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확신’이라는 같은 단어, 다른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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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 지 1년.
한 번쯤은 진지하게 얘기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그 대화에서도
우린 또 다름을 확인했다.
나는 결혼이 싫다.
결혼은 서로의 가족까지 책임져야 하고,
그 책임은 때로 사랑을 구속한다는 걸
이미 너무 잘 안다.
무엇보다 책임만으로는
사랑을 끝까지 지켜낼 수 없다는 걸
아프게 배웠다.
그런데 포돌이와는
‘같이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철저한 비혼주의자였던 나에겐
이건 꽤 큰 변화였다.
같은 밥을 먹고, 같은 공간에 눕고,
서로의 하루에 언제든 스며들 수 있다면 좋겠다.
이게 내가 생각한 ‘계획형 확신’이었다.
하지만 포돌이는 달랐다.
포돌이는 동거는 싫다고 했다.
언제든 깨질 수 있는 구조라 불안하단다.
차라리 결혼이라는 울타리가 있어야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게 그가 말하는 ‘흘러가는 확신’이었다.
나는 제도가 무섭고,
그는 불안정한 게 무섭다.
우린 각자 다른 상처를 안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속을 잘 들여다보면
같은 얘기였을 수도 있겠다.
“너랑 오래 있고 싶어. 그런데 무섭다.”
결국, 둘 다 겁이 많은 거다.
나는 늘 관계에서 ‘확신’을 원했다.
서로를 책임질 미래를 그리기 위해
계획하고, 다짐하고, 약속하는 게
내 마음을 붙잡아줄 거라 믿었다.
‘그럼 결혼하면 되잖아?’
아니.
나는 억지로 제도에 묶여 사는 게 아니라
아무 울타리 없이도 서로를 지킬 수 있을 때
그게 진짜라고 믿는다.
(제도야 깨면 그만이니까. ㅋ)
반면 포돌이에겐
확신은 계획이 아니다.
그는 계획을 믿지 않는다.
“계획해 봤자, 계획대로 된 적 있어?”
그는 그냥 함께 흘러가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확신이 생길 거라고,
그때, 결혼하면 된다고 믿는다.
‘확신’이라는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우린 서로 다른 뜻을 품고 있었다.
나는 계획으로 마음을 붙잡으려 하고,
그는 흐르는 시간으로 마음을 붙잡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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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싫은 여자와
동거가 싫은 남자가 만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마음은 가까운데, 방법은 멀다.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도
늘 조금씩 어긋난다.
어쩌면 관계란
원래 그런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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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자.
지금은, 확신이 없는 게 맞다.
확신이 없기에
늘 한 번 더 돌아보고
붙잡게 되는지도 모른다.
확신이 없으면 불안하고,
확신으로 묶으면 숨 막히니까.
그래서 틈을 조금 남겨둔 채
흘러가듯 머물러보기로 했다.
어쩌면 사랑은
이 정도 틈이 있어야
조금 더 오래 굴러가는 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과연 어디쯤에 닿게 될까.
멀어졌다가도
언젠가는 같은 강물로
다시 흘러올 수 있기를.
나도, 포돌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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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꿀팁
경윤아,
너는 계획으로 안심하고 싶고
그 사람은 흘러가며 안심받고 싶어 해.
아마 완전히 맞을 일은 없을 거야.
근데 그게 못 견딜 틈은 아닐 거야.
같은 마음이라면
조금씩 어긋나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수 있어.
너무 애써 붙잡지 마.
흘러가는 걸 두려워하지도 마.
흘러가듯 머물러주는 것,
그게 포돌이식의 확신이니까.
그리고 흘러가면서도
너는 너를 놓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건 꼭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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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흘러가듯 머물기.
계획해야 마음이 놓이는
완벽J인 저에겐 더더욱 쉽지 않겠죠?
저도 예상 못하는 완벽P와의 연애.
주말엔 강릉 가서 오징어회를 먹자는데…
예전 같았음
당일이냐 1박이냐부터
숙소랑 맛집, 근처 투어 코스까지
이미 다 찾아놨을 텐데.
이젠…
“과연, 우리 가긴 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음 화에서 얘기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