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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배 Nov 21.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69

가만히 바라만 본다

Tim Eitel,

"out where", 2023

egg tempera on canvas





가만히 바라만 본다








"얼굴 뜯어먹고 살지."




키가 작던 남편은

얼굴이 예뻤다




청년인데

소년인 듯




마알간 얼굴에

계산이 없는 마음이 있었다




케이크와 밥을 같이 먹는 괴식가였고




대도식당에 가선

무한흡입하는 여자친구




깍두기 볶음밥으로

배를 채우




이쑤시개를 찾는




낭만파였다




이십여 년이 지나고

문득 음소거가 된 듯 고요한 날




난 거실을 오가는

한때 얼굴이 예쁘던 소년을 본다




나보다 많이 변한 건

멘털이 더 약해서일까?




아님

유전자 미비의 산물일까




왠지 결론은 다 나 때문인 것 같은 오늘




나는

예쁜 얼굴이 사라진 소년의 동선을 좇는데




나이 먹으면

키도 작아지나




어느새 더 아담해진

소년 집안을 거닌다




눈치 못 채게

조용히 본다





This Will Make You Laugh · Carmen McR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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