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전해진 다정함. 5박 6일

혼자였지만, 함께였던 시간.

by 강경윤

포돌이는 베트남으로 떠났고,

나는 결국 탈이 났다.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이 뜨거웠다.


늘 그렇듯,

내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알았다.

여행 간 사람에게

아프다는 티를 낼 순 없었다.


그 덕에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그게 정말 포돌이 때문이었을까?



아니었다.

그건 오래된 내 상처였다.


“미리 말했어야지.”

그 말은 단순히 일정을

알고 싶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덜 아팠을 텐데…”

라는 기억이 숨어 있었다.


포돌이는 나에게

‘거짓말 안 하는 사람’이었기에

나는 더 믿었고, 더 마음을 내어주었다.

그러니 더 아팠다.


여행 일정을 하루 전에

알게 된 사실보다,

내 감정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훨씬 더 아팠다.


“네 감정은 피곤하니까,

그냥, 말 안 하고 처리했어.”

그의 하루 전 통보를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사실 속인 건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화낼 명분은 아니었다.


이럴까 봐 말을 못 했다는

그 말에 살짝 동의도 되었다.

그만큼 내가 신뢰를 못준 거니까…


그렇다고 잘했다곤 할 순 없잖아…!


이렇게 계속 나를 돌아보며

포돌이를 이해하려 안간힘을 썼다.


이 나이 먹도록, 회피형과 연애하다

도를 닦을 지경..;;;;



베트남에서의 포돌이는

의외로 다정했다.


“사랑해 한 번 해봐.”

“웅 사랑해.”


…응? 뭐지 이 속도감?


이게 혹시… 해외 로밍의 힘인가?

자주 보내야겠는걸?


“웅, 바빠서…”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한 줄이

또 내 마음을 툭하고 풀어버렸다.



포돌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맛있는 걸 먹으면 사진을 보내고,

링크 하나라도 건네주고,

친구들과의 순간을 나누었다.


사진 속 포돌이는 너무나 평범했고,

참 편안해 보였다.

그 모습이 안심되면서도,

왠지 안쓰러워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포돌이는

이제야 진짜 자유를 누리는 듯했다.

아무도 챙기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자기가 이렇게 좋아하는 거 보니 나도 좋다.

맘 놓고 여행 다녀본 적 없었을 거 같아.

많이 즐기고 와요.”


나는 그 마음을 뒤늦게야 응원할 수 있었다.

조금 늦게 건넨 이해와 미안함이었다.



“혼자 와서 미안해.”

“다음엔 같이 오자.”

이런 말은 없었다.


하지만 사진 한 장, 짧은 톡 하나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이라면 분명 이렇게 말할 테니까.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그게 포돌이의 언어였다.

말은 적지만,

감정은 스며들었고

표현은 서툴지만

마음은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화가 난 건

포돌이의 여행 때문이 아니라,

내 안의 상처 때문이었다는 걸.


그 상처는 이제

내가 먼저 다독여야 할 몫이었다는 걸.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꿀팁


왜 여행지에서 포돌이가

유난히 다정해 보였을까?


회피형은

감정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을

가장 두려워해.


그래서 일상에서는

닫히고, 피하고, 모른 척할 때가 많아.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다를 수 있지.

갈등도, 의무도, 부담도 없는 공간이니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을 열고

다정할 수 있었던 거야.


그때의 사진, 짧은 톡, 링크 하나가

“나는 널 생각해”라는 그의 방식이었어.


그러니 헷갈리지 마.


여행지에서 보여준 다정함은

가짜가 아니야.

다만, 그걸 지켜낼 여유가

일상에선 부족할 뿐이지.


서툴고 무뚝뚝한 모습이

사랑이 없다는 뜻은 아니야.

그 다정함이 진심이었기에

네 마음에도 따뜻하게 남을 수 있었던 거야.



다음화 예고


베트남에서 세상 다정했던 포돌이,

그 마법은 얼마나 갔을까요?


근데… 선물로 사 오라던 내 향수는?

왜 안 보이는 걸까요?


과연 포돌이 캐리어에는

뭐가 담겨있었을까요.


다음 이야기에서 풀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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