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좌석에는'에르메스 Hermès','로로피아나 Loro Piana', '분더샵 BOONTHESHOP','무이 MUE' 등 자그마한 그녀의 몸 반만큼이나 커다란 명품 또는 편집샵 쇼핑백들이 속이 다 빈 채로 널브러져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땐 분명 꽉 찬 쇼핑백들이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차엔 빈 쇼핑백들만 그녀 곁을 지키고있었다.
옷을 좋아해 패션 디자인 유학을 준비하기도 했던 그녀에게 옷은'그녀 그 자체'였다.
게다가 유학을 준비하면서 옷 한 벌이 만들어지기까지 디자이너의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알게 된 탓에그녀는많이들 사 입는 '명품 스타일 보세옷'이나 '카피제품'을 사는 것은 '옷과 디자이너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하기도했다.
그에 더해,그녀는, 일면 우습게도, 본인이 비록집에서 솥뚜껑 운전을 하는 전업주부 아줌마지만 그 어느 분야의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들보다 특히 '이지적인 면'에서 절대 떨어지지 않음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일종의 '지적 허영' 같은 것이 있었는데.간혹 어딜 가서 만난 누군가가
"집에 있는 여자 같지 않다."
는 말을 할 때면 그녀는 좌우지간 무지 좋아하곤 했다.
심지어결혼 6년 만에 간신히 얻어 좋아 죽는 외아들에게도,
"엄마는 이 세상에서 우리 아들을 가장 사랑해.
그런데 그런 너보다 더 사랑하는 게 있는데 뭔지 알아?"
"그게 바로 옷이야!"
라고 말하며, 밖에서 흰색 옷을 입은 자신을 와락 껴안는 아들을 정색하면서 밀어낼 만큼그녀는 일종의'옷성애자'였다.
그런 자신의 분신들을 그녀는중고 명품샵에 전부 헐값에 넘기고 돌아오는 길이었고,'짐캐리'의 말처럼 그녀는 그녀의 벤츠 안에서 엉엉울고있었던것이다.
벤츠 안에서 울며 빈 쇼핑백들과 집으로 돌아오던 날, 날씨는 쓸데없이화창했다.
심지어햇빛은 점점 그 강도를 높이며그녀에게 지속적으로 엿을먹이는 것 같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그럴수록 더욱 크게 울어댔다.
'이게 정말 현실일까?'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녀가 사랑해 마지않는 각종 아름다운 옷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녀의 세련된 감각으로 꾸민 부띠크는 아름답기 그지없었는데, 비록 아주 자그마한 규모의 매장이었지만 그 누가 보아도 주인의 감각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동네에서 단연 눈에 띄었었다.
그런 그녀의 작은 부띠끄는 그녀의 에지 있는 감각으로 엄선한 명품 의류 및 소품들로 가득했는데,실은 넉넉하지 못한 자본금 탓에 원하는 만큼 많은 제품들을 구비하진 못했으나 결혼 전 공간 디자이너로 일한 경험이 있던 그녀는, '용설란'으로 불리는 '아가베 Agave'나 '셰프렐라 Schefflera'라고도 불리는 '홍콩야자' 등 그녀가 좋아하는 식물들을 이용해 귀신같이 그 단점을 커버하는 진열을 해냈다.
또한 그녀가강한 향은 아주 혐오했기에 '아스띠에 드 빌라트 Astier de Villatte'의 '아오야마 Aoyama' 향이 은은하게 아주 은은하게 풍겼으며, 쳇 베이커 Chet Baker의 “My Funny Valentine”이 아주 아~~주 들릴 듯 말 듯 아득히 흐르던 매장은 그 '고유의 여백미美'를 자랑하며 오히려 더 시크한 분위기를 풍기곤 했다.
그러나 그녀는 장사 경험이 없는 '생 초짜'였다.
'초짜'라는 비속어가 진하게 풍기는 분위기처럼 그녀는 정말 진심 아무것도 모르는 '장사 신생아'였는데,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구세주'가 나타났고 그녀의 사업은 날개를 달고 저 높이 금세 날아올랐다가 '구세주'가 사라지자 이내 금방 망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