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다정함에 대하여

포돌이와의 첫 미술관 데이트, 그리고 핫플

by 강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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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서 어딜 갈까 고민하던 중에


“난 런던베이글 한 번도 못 가봤어.

웨이팅 성공하면… 존경할지도?”


“가자.”


딱 두 글자.

포돌이와의 런던베이글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대기 시간, 무려 2시간 반.


“그 사이 미술관이나 갈까?”


“그래.”


역시 짧다.



그렇게 포돌이와의 미술관 데이트

1년 만에 처음이었다.


나는 원래 미술관을 엄청 많이 다녔다.

가장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

그리고 가급적 혼자 가는 편이다.

혼자만의 속도로 보고,

내 생각대로 느끼는 게 좋아서…


만약 누군가와 함께 가더라도

각자 보고, 출구에서 만나기로 한다.


그런데 포돌이는 미술관이 처음이랜다.

‘알아서 보고 와’라기엔 왠지 미안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오디오가이드를 켜고는

이어폰 한쪽을 내민다.


사실 나는 해설 없이 보는 걸 좋아하는데

그날은 그냥 맞춰주고 싶었다.


이어폰을 나눠 끼고,

조용히 그 사람 옆에 붙어 서 있었다.


멀리 떨어질 수도 없고,

질문도 없고,

말도 없었다.


그런데… 왜 편하지?


뭘 느끼고 있는지

뭘 생각하고 있는지

포돌이는 하나도 안 궁금해했다.


무엇을 느껴도 방해받지 않는 것.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생각보다 그게 좋더라.



전시 마지막 코너, ‘인생 질문’을 묻는 공간.

또 자동으로 답을 생각하고 있는 나.


Q. 고독을 느끼는 순간은?

혼자 있을 땐 덜 외롭다.

함께인데 외로울 때, 고독은 가장 짙어진다.


Q. 삶과 죽음은?

살아낸 것의 마침표이자 쉼표.

죽어도 괜찮다 했지만, 막상 그날이 오면

엄마, 언니, 그리고 또 한 사람. 포돌이.

그 셋이 마음에 걸릴 것 같다.


Q. 가장 익숙한 것에서 낯섦을 느낀 적?

가장 익숙한 사람에게서.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낯섦은 늘 친숙한 곳에서 시작된다.


Q. 지금 무엇을 응시하고 있나요?

변화, 사랑, 그리고 나 자신.

“너를 잃고 있진 않니?”

“세련되게 사랑하고 있니?”

… 아직 멀었다.


이 질문에 골치 아프게

왜 답을 해야 하냐는 듯한

표정의 포돌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런데 그 침묵이 괜찮았다.

완전히 이해받지 않아도,

나란히 서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순간이 있다는 걸

포돌이에게서 배운다.



미술관을 나와 다시 런던베이글로 향하는데

포돌이는 또 툭 내뱉는다.


“그냥 싸가자.”


‘여태 기다려놓고?’

순간 어이없고 기가 막혔다.


(폭주직전)

“그럼 왜 기다렸…”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포돌이는 별말 없이 또 함께 한다.

결국 우리는 매장에서 먹었다.


짜증 섞인 숨을 쉬다가도

빵은 또 잘 넘어간다.

그러다 서로를 웃긴다.

그게 우리다.



포돌이와의 연애는

답답하고, 헷갈리고,

‘뭐지?’ 싶은 순간투성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따뜻하다.


말은 없는데, 행동은 다정하다.

참 신기하다.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꿀팁


경윤아,

웨이팅 2시간 넘게 하고

사람 바글바글한 핫플에 가줬다?

그건 그냥 찐사랑이다.


괜히 헷갈리지 말고, 시험하지도 말자.

말은 없지만, 사랑은 이미 행동에 다 묻어있어.


그 순간만 잘 기억해.

그거면 됐다.


다음화 예고


회피형과의 연애.

답답해 돌아버릴 것 같아서 쓰기 시작했는데,

“달달한 이야기 잘 보고 있어요”라는 말을 듣네요.


대체 어디가 달달한 건가요?

저만 모르나요?


돌아버리겠는데,

이상하게 또 계속 웃게 되는

포돌이 이야기.


다음엔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저도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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