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시계가 채워지다

받아준다는 건, 감당한다는 것

by 강경윤

포돌이 생일, 출장이 잡혔다.


“슬픈 소식이 있어.

자기 생일에 출장을 가야 해.”

“괜찮아.”

“미안해. 대신 전날 함께 해줄게.”

“괜찮아.”

(….. 학씨.)


생일 하루 전,

우리는 미뤄뒀던 영화를 보러 갔다.

ScreenX는 처음이라며

양옆 화면을 신기하게 두리번거리던

그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리고 몰래 예약해 두었던

소셜 다이닝.

낯선 사람들과의 식사자리도

포돌이에겐 처음이었다.

어색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


그 자리에서 누군가 물었다.

“결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할까요?”


포돌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비슷하냐 다르냐 보다…

단점을 감당할 수 있느냐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자동환불되었던

생일선물,


포돌이에게 꼭 필요했던

시계를 직접 주문했다.


“됐어, 반품해.”

이미 왔는데도 여전히 반품하라며

박스도 뜯지 않은 채 밀어내던 포돌이.


나는 속이 터져 말했다.

“자기가 나한테 해준 게 훨씬 많잖아.

그러니까 그냥 좀 받아, 제발.”


계속 부담스러워하는 포돌이에게

내가 받은 것들을 조목조목 말해줬다.


잠시 듣고 있던 포돌이가 말했다.

“그래… 내가 잘하긴 했지.”

그제야 박스를 열었다.


드디어, 손목에 시계가 채워졌다.

딸깍—.

허락의 소리 같았다.


“잘 쓸게.”


그는 사진을 찍어 보내왔고,

난 이렇게 답했다.

“받아줘서 고맙다, 이눔아.”


늘 받는 데 서툰 사람이

멈칫하다가 마음을 여는 그 순간,

오히려 고맙더라.



포돌이의 생일,

‘처음’의 연속이었다.


화면이 세 개인 영화관도 처음,

소셜 다이닝도 처음,

그리고 부담스러운 선물도 처음.


늘 새로운 걸 귀찮아하던 사람이

하나씩 조심스럽게 받아들이는 걸 보며

생각했다.


사람이 ‘처음’을 대하는 방식엔

그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걸.


낯섦을 감당하는 연습.

그건 누군가를 향한 마음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귀찮고 부담스럽지만

그래도 한번 감당해 보는 것.


사랑은, 결국

서로를 조금씩 감당해 보는 연습 아닐까.



“생일축하해요.

2년째 축하해 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

태어나줘서 고맙고,

나랑 놀아줘서 더 고마워. “


“그래, 고마워.”


여기까지

참 훈훈했다.



이너마더 연애꿀팁


경윤아,

회피형은 감정을 감추는 게 아니야.

시계처럼 작은 상자 안에 담아두고

천천히 꺼내는 중이야.


그러니까 포돌이의 “됐어”가

꼭 거절만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



다음 화 예고


데이트 중, 포돌이 전화가 울렸다.

캐리어를 빌리는 내용의 통화였다.


“응? 캐리어는 왜?”


“나… 내일 베트남 가.”


“장난치지 마.”


진짜였다.

그것도 5박 6일.


(…. 띠로리)


시계 하나 받는 건 그렇게 망설이던 사람이,

해외여행은 하루 전에 말한다는 게…


이걸 감당하는 건, 또 제 몫일까요?


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전 어떻게 했을까요?


그 이야기, 다음 화에서 들려드릴게요.


keyword
이전 15화달리는 기차 안, 돌아온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