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짧았고 마음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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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윤이가 톡을 보냈다.
“출근했어? 나 러닝화가 필요해서…
현관 앞에 두고 가줘요.
내가 시간 될 때 가지고 갈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안다.
경윤이 성격에,
정말 끝낼 거였다면
그냥 새 걸 샀겠지.
“가지러 오겠다”는 건
다시 보고 싶단 말이다.
나는 짧게 답했다.
“내일 와.”
그걸로 끝.
짧게, 필요한 만큼만.
길어지면 괜히 꼬인다.
⸻
그 뒤로 경윤이는
긴 톡을 계속 보냈다.
내가 답을 안 해도
멈추지 않는다.
내가 읽고 있다는 걸
믿고 있는 듯하다.
읽고 있다.
다만 뭐라 답해야 할지
모를 뿐이다.
그러다 내가 할 수 있는 답에는
재빠르게 반응한다.
“어머니 신발 바꿔드렸어?”
“영수증 없어서 못 바꿨어.”
이런 건 쉬우니까.
⸻
내일 온다니,
괜히 뭐라도 해 주고 싶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경윤이는 늘
이 세 마디만 해 달라 하지만,
나는 그 말이 제일 어렵다.
대신 난 밥을 챙긴다.
랍스터랑 대게를 주문했다.
같이 먹으려고.
⸻
다음 날,
우린 마주 앉아 껍질을 깠다.
나는 살을 발라
경윤이 입에 넣어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게 내 방식의 “화해하자”였다.
경윤이도 말없이 받아먹었다.
그걸로 충분했다.
그렇게 화해의 시간이
조용히 흘러갔다.
⸻
나는 무뚝뚝하고, 표현도 서툴다.
근데 거짓말은 안 한다.
솔직히 말해서, 귀찮아서 못한다.
“챙긴다” 하면 끝까지 챙기고,
“괜찮아” 하면 진짜 괜찮은 거다.
경윤이는 늘 말로 확인하길 원한다.
나는 행동으로 보여주려 한다.
그 차이 때문에 자주 어긋난다.
⸻
하지만 그날은,
랍스터 껍질을 까 주는 손길에
내 마음을 담았다.
말은 짧았지만,
마음은 길었다.
그리고 다행히,
경윤이도 그걸 알아준 것 같았다.
⸻
이너마더가 포돌이에게
포돌아,
네가 무뚝뚝해 보여도
랍스터를 까서 건네는 그 손길은
그 어떤 말보다 따뜻했단다.
경윤이는 늘 “말”을 원하지만,
결국 확인하고 싶은 건
네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야.
넌 이미
그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잖아.
다만, 가끔은 한마디만 더 얹어줘.
“고마워.”
“수고했어.”
그 짧은 한마디가
경윤이를 안심시켜 줄 거야.
네 무뚝뚝한 말투 속에
숨어 있는 다정함.
경윤이는, 이미 다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