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과 허전함 사이, 그 중간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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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여기까지만 하자.”
경윤이가 보낸 장문 톡.
나는 읽었다.
그리고 그냥 닫았다.
끝내자면서 뭘 더 얘기해.
굳이? 귀찮게?
둘째 날.
경윤이는 연락이 없다.
나도 할 말이 없다.
⸻
당직 서고, 집에 와서 씻고,
밥 먹고, 빨래 돌리고,
유튜브 보고.
조용하다.
경윤이 연락이 없으니까.
편하다.
근데 또 어색하다.
뭐라 해야 되지…
편한데, 조금 허전하다.
⸻
경윤이는 읽씹을 싫어했다.
나는 장문 톡이 싫었다.
읽으면 머리 아프고,
답하려면 더 피곤하다.
그래서 그냥 안 했다.
경윤이는 “왜 말을 안 해?”라고 했지만
나는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다.
애플워치 챙겨주고, 밥 같이 먹고,
같이 시간 보내는 거.
그게 내 마음 표현인데.
꼭 말을 해야 알아?
나는 그게 힘들다.
⸻
경윤이는 약속을 미리 말 안 하면 화를 낸다.
그게 배려고 예의라는데…
나는 그게 이해가 안 된다.
굳이?
나중에 말해도 되잖아.
바뀔 수도 있잖아.
만약 경윤이가 연락 없이 술자리에 가도,
나는 그냥 기다렸을 거다.
그게 뭐 큰일이라고.
근데 이번엔 그게 이별 사유가 됐다.
그래, 우린 많이 다르다.
⸻
그렇다고 내가 뭐 깊게 고민하진 않는다.
헤어지자는데 굳이 잡을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진짜 끝이라 단정하지도 않는다.
사실 잘 모르겠다.
생각하기도 귀찮다.
그냥 두고 보면 알겠지.
끝일지, 아닐지.
⸻
이너마더가 포돌이에게
포돌아, 너 지금 편하지?
연락 안 해도 되고,
설명 안 해도 되고.
근데 그 편안함 뒤에 오는 허전함,
그게 불안일지도 몰라.
경윤이가 싫어서라기보단,
그녀의 방식이 버거운 거잖아.
넌 무심한 게 아니라
말이 서툰 거야.
정말 끝내고 싶지 않다면
짧게라도, 서툴게라도
네 마음을 한 번은 말해줘야 해.
그 한마디면,
경윤이도 분명 멈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