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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영배 Dec 02. 2024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80

내 거니까 내가 닦지

Fang Lijun(方力钧, Chinese,1963)

"1993.6"(1993)

Oil on canvas




"내 거니까 내가 닦지."








저녁을 준비할 땐

뭐니 뭐니 해도





6시 내 고향이다





썩 신나지만은 않을 수 있는 시간





싱크대에 달린

작은 티브이 속 대한고향은





생각보다 뜨겁고

보기보다 깔삼





오늘의 주인공은

농촌의 걸크러쉬





"내 거니까 내가 닦지."





거동이 불편해 누워 지내는

할아버지 얼굴을





나이테만큼 주름이 가득한 할머니는





이뻐죽겠다는 듯 헤벌 쩍 웃으며

살뜰히 닦주는데





"내가 먼저 좋아해서

결혼하자고 졸랐거든"





누운 할아버지 입가에

번지는 옅은 미소





"닦아놓으니 예쁘네

예쁘니까 뽀뽀 한 번 해줘야지"





깜빡이 없는 기습 뽀뽀에





할아버지 입 귀에 만 걸리고 만다





'나도 내가 결혼하자고

했었...'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속에서

언젠가부터





가족끼리는 뽀뽀하는 것이 아니라는

불문율이 생긴 이후로





나는 과연

"내가 결혼하자고 한 내 거"에게





뽀뽀 비슷한 거를 해준 적이 있긴 있었던가





여든 할머니 도발에

느낀 바가 있어





급 늙은 남친이 안쓰러운 반백살은





저도 제거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는데





'누군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랬지...'





반백은

상대가 가장 방심한 틈을 기로 한다





최대한 죽여

가까이 다가간다





Dr. No James Bond Theme Monty Norman & John B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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