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불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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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에서 어디 갈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경윤이가 말했다.
“런던베이글, 한 번도 못 가봤어.
웨이팅 성공하면 앞으로 존경할 거야.”
그게 뭐 어렵나 싶었다.
“가자.”
딱 두 글자, 그날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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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하니 웨이팅이 두 시간.
솔직히 이해가 안 갔다.
이걸 이렇게까지 기다려서 먹는다고?
사람 많은 곳은 싫지만,
경윤이가 가고 싶다니까 기다리기로 했다.
나 혼자선 절대 하지 않을, 나름의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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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미술관이나 갈까?”
경윤인 물었다.
“그래.”
미술관은 처음이었다.
경윤이가 가보자니,
그냥 가보기로 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켜고
이어폰 한쪽을 건넸다.
이유는 단순했다.
둘 다 들어야 효율이 좋으니까.
함께 들으며 걸었다.
그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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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안은 생각보다 시끄러웠다.
여기저기 셔터 소리와
이어폰 해설음이 겹쳤다.
그런데 경윤은
유난히 오래 한자리에 서 있었다.
경윤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런 걸 보며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저 봤을 뿐이다.
조용히, 오래.
그때 문득 생각했다.
굳이 말을 안 해도,
함께 있다는 건 이런 걸까.
그 조용한 움직임이
이상하게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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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엔 질문이 있었다.
경윤은 한참을 서 있었다.
나에게도 한 번 묻긴 했다.
기억은 안 난다.
솔직히 말하면,
질문보다 조명이 더 눈에 들어왔다.
그게 어디서 파는지가 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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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땠어, 미술관?”
“그냥 그랬어.”
솔직한 감상이었다.
미술은 복잡하다.
나는 단순한 게 좋다.
사실 미술관은 별로다.
감정적으로 몰입해야 하는 공간이라 그런가,
20분쯤 지나면 집중이 흐트러진다.
박물관은 좋다.
거긴 정보가 있다.
설명도 있고, 연대도 있다.
정리가 된다.
“나랑 미술관 또 올 거야?”
“다음엔 박물관을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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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런던베이글로 돌아오니
피곤이 밀려왔다.
“그냥 싸가자.”
“그럼 왜 기다렸…”
경윤의 표정이 굳었다.
결국 우리는 매장에서 먹었다.
경윤은 좋아했다.
사실 난 말은 안 했지만,
이 정도로 기다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경윤이가 좋다니까.
그리고 다시 가자고
할 것 같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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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윤은 먼저 느끼고 말하고,
나는 먼저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자주 엇갈리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균형이 맞았다.
사실, 이날은 내가 조금 맞췄다.
나는 긴 얘기보다 정리된 게 좋다.
감정보다 방법이 중요하다.
그래도 그날은,
안 하던 걸 해봤다.
경윤이랑이라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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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윤은 그걸 ‘다정함’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안 불편함’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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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너마더가 포돌이에게
포돌아,
넌 말로 위로하는 사람은 아니야.
그렇다고 마음이 없는 사람도 아니야.
사람들은 자꾸 “표현하라”라고 하지만
모든 다정함이 말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거든.
어떤 다정함은,
그냥 옆에 있어주는 걸로 충분하더라.
경윤이는 그걸 알고 있었을 거야.
너의 말 없는 다정함 속에서
조금은 안심하고,
조금은 편해졌을 거야.
그러니까 포돌아,
넌 그저 ‘안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은,
네가 말이 없어서 더 편했을 거야.
그걸,
‘다정함’이라 부른 거야.