흔쾌히 도움을 요청하는 솔직하고 자기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한단다.

엄마는 그다지 솔직하지 못했어. 그것보다 엄마의 힘든 생각과 고민을 나누면 상대방이 엄마를 나약하게 보거나 무시할 거라고 생각했었어. 그래서 아무 고민도 없는 사람처럼 언제나 밝고 강하고 씩씩하게 행동을 해왔지. 그래서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혼자서 끙끙거리다가 결국 그 어려움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른 적도 있었단다.


엄마의 어린 시절엔 그러한 모습 덕분에 뭐든지 혼자서 잘 해내는 아이로 칭찬을 받았고 그게 옳은 것인 줄 알았단다. 지나고 보면 엄마의 이러한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봐 주고 기다려준 사람은 너의 아빠였고, 엄마가 덕분에 많이 변하게 되었어.


엄마가 오랫동안 마음에 담고 힘들어했던 일이 있었단다. 혼자서 해결해 보려도 몇 년을 끙끙거렸지. 그 시간 동안 엄마는 강하고, 밝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끌어모아야 했어. 그래서 겉과 속마음 모두 솔직하지 못했지. 잔기침과 불면증이 가득한 매일이었단다.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해 본 적이 없었기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조차 몰랐었지.


그날은 너무나 힘든 나머지 밤을 꼴딱 새우고 다음날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도 먹지 않으며 고민을 했단다. 그리고 마음을 먹었어. 도움을 요청해야겠다고. 그리고 너의 아빠에게 당시의 상황을 얘기하며 어떻게 해결을 해나가면 좋을지 물었지. 너의 아빠는 그 말을 듣고 오히려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차를 끓여주었고 말했어 "얘기해 줘서 고마워"라고 말이야. 그 한마디가 엄마의 삶과 가치관을 크게 바꿔주었어.

지나고 보니 조금 어색하고, 엉성하고, 부족하더라도 그거대로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일이었더구나. 내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것이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한다는 걸 엄마는 이제야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어.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나와 그 누구에게도 솔직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너도 이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면서 하나씩 알아가게 되겠지.

엄마는 우리 아가가 언제든지 엄마 아빠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이 되길 소망해. 혼자서 잘하기보다 누군가와 함께했을 때 더 행복한 아이로 자라길 희망한단다. 그러다가 혼자 무언가를 하고 싶고 몰두하고 싶을 때 엄마는 언제든지 그 시간과 공간을 응원할 거야.

아빠 덕분에 어려움은 조금씩 해결이 되어갔고, 마음도 몸도 많이 편안해졌는지 우리의 아가가 엄마와 아빠에게 찾아온 거라고 생각한단다. 엄마는 아직도 엄마의 생각과 의견을 솔직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법을 배워나가는 중이야. (아빠와 열심히 훈련 중이란다.)


아가야. 우리 아가가 갖게 될 어린 시절의 투명한 솔직함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간직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성숙하고 세련된 솔직함을 지닌 사람이 되길 소망해. 그리고 강한 모습도 약한 모습도 모두 가치 있는 면이라는 걸 엄마와 아빠가 너와 함께하며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나아가볼게.


우리 아가가 넘어지는 순간들을 엄마는 옆에서 응원하고 무릎에 상처가 나면 약을 발라주면서 네가 어떤 감정을 느꼈고 앞으로는 어떻게 나아가고 싶은지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솔직하게 얘기해 주길 기도해. 그런 엄마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너와 함께 할 솔직하고 다양한 대화들이 벌써부터 기대되는구나.

엄마 아빠의 따뜻한 집에 새로운 가족이 된 걸 환영해 아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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