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P를 이해하는 가장 실용적인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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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기까지만 하자는 톡을 보낸 뒤로,
포돌이는 아무런 답이 없다.
이별을 말해놓고,
그의 연락을 기다리는 나.
왜 이러는 걸까.
내가 생각해도 내가 참, 웃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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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이틀째 밤,
본부장님 생신파티 덕에
그래도 잘 지나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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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함께 일한 지 19년.
나와 본부장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MBTI를 몰랐더라면
우리는 서로를
영원히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본부장님은 ISTP.
나는 ENTJ.
달라도 너무 다르고,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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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본부장님을 무조건 믿는다.
본부장님이 그렇다 하면 그런 거다.
그냥, 그런 분이니까.
그게
세월로 쌓인 신뢰인지,
ISTP 특유의 묵직한 믿음에서
오는 건지는 모르겠다.
뭐, 둘 다겠지.
그래서 나는
포돌이를 이해하려 할 때
본부장님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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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못할 약속은
애초에 하지 않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불필요한 말은 하지 않는 사람.
결이… 참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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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포돌이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땐,
나는 본부장님께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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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님,
포돌이가 퇴근해서 들어간다고 했어요.
나중에 보니 술모임에 갔어요.
왜 말을 안 하고 간 걸까요?”
“왜 말을 하고 가야 해?”
……
(누가 내 뒤통수 때린 거 아니지?)
“쉬겠다며?”
“네.”
“퇴근한다고도 했잖아.”
“네.”
“내일 11시 출근이라고도 말했다며?”
“네.”
“그럼 됐지. 너 쉬는데.
포돌이가 뭘 하든 왜 말해야 해?
편히 쉬게 해 주면 되지.”
(그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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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제가 톡 했을 땐요?
답을 해주면 되잖아요.”
“그래, 그건 좀… 거기서 포돌이가 잘못했네.”
(본부징님은 ‘내가 널 아는데’ 하는
표정으로 살짝 웃으며)
“내가 봤을 땐,
포돌이는 톡 보고 이렇게 생각했을 거야. “
‘앗, 경윤이다.
또 난리 칠 것 같은데?
에라 모르겠다.
그냥 끝나고 혼나자.’”
“그래서 집에 들어가면서,
‘이제 혼내~’
하고 맘 편히 전화한 거야.”
(…아. 그래서 그렇게 해맑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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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건,
그 사람을 내 말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침묵할 때 기다려보는 일이다.
말은 빠르지만,
이해는 늘
한참 느리게 따라온다.
어쩌면,
진짜 감정은
말보다 더 늦게 도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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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부장님을 통해 포돌이를,
포돌이를 통해 본부장님을,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나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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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이 빠른 사람이다.
상황이 생기면 바로 말하고,
감정이 올라오면 먼저 설명하고,
상대가 가만히 있으면
그 침묵을 대신 채우려 한다.
포돌이는 말이 느린 사람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감정을 말로 꺼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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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걸 처음엔
‘무심함’이라 생각했다.
조금 지나선
‘회피’라고 불렀고,
결국엔
‘이별 예고’처럼 느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단 한 번도
“내가 너를 안 사랑해”
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저,
말이 느렸고,
이해는 더 느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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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의 속도를 오해했고,
사랑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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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이제 안다.
말은 빠르고, 이해는 느리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람은 흔들린다.
그 흔들림 안에서,
비로소 사랑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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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마더의 회피형 연애 꿀팁
경윤아, 읽씹?
무례하다고 느꼈지?
차라리 읽지를 말지 싶었지?
근데 그건
“읽었다”로 말하는 중이야.
“나 여기 있어.”
“안 죽었어.”
“도망 안 갔어.”
정말 이해 안 되겠지만,
그게 ISTP의
“나 괜찮아.”야.
관심 없음 아예 안 읽어.
그러니까,
너는 걱정 말고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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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 예고
아직 드라이기는 차에 있고요.
이별은 내가 말해놓고,
왜 내가 더 불안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