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그랬어’의 숨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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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에 도착했다는 톡이 왔다.
창밖 바다 사진과 함께.
경윤이다.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뱅기 어땠어?”
“멀미 안 했어?”
멀미 심한 거 알기에
그 말부터 나왔다.
괜찮다니, 다행이었다.
그냥…
잘 놀다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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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진이 왔다.
풍경, 음식, 수영장.
그리고 마지막엔 늘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경윤이는 그런 말을
참 아무렇지 않게 잘한다.
망설임도, 계산도 없이.
그게 매번 낯설고,
매번 놀랍다.
나는 그런 말이 어렵다.
생각은 해도
말로 꺼내는 건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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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30년 산.
비싸다고 사지 말랬는데,
결국 샀다.
“1주년 선물로 주고 싶었어.”
그 말을 듣고서야
아, 그래서였구나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날짜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300일, 1주년 같은 건
잘 기억도 못 한다.
지금, 이렇게 만나고 있는 게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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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윤이가 또 묻는다.
“내가 보고 싶어?
아니면 발렌타인이 보고 싶어?”
이런 당연한 질문.
왜 하는 걸까?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걸까.
이걸 꼭 말해야 아나.
그래도 특별히 말했다.
“당연히 우리 경윤이지.”
경윤이가 웃는다.
“오~ 난 발렌타인이라고 할 줄 알았어.”
아, 그랬구나.
그 말을 듣고 싶었던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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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말이 많은 편은 아니다.
괜히 무슨 말 꺼냈다가
어색해질까 봐 조심하게 된다.
좋아할수록 그렇고,
감정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할 때면 더 그렇다.
경윤이는 그걸 잘 안다.
말이 없어도,
그 안에 뭔가 있는 걸 아는 듯하다.
그걸 말 안 해도 알아주는 사람.
사실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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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경윤이는
그냥 넘기지는 않는다.
자꾸 꼭 묻는다.
“내가 다낭에 있는 동안,
없으니까 어땠어?”
잠깐 망설이다 말했다.
“그냥 그랬어.”
그 말 안에,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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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마더가 포돌이에게
포돌아,
“그냥 그랬어.”
그건 네 방식으로 쓴
‘보고 싶었다’의 문장이야.
말은 짧지만,
마음은 길게 닿아있기에
경윤이는 다 알고 있어.
그래도 또 묻는 이유는
그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싶은 거야.
조금 더 안심하고 싶어서.
네가 표현을 못 한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나 오늘은
한 글자라도 더 건네주지 않을까,
기다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