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였지만, 함께였던 시간.
포돌이는 베트남으로 떠났고,
나는 결국 탈이 났다.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몸이 뜨거웠다.
늘 그렇듯,
내 마음보다 몸이 먼저 알았다.
여행 간 사람에게
아프다는 티를 낼 순 없었다.
그 덕에 조용히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그게 정말 포돌이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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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었다.
그건 오래된 내 상처였다.
“미리 말했어야지.”
그 말은 단순히 일정을
알고 싶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덜 아팠을 텐데…”
라는 기억이 숨어 있었다.
포돌이는 나에게
‘거짓말 안 하는 사람’이었기에
나는 더 믿었고, 더 마음을 내어주었다.
그러니 더 아팠다.
여행 일정을 하루 전에
알게 된 사실보다,
내 감정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훨씬 더 아팠다.
“네 감정은 피곤하니까,
그냥, 말 안 하고 처리했어.”
그의 하루 전 통보를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사실 속인 건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화낼 명분은 아니었다.
이럴까 봐 말을 못 했다는
그 말에 살짝 동의도 되었다.
그만큼 내가 신뢰를 못준 거니까…
그렇다고 잘했다곤 할 순 없잖아…!
이렇게 계속 나를 돌아보며
포돌이를 이해하려 안간힘을 썼다.
이 나이 먹도록, 회피형과 연애하다
도를 닦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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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의 포돌이는
의외로 다정했다.
“사랑해 한 번 해봐.”
“웅 사랑해.”
…응? 뭐지 이 속도감?
이게 혹시… 해외 로밍의 힘인가?
자주 보내야겠는걸?
“웅, 바빠서…”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 한 줄이
또 내 마음을 툭하고 풀어버렸다.
⸻
포돌이는 하루도 빠짐없이
맛있는 걸 먹으면 사진을 보내고,
링크 하나라도 건네주고,
친구들과의 순간을 나누었다.
사진 속 포돌이는 너무나 평범했고,
참 편안해 보였다.
그 모습이 안심되면서도,
왠지 안쓰러워 보였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포돌이는
이제야 진짜 자유를 누리는 듯했다.
아무도 챙기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자기가 이렇게 좋아하는 거 보니 나도 좋다.
맘 놓고 여행 다녀본 적 없었을 거 같아.
많이 즐기고 와요.”
나는 그 마음을 뒤늦게야 응원할 수 있었다.
조금 늦게 건넨 이해와 미안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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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와서 미안해.”
“다음엔 같이 오자.”
이런 말은 없었다.
하지만 사진 한 장, 짧은 톡 하나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 사람이라면 분명 이렇게 말할 테니까.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
그게 포돌이의 언어였다.
말은 적지만,
감정은 스며들었고
표현은 서툴지만
마음은 분명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내가 그토록 화가 난 건
포돌이의 여행 때문이 아니라,
내 안의 상처 때문이었다는 걸.
그 상처는 이제
내가 먼저 다독여야 할 몫이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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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꿀팁
왜 여행지에서 포돌이가
유난히 다정해 보였을까?
회피형은
감정을 책임져야 하는 순간을
가장 두려워해.
그래서 일상에서는
닫히고, 피하고, 모른 척할 때가 많아.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다를 수 있지.
갈등도, 의무도, 부담도 없는 공간이니까
그 순간만큼은 마음을 열고
다정할 수 있었던 거야.
그때의 사진, 짧은 톡, 링크 하나가
“나는 널 생각해”라는 그의 방식이었어.
그러니 헷갈리지 마.
여행지에서 보여준 다정함은
가짜가 아니야.
다만, 그걸 지켜낼 여유가
일상에선 부족할 뿐이지.
서툴고 무뚝뚝한 모습이
사랑이 없다는 뜻은 아니야.
그 다정함이 진심이었기에
네 마음에도 따뜻하게 남을 수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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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베트남에서 세상 다정했던 포돌이,
그 마법은 얼마나 갔을까요?
근데… 선물로 사 오라던 내 향수는?
왜 안 보이는 걸까요?
과연 포돌이 캐리어에는
뭐가 담겨있었을까요.
다음 이야기에서 풀어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