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너미더가 알려주는 회피형 연애꿀팁 #1
https://brunch.co.kr/@828401f9d7b3475/42
그날 밤,
나는 기분이 상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걱정이었고,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서운함이었고,
아주 솔직히 말하면 불안함이었다.
그리고 포돌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
전날까지도 좋았다.
함께 있었고,
함께 웃었고.
세미나 때 애플워치 없으면
불안하단 말을 기억하고
‘말없이’ 챙겨 다 준 포돌이.
그 마음이 참 따뜻했다.
다음 날,
그는 역시나
‘말없이’ 모임에 갔다.
⸻
나는 몰랐다.
그냥 퇴근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줄로만 알았다.
톡에 답도 없었고,
전화도 안 됐다.
읽긴, 읽더라.
⸻
두근두근
내 마음이 왜 이러는지
그때는 나도 몰랐다.
포돌이에게 전화를 했다.
한 통, 두 통, 셋…
⸻
포돌이는 받지 않았다.
“어? 이럴 사람이 아닌데…”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까.
심장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온다.
나는 포돌이 집으로 향했다.
혹시 내가 혼자 오버하는 걸까.
차라리 그게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
도착.
집에 포돌이는 없었다.
오버여서 다행이다.
‘그럼 대체 어딜 간거지?’
‘어딜 가면 간다고
톡하나 남겨주면 되잖아.’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함은 점점 분노로 변했고,
나는 분노의 톡을 남기느라
내 손가락이 심장보다 더 아팠다.
⸻
그리고,
나는 포돌이 집에 있던
내 다이슨 드라이기를 챙겨 나왔다.
드라이기는
진짜 헤어질 땐 안 가져간다고 했었다.
당연히 그 말, 기억할 줄 알았다.
그럼 난 왜 이런 짓을 한걸까.
그저 화가 났다.
뭐라도 하고 싶었다.
그때 딱 눈에 띄었다.
‘씻고 나왔을 때
이거 없으면 불편하겠지?’
‘너도 불편함 좀 당해봐’라는 의미의
다이슨은, 유용한 활용이었다.
⸻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포돌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해맑게, 아무렇지 않게.
그 순간,
내 마음이 와르르 무너졌다.
(그럼 카톡에 답이라도 해주지…)
눈에 눈물이 가득차올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전화기를 놓쳤다.
운전하며 전화기를
다시 주울 수 없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잠이 들었다.
⸻
포돌이는 씻고 나와
드라이기가 없어진 걸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
아침에 일어나 보니
남겨진 부재중 전화 25통.
그냥 “미안해.”라고
톡 하나 남겨놓음 되었는데.
우리는, 참 달랐다.
⸻
그날 아침,
나는 포돌이에게
기나긴 톡을 남겼다.
우리 여기까지만 하자고…
그리고 포돌이가 챙겨준
애플워치를 차고 세미나에 갔다.
정신없이 세미나를 끝내고
돌아오는 기차 안.
그제야 하루 종일 포돌이와
단절되었음을 실감했다.
또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포돌이는 그날 이후,
침묵으로 마음을 굳게 닫았다.
⸻
아직,
그 드라이기는
내 차 뒷좌석에서 굴러다니고 있다.
⸻
다음화 예고
과연 드라이기는
다시 포돌이 집에 갈 수 있을까?
아직 헤어짐은 ‘현재 진행형’
저 사소한 이유로
폭주해야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제부터 하나씩 풀어가볼게요.
⸻
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꿀팁
경윤아,
그럴 땐 그냥
“나 잔다.” 하고 딱 자는 거야.
그러면 모임 끝나고
알아서 연락 올 거야.
안 오면? 그냥 말아~
그렇게 폭주한 이유는
결국 네 상처때문이지.
포돌이 때문이 아니야.
p.s.
굳게 마음 닫고 있는 포돌이에게
저대신 한 마디씩 남겨주실래요?
여러분의 댓글이,
저에게도, 포돌이에게도,
큰 힘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